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법원이 사랑의교회 1,400억 원대에 이르는 건축비와 관련한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1월 19일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교인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열람 대상은 서초 예배당 공사 도급계약서와 각종 지출 결의서, 영수증 등 증빙서류다.

이 소송은 갱신위가 사랑의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의 본안 소송이다. 가처분만 신청하고 본안 소송은 제기하지 않는 것을 막고자 제소명령이 내려졌고, 본안 소송도 진행됐다. 법원이 2014년 12월 가처분을 인용해, 사랑의교회는 2006~2012년 교회 사무처, 비서실, 국제제자훈련원, 세계선교부 회계 기록과 담임목사 사례비, 목회 연구비, 각종 수당 등이 적힌 장부를 울며 겨자 먹기로 공개한 바 있다.

건축 당시 사랑의교회 모습. 시공은 쌍용건설이 맡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건축 과정, 교인들 제대로 몰라"
회계감사, 건축 관련 중요 보고 누락

갱신위는 △서초 예배당 신축 시 1,178억 원에 매입한 토지 매매 관련 서류와 장부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600억 원과 276억 9,000만 원에 관련한 지출 서류 △서초 예배당 신축 공사비와 건축 도급 계약서 등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청구했다.

법원은 세 번째 청구만 받아들였다. 토지 매입은 적정 시가(2010년 당시 토지 시세 평당 7,000만 원선, 감정평가액 1,080억 원)에 맞게 이루어졌고, 우리은행 대출 과정에서도 정관 위조나 변조 등 불투명한 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건축 공사 과정에는 의혹이 남아 있다고 봤다. 큰돈 들어가는 일인데도 교인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공사 대금 예산이 1,049억 원이었는데, 나중에 총 1,431억 원으로 증가했다. 400억 원(40%)이나 증액된 것이다. 공사비 상승은 통상 있는 일이지만, 법원은 교회가 이 과정에서 당회나 공동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동의회는 건축비 상승을 사후 추인했으나, 구체적 지출 내역과 예산 편성에 관한 보고는 없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점용 허가를 취소한 공공 도로 참나리길 문제도 판결문에 나온다. 재판부는, 만일 도로 점용 허가가 취소된다면 교회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데, 교회가 이를 감안해 적절하게 재정을 운영했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당시 도로 점용 허가 조건으로 서초구에 어린이집을 기부 채납했는데, 교회 정관상 공동의회 결의 사항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사랑의교회가 건축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이중 지급한 부분도 교인들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쌍용건설이 건축 도중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가면서, 교회는 공사 기간이 늦춰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도급 업체에 직접 공사비를 지급했다. 쌍용건설과 하도급 업체 모두에게 공사비를 준 것이다.

법원은 사랑의교회 자체 감사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사랑의교회 감사위원회는 2012년 재정부 비협조로 감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감사위원회는 "충분한 감사 절차를 실시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는데, 제직회가 이를 부결 처리하고 공동의회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공동의회는 2012년 결산 감사 보고 없이 결산안을 승인한 셈이다.

재판부는 "감사 보고가 누락된 이상 교인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예산 및 결산 등의 승인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정당한 감사 권한이 현실적으로 제약된 상태에서, 교인들로서는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하는 외에는 구제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교인 헌금으로 구성되는 교회 예산
고도의 투명성, 공정성 필요
"분쟁, 결국 교인의 손해로 돌아가"

재판부는, 교인들 헌금으로 구성되는 교회 예산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1,400억 원이 들어간 대규모 공사의 경우, 사랑의교회가 여러 의혹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판결문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와 같은 교회는 예산 대부분이 십일조 등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금으로 구성된다. 그 금원의 성격에 비추어 교회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고도의 투명성이 요구되고, 또한 피고는 1년 예산(2013년)이 약 800억 원으로 그 규모가 상당하므로 예산 집행에 있어서 더욱 공정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사랑의교회와 갱신위 교인들 간 법적 투쟁이 장기간 지속돼 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교회 재정을 들여다보려는 갱신위 교인들 요청을 받아들여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분쟁을 종식할 방법이라고 봤다.

"향후 앞으로도 이러한 장기간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바, 이로 인한 손해는 모두 피고에 소속된 교인의 손해로 돌아갈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더 이상 갈등 국면을 방치하지 않고 교회 건물 신축 공사 등과 관련한 일체의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공익적 차원에서도 피고는 원고들에게 관련 서류를 열람시켜 의혹을 일시에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재판부는 사랑의교회에 판결문 송달 3일 후부터 관련 장부를 열람할 수 있게 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대로라면 이번 주부터는 장부 열람이 가능하다. 갱신위 교인들은 사랑의교회의 항소 여부 등을 고려해 교회 측과 장부 열람 시기를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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