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함께와 기독청년아카데미는 마을 공동체와 공유 주택을 탐방을 공동 기획했다. 공동체 4곳을 방문해 청년 주거 빈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20여 명의 참가자는 '해방촌 빈집' 방문에 이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민달팽이집'을 탐방했고 앞으로 '우리동네사람들', '생명평화연대 인수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다. - 글쓴이 주

청년에게 집이란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매일 머무는 '집' 혹은 '방'은 어떤 공간일까? 높은 보증금은 청년들의 독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증금과 월세에 쫒겨 고시원이나 옥탑방, 반지하로 내몰린 청년에게는 답답하고 좁은 공간이자 건강을 위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 칸칸이 나뉘어진 방은 단절된 도심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있다.

민달팽이의 도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민달팽이)은 청년 주거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창립됐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기반으로 건물주와 전세 계약을 맺어 주거 공간(민달팽이집)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사회 투자 기금 지원으로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LH가 추진하는 사회적 주택의 위탁 운영을 맡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거 공간을 공급하고 있다. 

민달팽이의 노력으로, 청년들은 20~30만원 대의 월세와 50~80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부담하면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의 월세는 주변 시세에 비해 50%정도 낮다. 또 민달팽이는 입주 전부터 워크숍을 마련해 입주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알아 갈 수 있도록 한다. 입주 후에도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러 모임을 활성화시켜 민달팽이집은 단순히 잠자는 공간 이상의 생활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이는 민달팽이의 실무자뿐 아니라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달팽이는 앞으로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나아가 세입자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생각이다.

민달팽이는 불과 2년 만에 9곳의 주거 공간을 마련했고, 100명 이상이 민달팽이집을 거쳐 가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도 있다. 집 주인의 호의에 의존해야 장기 전세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제도적인 지원을 받아야만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집을 소유하지 않는 한 장기적인 계획이 어려운 실정이다. 결혼 이후의 주거 모델과 육아 문제 등 청년기 이후의 주거 형태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주거 공간을 꿈꾸며 

구약성경은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과 가나안 땅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다스림을 이야기한다. 하나님의 다스림은 상상 속 공간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펼쳐졌다. 또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는 추상적 공간이 아닌 구체적인 이 땅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거 문제는 청년 세대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천 년 전 가나안 땅에서 율법으로 대안적 주거 모델을 보여 주었듯, 지금의 주거 문제도 성경적 대안을 토대로 구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할 때이다.

민달팽이가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청년의 주거 공간을 만들어냈듯,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확산돼 주거 문제를 개선할 대안 모델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또 이러한 시민의 도전과 경험이 제도와 정책에 반영돼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한형빈 / 희년함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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