[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이사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목사·장로가 아닌 외부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내부 갈등으로 장기간 신임 이사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신대는 2년 가까이 이사회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 교육부가 세 차례나 경고장을 보냈지만 허사였다. 그사이 모든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돼 법적으로는 이사 정원 15명 모두 공석이다. 다만 민법에 의거, 임기는 만료됐지만 후임 이사 선임과 예결산 의결 등을 처리할 수 있는 '긴급처리권'을 가진 이사 12명이 있다.

안명환 재단이사장직무대행은 12월 22일 긴급처리권이 있는 이사 12명을 대상으로 이사회를 소집했지만 개회도 못 하고 파행했다. 개회하려면 정족수가 8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7명만 출석한 것이다. 결국 데드라인이 넘어가자 2월 6일 교육부는 청문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이사회는 한 번 더 이사 선출을 시도하겠다며 3일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그러나 개방이사 4명(이덕진·김승동·박병성·백동조 목사)만을 뽑았고, 일반이사 11명은 아예 뽑지 못했다.

이사회는 현재 총회 측과 총신 측으로 양분해 대치 중이다. 관선이사를 막기 위해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월 3일 이사회에서는 이사 선출에 반대하는 이사가 2명 이상 나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관선이사 막자"
총신 측 "10:5까지 양보 가능"
총회 측 "반대한 2명 잘못"
학생들, 이사회 정상화 촉구

이사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이유는 계파 갈등과 관련 있다. 이사회는 내부적으로 총신 측과 총회 측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총회 측과 총신 측 이사로 분류된 이들에게 모두 연락을 취했다. 많은 이사가 통화를 거부하거나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양측 모두 공통적으로 "관선이사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명환 재단이사장직무대행은 2월 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관선이사만큼은 막고 싶다고 말했다. 안 직무대행은 "일단 관선이사가 들어오는 것은 막아 놓고, 그 후에 서로 마음이 안 맞아도 양측이 조율하는 게 순서다. 총신대 문제는 곧 개혁신학 장로교단의 문제다. 우리 교단 신학교가 무너지면 다른 신학교도 무너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총신 측 이사로 분류되는 한 이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회 내 막후 실세가 총회장과 이사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아무개 장로를 이사장으로 세워 학교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총회 측에 양보해 '총회:총신 이사 비율을 10:5까지 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저쪽(총회 측)에서는 김 아무개 장로를 이사장으로 받으라면서, 합의 안 하면 징계한다고 겁준다. 말도 안 되는 논리다. 공산당도 아니고 이게 뭔가"라고 말했다.

반면 총회 측 이사는 이미 합의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그는 "평소에 총신 측 (이사 선출에 부정적이었던) 김영우 총장과 뜻을 같이한 목사들도 이번에는 뜻을 달리해 이사를 뽑기로 합의했다. 관선이사 파송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투표에 들어가니 두 명이 이 정신을 어기고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학교를 위해서라면 목회자들이 정쟁 대신 하나가 돼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실제로 우리는 하나 되려고 계속 노력했다. 양측 간 악감정은 없다. 단 두 명이 반대해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반대표를 던진 두 명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았다.

정치 싸움을 벌이는 이사회에 학생들은 실망하고 있다. 최대로 비상특별위원장(전 총학생회장)은 2월 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지금 학교 상황을 보면 큰 희망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서로 이사회 핵심 세력이 되기를 바라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정상화될 가능성은 없다. 이번 이사회도 이사 중 일부가 꼼수 부리고 일부러 선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신대 비상특별위원회는 김영우 총장 사퇴와 이사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투쟁에 들어간 상태다.

분규 장기화,
학사 운영에도 치명타
17일 이후 최종 결정

대부분이 총신대 졸업생인 총신대 이사들은 학교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임시이사 파송 규정에 따르면 꼭 기독교인을 이사로 앉혀야 할 필요는 없다. 다른 교단 인사나 심지어 불교인, 무종교인을 이사로 데려올 수 있다. 그러나 총신대 이사회는 순혈주의를 고집한다.

안명환 재단이사장직무대행은 "관선이사가 들어오면 개혁주의 신앙 노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나는 우리 학교의 정체성을 지키고 리버럴한 학교가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사직에도 아무런 욕심이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사는 "관선이사가 들어오면 우리 대학 평가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만일 좋지 않은 등급을 받아 정부 지원금이라도 끊긴다고 가정해 보라. 학교 문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쟁 대학에 들어가는 것과 정부의 대학 평가는 엄밀하게는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학사 운영에 각종 차질을 빚는다는 점에서 영향이 없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 정부 구조 개혁 평가 및 감사 등으로 산적한 현안이 각 대학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규가 장기화되는 신학대들의 각종 수치가 서서히 이를 보여 준다. 올해 나란히 2018 정시 모집에서 정원 미달을 기록한 침례신학대학교와 감리교신학대학교 모두 분규 대학이다. 이사회가 두 패로 나뉘어 장기간 싸우고 있다. 두 대학은 총장 선출도 못하고 있으며, 이사장 선출을 놓고도 법적 다툼 중이다. 교육부가 1월 26일 발표한 교원 양성 평가에서 감신대는 E 등급을 받아 교직과정을 폐지해야 하고, 침신대는 D 등급을 받아 해당 학과 정원을 50% 이상 감축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총신대는 최근 교원 양성 평가에서 A 등급을 받는 등 선전하고 있지만, 학교 운영이 마비되면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2월 17일까지 총신대의 각종 소명자료를 받고 검토한다.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선임 심의 요청을 하게 되면 관선이사 파송 절차가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분위에 신학대학교가 조정 대상으로 올라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가 한 차례 임시이사 체제를 겪은 바 있다. 사분위 관계자는 2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불교계 한 대학원대학이 관리 대상에 오른 바 있으나 종교 대학 안건이 흔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교육부로부터 통지받은 바가 없어 총신대 상황은 잘 모른다. 그러나 청문 절차까지 마쳤으면 곧 사분위 안건으로 올라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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