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KC대학교(김희봉 총장직무대행). 군소 교단 한국그리스도인의교회(무악기파) 소속이자 4년제 종합 대학이다. 이전에는 학교 이름이 '그리스도대학교'였는데, 2015년 KC대학교(Korean Christian University)로 명칭을 바꿨다.

KC대학교는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홍보 목적으로 2016년 3월 창단했다. 창단 당시 감독, 코치, 선수 19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 중 KC대에 입학한 선수는 7명에 불과했다. 이 7명은 모두 '신학과'에 입학했다. 2016년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로 KC대 축구단에서 생활하며 운동했다.

KC대 축구단 선수지만 KC대 학생은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놓였던 이들은, 2017년 신학과에 입학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KC대는 2016년 10월 시행한 수시 모집 전형에서 축구단 학생 15명을 신학과에 합격시켰다. 신학과 수시 모집 정원이 21명이었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축구단 선수로 채워진 것이다.

KC대학교는 2015년 이름을 변경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016년 축구단 창단
입학 못 한 단원들
2017년 신학과 입학

KC대 A 교수는 축구단 선수들의 신학과 입학이 사전에 세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3월 축구단을 창단했고, 이때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을 2017년 신학과에 입학시키기 위해 사전 준비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KC대 신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한국그리스도의교회 교인으로 세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신학과 수시 모집에 합격한 축구단원 15명은 2016년 3월부터 KC대 축구단 생활을 하다 5월 30일 학교가 연 세례식에서 전원 세례를 받았다. 당시 세례식에는 김진건 전 이사장직무대행, 김희봉 총장직무대행, 신학과 B 교수가 참석했다.

세례를 받은 선수들은 2017년 신학과 수시 전형 면접을 모두 통과했다. 이들의 입학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A 교수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2016년 10월 면접 당시, 면접위원들이 축구단 선수를 입학시키기 위해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다른 학생에게는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줬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이 모든 일을 주도한 사람으로 신학과 면접위원장을 맡은 B 교수를 지목했다. B 교수는 신학과 학부장이며 축구단 창단을 주도했고 현재 축구단 단장이다. 축구단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람이 면접위원장을 맡아, 축구단 선수 전원에게는 만점을 주고 17명에게는 35~75점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11명에게는 0점을 줬다.

A 교수는 신학과 수시 입학 면접에 참여한 B, C, D 교수 모두 축구단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준 것에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KC대 2017학년도 신학과 수시 면접 점수표를 살펴보면, 면접위원장 B 교수와 면접위원 C 교수는 15명에게 100점 만점을 줬다. 이들은 모두 축구단원이었다. D 교수는 축구단 외 학생 3명에게도 100점을 줬지만 대체적으로 축구단 학생들을 우대했다.

2017년도 신학과 면접에 참여한 학생은 총 43명. 정원은 21명이었다. 축구단 선수들은 2등부터 36등까지 골고루 분포해 있었다. 커트라인을 벗어난 선수들이 많았지만, 상위에 랭크된 학생들이 등록을 포기하면서 전원 신학과에 합격했다.

KC대학교에는 축구단원들이 뛸 운동장이 없다. 단원들은 주변 공립 축구장에서 운동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전 기획 사실무근,
신학과 '폐과' 위기에
내놓은 궁여지책

축구단 단장 B 교수는 면접위원들이 사전 모의해 축구단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1월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하나님 앞에 맹세코 축구단에 대해 (교수들끼리) 사전 교감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B 교수는 축구단원에게 면접 점수 100점을 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신학과에 입학시킨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신학과가 학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B 교수는 축구단 창단을 위해 학생들을 유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고 확답을 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입학은) 성적대로 되지만 우리 학교가 미달이 많이 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지하게 높다고만 말했고, 그렇게 끝났다"고 했다. 신학과 인원 부족으로, 과거에도 교수들이 지인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축구단 단장이긴 하지만 단원이기 때문에 면접에서 100점을 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100점을 주든 안 주든 신학과는 미달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어차피 등록이 확실한 축구단원들이 합격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했다. B 교수는 기자와 대화에서 축구단 선수들 아니면 KC대 신학과 등록할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미달될 확률이 높으니까 내가 채워 온 건데…나한테 상을 줘야지!"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0점을 주면서 유독 축구단원만 100점을 준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C 교수는 축구단원들이 한국그리스도의교회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학과는 다른 학과들과 달리 면접에서 성적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을 보고 점수를 매긴다고 했다. 자신이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기준은 △그리스도의교회에 애정이 있는가 △그리스도의교회에 남아 목회할 것인가 △학교에 등록할 것인가라고 했다. 이 기준에 따라 점수를 준 것일 뿐 그 이상의 해석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KC대 축구단은 2016년 3월 창단했다. 창단 당시 학교 학생은 7명에 불과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두 교수는 '축구단 선수'를 '신학과 학생'으로 뽑은 것에 방점을 둬 달라고 했다. B 교수는 KC대 신학교에 지원한 학생 중에는 총신대·장신대·감신대 같은 곳에 동시 합격하면 빠져나가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학생 유치'라는 관점에서 이번 수시 모집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신학과에 입학해 한 해를 보낸 축구단 소속 학생에게도 아무런 특혜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신학과 학생들처럼 채플 참석하고 신학과 수업 전체를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C 교수는 "신학과 전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특혜가 주어진다거나 하지 않는다. 수업에 참석하지 않으면 이들도 F학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B 교수는 "(이들을) 잘 키워서 건전한 재목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B 교수는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A 교수를 나무랐다. A 교수도 과거 신학생 수급을 위해 지인을 데리고 온 적이 있으면서 자신의 노력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B 교수는, 작년 5월 축구단원들에게 세례를 준 E 목사와 A 교수가 가까운 사이인데, A 교수가 이제와서 축구단을 폄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례 준 E 목사
"부탁받아 한 일"

그러나 축구단원에게 세례를 준 E 목사 말을 들어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E 목사 역시 사태 핵심을 '학생 유치'보다 '기획 입학'에 두고 있었다. E 목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세례식은 축구단 단장 B 교수가 부탁해서 한 것이다. 내가 주도해서 했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2016년 KC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한 축구단원이 많아 2017년에 입학시키기 위해 세례식을 행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실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E 목사는 "축구단을 3월에 창단했는데 두 달 뒤 세례를 준 것은 이른 감이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아닌데 세례 주는 게 쉽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그걸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교목실장으로 4년을 일했지만 당시에는 계약서 없이 일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축구단원들이 학교 학생도 아니었는데 학교에서 밥 먹고 운동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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