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미국 기독교 진보 매체 <소저너스>(www.sojo.net)에 실린 미카 베일(Micah Bales)의 칼럼을 번역한 글이다.

미카 베일은 작가이자 교사이며 민중 기독교 지도자로 워싱턴 D.C에 살고 있다. 그는 퀘이커 공동체 '예수의친구(Friends of Jesus)' 창립 멤버이고, '월가점령시위운동(Occupy Movement)'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1월 15일은 흑인 인권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이다. 미국은 1986년부터 그의 생일 즈음한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 데이(Martin Luther King, Jr. Day)로 정해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과 같이 국가적인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미카 베일은 마틴 루터 킹의 날을 맞아, 그가 남긴 시민권 운동의 참된 의미를 되돌아 보자는 의미의 칼럼을 게재했다. (원문 바로 가기) - 번역·편집자 주

나는 '휴일'을 좋아한다. 다른 문화에 비해 미국은 일을 중단하고 열리는 축제가 많이 없다. 사실 기념일을 축하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특히 기념일을 기억하기 위해 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틴 루터 킹'의 생애를 돌아보고 기념하는 연방 공휴일이 있어 감사하다. 마틴 루터 킹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민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흑인이 직면했던 투쟁의 상징과도 같다. 흑인들은 끔찍한 학대, 노예 제도, 짐 크로우(Jim Crow, 흑백 분리 정책을 이르는 말 -번역자 주) 등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400년간 싸웠고 마침내 승리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많은 흑인이 대량 체포와 경찰의 잔혹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우리에게 상기해 주듯, 시민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경찰 총격에 흑인이 연달아 사망하면서 미국 전 지역에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크게 확대되었다. 사진 제공 뉴스M

20세기 시민권 영웅들의 피와 땀과 눈물은 새로운 세대의 확고한 결의로 이어져야 한다. 마틴 루터 킹의 날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일은 이 결의를 지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며, 앞으로 시민권 투쟁에 있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틴 루터 킹이 '마틴 루터 킹의 날'에 흥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마틴 루터 킹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학교나 고속도로 명칭을 보고 위안을 가질지 의심스럽다. 새로 건설된 마틴 루터 킹 기념물(워싱턴의 Tidal Basin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석상)에 그는 냉담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나를 위해 세운 엄청난 규모의 저 받침대는 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여러 차례 킹 목사의 설교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좋은 설교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킹 목사도 연설로 혼란한 사회에 새로운 빛을 비추었다. 특히 그의 설교는 반복을 통해 주제를 깊이 있게 드러낸다. 그중 하나는 불순종한 나라에 심판이 임한다고 경고한 예언자 아모스의 한 구절이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24) 

문맥을 읽어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단어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킹 목사가 가장 좋아하는 인용구 앞의 구절을 살펴보면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내가 너희 절기들을 미워하여 멸시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아니하나니
 네 노랫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 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21, 23~24)

마틴 루터 킹은 상징적인 승리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하는 시민 권리 운동이 국경일이나 기념비, 정치인 연설 등으로 기념되거나, 다른 이들에게 존경받지 못할까 염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의로움이 부족하다는 점을 은폐하기 위해 커다란 쇼(국경일, 기념비, 정치인의 연설 등)를 펼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의했다. 

워싱턴 D.C에 세워진 마틴 루터 킹 동상. 사진 출처 Julie Clopper / Shutterstock.com

하나님은 겸손함 없이 지내는 휴일, 진심 없는 노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킹 목사는 잘 알았다. 그는 흑인들의 삶이 아직도 미국에서 소중히 여겨지지 않고,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거나 누명을 쓰고 중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나라에서 시민권의 온전한 승리를 축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킹 목사가 우리와 함께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여기 있었다면, 그는 우리에게 마틴 루터 킹 동상이나 그의 이름을 딴 새 고속도로의 이름이 아닌 '변화된 마음'과 '정의'를 보여 주기를 요청했을 것이다.    

우리는 킹 목사, 로사 팍, 말콤엑스, 메드거 에버스, 바야드 러스틴 등 자유를 위한 투쟁에 목숨을 바친 수많은 사람의 삶과 유산을 기억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20세기 시민권 운동은 끝났지만, 정의와 공정함을 위한 21세기의 새로운 투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마틴 루터 킹의 날'을 맞아 그를 자랑스럽게 기념하기 위해, 정의를 위한 행진은 더 많이 하고 동상 건립은 더 적어져야 하지 않을까.

경소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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