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부천시 원미구 소재 새롬교회(이원돈 목사) 교인은 4년 전 지역 주민과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 고용을 창출하고 마을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6개월간 머리를 맞대며 설립을 준비한 이들은 2013년 6월 달나라토끼협동조합(정성회 이사장)을 창립했다.

달나라토끼협동조합은 달토떡방과 달토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달토떡방은 부천시 오정구에서 생산한 쌀로 떡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한다. 달토카페는 마을 회관 역할을 한다. 각종 회의, 모임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고, 통기타 수업 등 다양한 강좌도 개설하고 있다. 정성회 이사장은 교회와 지역 주민이 서로 소통하는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달나라토끼협동조합은 새롬교회 교인와 지역 주민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달나라토끼협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국내 협동조합 1만여 개

한국에서는 2012년 말부터 협동조합 붐이 일기 시작했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자, 너도나도 협동조합에 뛰어들었다. 12월 한 달 사이 52개 단체가 만들어졌고, 다음 해 협동조합이 3,135개 생겼다. 현재 국내에는 1만 117개 단체가 협동조합으로 등록되어 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협동조합이 갖는 공익적 가치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이익 증진에 사업 목표을 둔다. 기업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모든 조합원에게는 동등한 투표권(1인 1표)이 주어진다. 지역 취약 계층에게 고용과 복지를 제공하는 장점도 있다. 협동조합이 신자유주의 폐해를 막는 대안 경제라는 평을 받는 이유다.

기독교인도 협동조합을 직접 만들고 운영한다. 이웃을 사랑하고 약한 이를 돌본다는 기독교 정신이 협동조합 가치와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을 만든 호세 마리아 신부와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다. 이들은 지역사회가 처한 실업, 빈민,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 운동에 뛰어들었다.

한국 교계도 협동조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1년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본부장 이준모 목사)를 설립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교회와 단체를 지원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폐지 줍는 노인을 돕거나장애인 직업훈련과 고용을 돕고청년·여성 실업 문제 해결에 나선 이들도 있다.

위에서부터 실버자원협동조합, 피어라희망협동조합, 협동조합 살길. 모두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교회가 만든 협동조합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협동조합 이해 선행돼야
지역 주민을 조합원으로
전문성·수익성 무시 못 해

협동조합 사례를 접하면, 우리 교회도 협동조합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수년째 협동조합을 운영한 목사들은 하나같이 당부한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먼저 협동조합 관련 지식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새롬교회 교인들은 지역 주민과 6개월 동안 협동조합을 준비했다. 협동조합의 의미와 역사, 조합원의 책임과 권한, 성공·실패 사례, 관련 제도 등을 공부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협동조합 '살길'도 예비 조합원과 반년간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했다. 창립 멤버 박남수 목사는 "협동조합을 단순히 기업으로 또는 비영리단체로 오해할 수 있다. 협동조합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중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정부 기관에 도움을 구해 보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경기도따복공동체지원센터는 예비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기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단체가 요청하면 강사도 파견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홈페이지에서는 무료로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협동조합 설립 절차, 표준 정관 양식, 협동조합 운영 지침, 관련 법률 등 운영에 필요한 정보, 서식 등을 구할 수 있다.

협동조합 홈페이지에서는 운영, 설립, 정관 작성 등 관련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협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는 지역사회 필요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인천 해인교회는 2014년 '실버자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폐지 가격 하락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폐지 수거 노인을 돕기 위해서다. 실버자원협동조합은 폐지 줍는 노인을 조합에 가입시켰다. 이들에게 짐수레와 야광 조끼 등을 나눠 주어 안전하게 폐지를 줍게 하고, 폐지값도 일반 고물상보다 높게 쳐줬다.

발달장애인 주간 보호소를 운영하는 창동염광교회는 '피어라희망협동조합'을 세웠다.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취업 문제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자녀와 학부모들이 대거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피어라희망협동조합은 베이커리, 카페, 농장 등을 운영하며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고 직업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협동조합도 운영 과정에서는 누구나 갈등을 겪는다. 피어라희망협동조합 이상록 목사는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운영이 잘 안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긴다. 원칙, 규약을 세워 이를 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수 목사는 "준비 기간에 조합원들이 충분히 협동조합에 대해 논의하고 구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생긴다. 협동조합은 엄연히 하나의 결사다. 갈등이 생기면 어떤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지 매뉴얼을 정해야 하고, 원칙대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 있다 해도 쓸모가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 경제를 살리고, 이웃을 돕겠다는 좋은 뜻도, 이를 지속 가능하게 실현할 수 없으면 무용이 될 수 있다.

달나라토끼협동조합 정성회 이사장은 경영진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려면 수익이 계속 발생해야 한다. 협동조합을 단순히 비영리단체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고용된 이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 '코프고베' 협동조합을 세워 빈민 운동을 펼쳤다.

기독교 가치
협동조합 정신 
같은 선상

2016년 10월 17일 열린 공익경영아카데미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최혁진 전 본부장은 교회가 협동조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아닌 인간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협동조합 정신이 기독교 가치와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호세 마리아 신부,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처럼 기독교가 협동조합 역사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 전 본부장은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협동조합을 하려는 교회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을 해 주고 사업 모델을 발굴해 준다는 것이다.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이준모 목사는 교회가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교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희망을 줘야 한다. 그게 바로 진정한 목회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은 이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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