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도 탄핵 기각 집회에 모인 이들이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신의 한수'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 씨. 뉴스앤조이 이은혜

"손석희를 처단하라! 폭도 국회 때려잡자! 폭도 언론 분쇄하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노골적인 구호들이 울려 퍼졌다. 1월 28일 설 당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대한문 광장을 메웠다. 대부분 태극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한 손에는 태극기, 한 손에는 성조기를 든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대형 성조기도 태극기와 함께 바람에 휘날렸다.

이날은 '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주관한 행사가 아니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 성향 인사들이 연 집회였다. 참석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70~80대였다.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서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도 눈에 띄었다. 간혹 30~40대가 보였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을 향해 "기특하다. 이렇게 나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성경 구절이 적힌 깃발도 눈에 띄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집회를 연 주요 인사들이 단상에 올랐다. 이들은 하나같이 JTBC와 손석희 사장을 비난했다. 전날, JTBC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나온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손석희 사장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신의 한수'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 씨가 단상에 오르자 참석자들이 환호했다. 신혜식 씨는 이 자리에서는 여느 스타 못지않았다. 신 씨는 "명절에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왔겠나. 대한민국 살리자고 왔다. 대한민국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다. 종북 빨갱이와 애국자의 싸움이다. 손석희는 우리더러 돈 받고 나온다고 했다. 손석희를 구속시키자!"고 외쳤다.

서울광장에서 텐트 농성 중인 '애국 시민'을 격려하는 문구. 뉴스앤조이 이은혜

박근혜 대통령이 '태극기 집회'를 높게 평가한 것에 감동한 사람도 있었다. 현직 의사인 최대집 씨는 "박 대통령은 정규재 씨와 인터뷰에서 '태극기 집회는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람들이다. 추운 날씨에 집회 참석하는 국민들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셨다. 반면 '촛불 집회는 광우병 촛불 집회와 똑같다'고 하셨다. 이는 더 열심히 태극기 집회에 참여해 반드시 탄핵을 기각시키라는, 우리를 향한 호소"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떤 사람은 박근혜·트럼프의 사진을 몸에 걸고 나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난도 거셌다. 자신을 미국 변호사라고 소개한 인 아무개 씨는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들고 섰다. 그는 "여성 대통령의 알몸 그림을 국회의원회관에 전시했다. 표창원이 사람이냐"고 외쳤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죽여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임 아무개 씨는 "여성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을 폭행한 것이고 대한민국 국격을 훼손한 것이다. 법치주의·자유민주주의를 짓밟고 훼손한 자가 국민인가. 아니다. 이 모든 사태 근본 원인은 언론이다. 지금 언론은 선동하는 게 아니다. 언론 반역이다. 반역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역자를 처단하라! 처단하라!"고 울부짖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십자군 방패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십자군 방패도 등장했다. 이들은 탄기국 내 2030연합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단상에 올라 "쓰레기 사기꾼 손석희를 때려잡자! 인민재판하는 박영수 특검 때려잡자"고 외쳤다. 2030인 자신들이 일어난 것은 대한민국이 종북 세력에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 중에는 젊은 사람도 꽤 눈에 띄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회자 이 아무개 씨는 이번 탄핵 내란·폭동 각본의 근원이 북한이라고 외쳤다. 그는 집회를 마친 후 다같이 지하철로 서울 목동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효종 위원장)에 가자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이 아무개 씨는 "언론 폭도 쓰레기 심장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가자. 젊은 사람들은 조금 걸어서 광화문에 가서 5호선을 타라. 광화문 가서 거기 있는 귀신의 집도 쭉 돌아보고(참석자들 웃음) 지하철 타고 오목교역으로 가자"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역 광장에서 '미스바 구국 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참석자 중 일부는 집회가 끝나고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서울역 광장 앞에서 열린 '미스바 구국 기도회'에 참여했다. 미스바 구국 기도회는 매주 토요일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용희 대표)와 몇몇 교계 단체가 주축이 돼 여는 기도회다. 기도회 초기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하야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 노골적인 구호는 들리지는 않는다. 참석자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직무대행을 위한 기도를 마친 뒤 헌법재판관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이 땅에 세워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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