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단장이 "한국교회를 하나로 아우르겠다"며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만들었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를 아우르고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선언한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대국가적·대사회적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기존 보수 연합 기구가 취해 온 노선과 다르지 않았다. 동성애·차별금지법·이슬람·이단·과세 '척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교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에 이어 또 다른 보수 기구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진보 쪽과는 함께할 시도도 하지 않고, 하나가 돼서 한다는 일이 누군가를 배척하고 정치권에 보수 개신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는 것에 원색적인 비난이 줄지었다. 기사에는 "정치 목사들의 일에 왜 교인들이 순종해야 하느냐"는 댓글도 달렸다. 

종교개혁 500주년. 한교총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교회는 정말 이런 식으로 하나 될 수 있을까. 아니 굳이 하나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연합과 자세가 무엇인지 교계 인사들에게 물었다.

"조직 시대 지나간 지 오래
성찰과 반성 선행했어야"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규모로 승부하는 '조직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기독교 세력화'를 강조하는 듯한 한교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 목사는 메이저 교단들이 대형 연합 기구를 만들기에 앞서 성찰과 반성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교총은 '하나 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성경의 원리로 보면 하나 됨은 '조화'다. 각자 모습대로 본분을 다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거다. 그런데 한교총은 물리적으로 모든 교단을 하나로 만들려고 한다. 더 큰 힘을 추구하고자 기독교를 세력화하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 됨과 거리가 멀다. 한기총이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고 잘 안 되니까, 한교총을 발족한 것이다.

지금의 한교총은 명분도 없고, 기독교를 세력화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안 그래도 기독교는 정치·경제·사회에 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보수 정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 자문기관 위원장에 목사가 임명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독교와 연관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려면, 오히려 모든 기구를 떨쳐 버리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성경 가르침대로 교회와 사회 개혁을 이루기 위한 운동을 펼쳐야지, 일단 기구부터 만들고 보자는 생각은 오히려 종교개혁 500주년에 역행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필요한 건 깊이 있는 성찰과 반성이다. 이후에는 사회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통 창구를 여는 게 필요하다."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는 한교총 출범을 부정적으로 봤다. 교계의 거대 연합 기구가 그간 권력 다툼으로 분열을 겪었듯, 한교총 또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혐오만 강조하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이런 연합 기구가 왜 나왔을까 의문이다. 한기총만 봐도 대표회장과 소수 몇몇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았는가. 본인들은 다를 거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군소 교단들에게 알아서 들어오라고 '지시'하는 것만 봐도 협력할 의도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체 목적의식과 성격이 불분명한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교총 관계자들)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다. 하는 이야기가 동성애와 이슬람 혐오가 주를 차지한다. 만약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쓰겠다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지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혐오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기독교인으로서 창피하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데,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싸우겠다'고 선포한 꼴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강조한 것도 탐탁지 않다. 한국교회가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데 단체부터 만들려고 하니, 기대가 되지 않는다. 하나 되자고 말하기 이전에 뭐가 문제인지 점검부터 했으면 한다."

"한국교회 하나 될 수 없어
교회협-한교총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가야"

한교총은 기독교 대항 세력에 맞서며 대대적인 기도 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교총은 한기총와 한교연에 소속된 군소 교단을 끌어모을 생각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에 소속된 교단을 합치면 100개가 넘는다. 한교총 공동대표 김선규 총회장(예장합동)은 "군소 교단들이 큰 우산 아래로 들어와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한교연이 통합에 부정적이다. 군소 교단들은 자신들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한국교회가 하나 될 수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가장 현실적인 모습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라 했다. 교계에서 진보 목소리를 내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한교총이 함께 가는 게 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고 했다.

"한국교회는 하나 될 수 없다. 지금까지 하나 된 적도 없다. 1989년 세워진 한기총은 교회협을 '견제'하기 위해 나왔다. 그전까지 교회협은 매우 잘했다. 독재에 맞섰고, 인권 운동에 앞장섰다.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다. 독재와 싸울 일이 없으니, 전략을 바꿔야 하는데 여전히 반정부 성명만 낸다. 진보보다 보수 비율이 훨씬 높은 교계 현실에서, 교회협은 더 이상 주목받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당이 하나 될 수 없듯이, 한국교회도 하나 되기 어렵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정치·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질책을 하고, 때로는 보듬어 주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보수적으로 성향이 똑같다.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만일 두 단체가 한교총으로 통합된다면, 교회협은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과 같은 역할을 감당해 주면 될 것이라 본다.

한교총이 어떤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한교총 출범을 순수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교단장들이 '공명심' 때문에 만들었다고 본다. 다만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교회 개혁이 2017년 500주년 안에 끝날 수 있는가. 당장 내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 개혁은 예수님 오실 때까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교회, 'MB'로 하나
전무후무한 사건"

주요 교단장들이 한교총 출범을 예고했을 때, 한 교계 매체는 "132년 만에 한국교회가 하나 됐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몇몇 교단 총회장의 의견 합일로 한국교회가 그렇게 쉽게 하나 될 수 있을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교단장들이 전면에 나섰지만 막상 교단이나 개교회로 들어가면 한국교회가 하나 됐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개신교는 극우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거대한 동질성이 있다.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를 이러한 동질성을 이용해 어떻게든 뚫고 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지도자의 생각이 개개인에게 반영되기 어렵다. 교단장들은 한국교회가 하나 됐다고 말하지만, 소속 교단이나 개교회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해관계가 없고 슬로건도 추상적이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면 좋겠지만, 이런 식으로 하나 됐다고 말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개신교 역사상 한국교회가 하나 된 적은 있다. 장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2007년 'MB 선거 연합'을 꾸렸을 때다. 당시 한국교회는 어느 세력보다 강력했다. 목사들뿐만 아니라 교인들까지 어마어마하게 동참했다. 그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개신교가 한교총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대내외적으로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한국 사회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시끄럽다. 여기에 개신교가 관련돼 있다는 혐의도 상당히 있다. 한국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전 국민적 합의가 마련된 상황에서 개신교가 역행하는 행동들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시에 건강한 사회 발전을 위해서 교회가 무엇을 기여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교회 이해관계 대변
사회문제 공세적 대응 안 돼"

교단장들은 한교총 출범 감사 예배에서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겠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교총은 교회 내부보다는 외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우리 안의 적폐를 개혁하겠다"보다 "OO에 맞서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일례로 한교총 추진위원장 이종승 총회장(예장대신)은 "기독교를 폄하하고, 기독교 생존을 말살하려 했던 악법, 동성애, 학생인권조례, 종교 편향, 종교인 과세, 이단을 척결해야 한다"고 했다. 공동대표 김선규 총회장도 "외부에서 기독교를 공격하는 부류 중 하나가 이슬람이다. 여러 방면에서 도전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하나 돼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는 한교총이 사회 현안에 맞서 한국교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거나,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하나 되는 일보다 한국교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하나 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건 하나가 되는 것보다 하나 돼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으면, 한교총은 지지를 얻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거기 안에 계신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몰라도, 한국 사회도 그렇고 교회 내 교인들도 반기지 않을 것 같다.

종종 연합 기구에 참여하는 분들은 '단일성'에 대한 욕심이 과하다. 오히려 그것 이상으로 심정적, 신앙고백적으로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한데 자꾸 제도나 장치로 하나 됨을 강조한다.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교계가 연합해서 해야 할 일은 섬김과 회개다. 3대 종교 중 개신교 사이즈가 제일 커졌다고 하지만, 실제 교단들이 발표한 리포트를 보면 감소로 나온다. 사회적 문제가 터지면 다 개신교가 걸려 있다. 자기반성과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세력들과 싸우겠다고 하는 건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이익 단체가 되겠다고 스스로 천명하는 꼴이다.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연합 기구는 신선함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보여 줬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 만큼은 종교개혁 의미를 꾸준히 되새겨 보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 왜 중세 교회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신앙 운동과 개혁 운동을 했을까. 보수든 진보든 부인 못하는 역사를 되새기면서, 개신교 신앙의 원초적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아울러 오늘날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곱씹어 봤으면 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