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잘 가라! 핵발전소 10만 서명 기독교 본부'(기독교본부)가 발족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교회가 환경문제에 관심 갖고 탈핵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였다.

기독교본부는 한국교회에 핵발전소 문제를 알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활동해 왔다. 핵발전소 반대 서명을 받고, 탈핵의 중요성을 강의할 강사를 교회에 소개한다. 관심 있는 사람을 모아 함께 탈핵 영화를 보기도 한다.

1월 25일에는 청년 대상으로 탈핵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탈핵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토크 콘서트를 찾았다.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미래'(이홍기 감독)를 상영하고, 김정욱 교수(서울대 명예·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와 안재훈 사무국장(핵없는세상을위한공동행동)이 탈핵의 과제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인으로서, 안 사무국장은 운동가로서 탈핵에 대한 입장을 나눴다.

현장에서 나눈 이야기를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했다.

청년을 위한 탈핵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정욱 교수, 안재훈 사무국장, 사회를 맡은 남기평 목사. 뉴스앤조이 최유리

- 아직까지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김정욱 /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일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계속 안전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다.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제 핵발전소 사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경주에서 지진이 많이 일어났다. 강진, 여진을 포함해 500회 이상 발생했다. 횟수도 많아졌지만 지진 규모가 커진다는 게 문제다. 핵발전소는 6.5 규모 지진에 맞춰 내진 설계가 돼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6.5 규모가 넘는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국은 언제나 핵발전소보다 핵무기를 더 걱정한다. 내가 볼 때는 아니다. 한 전문가는 고리 2호기에 사고가 나면, 최악의 경우 남한 땅의 절반을 비워 둬야 한다고 말한다.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 핵무기보다 핵발전소를 더 먼저 걱정하고 폐쇄해야 한다. 정부가 핵발전소는 언급하지 않고 핵무기만 위험하다고 말하는 건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안재훈 / 맞다. 지진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 안전지대라고 했는데, 이제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예측 불가능한 지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여진이 났다는 뉴스가 계속 뜬다. 어떤 학자는 이게 여진이 아니라 전진(前震)이라고도 말한다.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는 경고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한국에 있는 핵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핵발전소는 사고가 발생하면 정말 대책이 없다. 영화 '판도라'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린다고 해도 대피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대피로(路)부터 문제다. 길이 막혀 못 가거나 도망가면서 방사능에 피폭당한다.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핵발전소 사고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핵발전소에서는 기체·액체 상태의 핵폐기물을 일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핵발전소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은 갑상선암에 많이 걸린다는 학술 보고도 있다. 한국도 현재 600명 넘는 주민이 소송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는 게 맞는가 의문이 생긴다.

안재훈 사무국장은 탈핵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 전력 예비율과 전기 사용률을 근거로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원전을 그만 세우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현재 탈핵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뭔가.

안재훈 / 한국에는 핵발전소 25개가 가동 중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단위 면적당 제일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전을 더 짓겠다고 계획한다. 5개를 건설 중이고, 6개는 계획 단계다. 핵발전소가 늘어나면 우리는 전기를 수급할 때 핵발전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고 가능성도 계속 도사리고 있다.

김정욱 / 핵발전소는 하나 짓는 데 3조 원 정도가 든다. 더 큰 문제는 폐기 비용이다. 사용 후 연료(원자력 발전 후 남은 연료)와 같은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건설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이 나온다. 미국은 핵발전소 한 기 폐쇄 비용이 4.7조 원이라고 말한다. 독일은 원전 17개 폐쇄를 위해 100조 원이 든다고 말한다. 한국은 그 비용을 하나도 준비해 두지 않았다. 전부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데만 썼다. 노후 핵발전소 고리 1호기 처분 비용 6,000억 원만 준비해 둔 걸로 알고 있다. 아무 준비 없이 핵발전소를 짓는 정부가 부도덕하다.

핵발전소 폐기와 관련해 한 가지 더 질문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폐기 처분할 방법은 있을까. 전 세계에서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처분장을 만든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뿐이다. 핀란드는 주민 의견 수렴하고 정밀 조사하는 데만 20년 걸렸다. 그런데 결국에는 폐기장으로 가장 적합한 장소가 핵발전소 안이었다. 한국은 핵발전소나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분 시설도 지진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경주에 지어 놨다.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은 어디에 둘 건가. (원전 안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처럼 방사능 함유량이 미미한 물건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한다. '사용 후 연료'를 재활용할 때 남는 부속물을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이라 한다. - 기자 주)

-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면 전기 수급에 문제는 없나.

안재훈 / 전력 예비율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핵발전소 전기 생산량이 전체 전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탈핵 운동하는 사람들은 원전을 한꺼번에 멈추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핵발전소를 더 짓지 말고, 노후 핵발전소는 중단하자는 거다. 한국 패턴을 보면, 전기 사용률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가 아니다. 이 시점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기회다.

김정욱 교수는 핵발전소는 반성경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신학적으로 핵발전소를 평가한다면.

김정욱 / 굉장히 악한 에너지다. 핵발전소는 반드시 힘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후손에게 피해를 주든지,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하나님은 세상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번성하고 잘 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 잘 살기 위해 다른 사람 죽이고, 피해 주겠다는 것은 지극히 반성경적이라고 생각한다.

- 탈핵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김정욱 /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좋겠다. 개인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산업용 전기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한국은 산업용 전기 요금이 싸니까 전기 사용량도 높은 편이다. 사용량이 높은 곳은 자가 발전하는 시스템을 공장 안에 설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네들 쓰는 전기를 다른 지역에서 끌어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활동하다 보면 사람들이 탈핵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전에는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지 않으니까 무관심했다. 경주 지진을 보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기독교계에서 10만 서명운동을 하고 있으니, 여기에 많은 교회가 동참했으면 좋겠다. 서명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이면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대선이 다가온다. 후보 중 탈핵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