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행정법원은 1월 13일 사랑의교회에 공공 도로 지하 점용 허가를 내준 서초구청에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주된 이유는 서초구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공공이 함께 쓰는 도로 지하를 사랑의교회가 사실상 독점하도록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 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뉴스앤조이>는 판결문을 입수해 재판부의 논지를 자세히 살펴봤다.

1. 예배당은 공공 시설물 아니다

공공 도로는 일반 시민이 다 함께 쓰는 도로다. 지하에는 전봇대, 전력선, 상·하수도관, 통신 케이블, 도시가스 배관 등 기간 시설이 매설돼 있다. 이런 이유로 공공 도로 점유를 신청하면, 소관 부서는 점유 목적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따지고, 3년에서 10년을 임대한다. 주변 땅값에 따른 점용료도 받는다.

도로법이 예로 들고 있는 점용물은 공중전화, 주유소, 주차장, 터미널, 지하상가 등 공공을 위한 편의 시설이다. 사랑의교회는 허가받은 공공 도로 지하를 본당과 교회 주차장 일부로 사용하고 있다. 공공 목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라 보기 어렵다.

사랑의교회는 본당을 공공재로 활용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고 했다. 본당을 공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회가 1월 14일 올린 '성도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역사회에 무료로 대관한 실적을 집계해 보면, 외부 단체가 신청한 수는 약 198건, 개최 행사는 454건, 참석 연인원은 30만 3,375명에 달한다. 또 서리풀 어린이집을 건축해 기부 채납함으로써 서초구의 숙제였던 영·유아 보육 시설 확충에 기여했다. 이는 교회의 공공재 활용이 말뿐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우리 교회는 앞으로도 묵묵히 지역사회를 섬기는 공공재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랑의교회 예배당은 교회 건물 및 그 관련 시설의 이용에 제공되는 것 외에 피고(서초구청)나 관내 주민 일반의 공적 혹은 공공적 이용에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예배당은 사회·경제·문화적 의미가 매우 제한적인 시설물로, 주목적은 종교 행사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개방한 것은 언제든지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교회가 안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참가인(사랑의교회)은 예배당에서 무료 음악회 등을 개최하여 서초구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므로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예배당의 주된 목적은 종교 시설의 일부로 교회에서 예배 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공익을 위한 이용은 언제든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참가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랑의교회는 2010년 건축을 시작하면서 공공 도로 지하를 일부 점용해 예배당을 지었다. 사진 왼쪽이 참나리길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2. 원상 복구가 어렵다

교회 본당은 철거가 매우 어려운 '영구 시설물'에 속한다. 공공 도로 지하에 있는 광케이블을 파내고 묻는 것과 본당을 되메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공공 도로 점유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10년이 지나서 구청이 허가를 더 이상 내주지 않으면 점유한 곳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

사랑의교회는 지하 8층 깊이까지 파냈기 때문에 복구 비용과 시간은 천문학적이다. 사랑의교회는 391억 원을 들여 안전하게 복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자문한 결과를 토대로 "복구에 50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보이고, 건물 내부에 기둥이 없어서 일부만 되메우는 작업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치하면 방치하는 대로 문제가 발생한다. 재판부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고, 유지 및 관리와 안전에 상당한 위험과 책임이 따를 수 있다. 추후 소유권 변동 등에 따라 관리가 소홀히 되거나 방치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공 부지에 철거가 어려운 시설물 설치를 허가해 주면, 유사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다른 교회나 기업이 건물을 지으면서 사랑의교회 사례를 들어 공공 도로 지하를 쓰게 해 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향후 유사한 내용의 도로 점용 허가 신청을 거부하기 어렵게 된다. 그 결과 도로 지하의 무분별한 사적 사용과 그에 따른 공중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다"고 판시했다.

3. 주민 불편을 초래했다

서초구청이 2010년 허가를 내줄 때도 여러 곳에서 허가가 부당하는 의견이 나왔다. 당장 서초구청 내부에서도 얘기가 안 맞았다. 주무 관청인 도로관리과는 2010년 2월 당시 도로 지하를 파내도 되는지 재난치수과에 문의했다. 재난치수과는 빗물받이 15개소와 맨홀 5개 등이 매설돼 있어 도로 점용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같은 기간 KT도 서초구청장에게, 점용 허가를 내주면 통신 시설물이 저촉될 가능성이 있고 이설 공사 소요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도로 점용 허가를 내줬다. 지하에 매설돼 있던 공공 하수관과 하수 시설물, 상수도관, 도시가스 배관 등은 옮겨졌다. 재판부는 "이런 시설들을 이설하고, 공사 중 주민들이 이 도로로 통행할 수 없는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도로 점용 허가가 이루어져야 할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랑의교회도 할 말은 있다. 예배당을 지역사회에 개방한다고 밝혔고, 도로 점용 허가를 대가로 교회 한쪽에 어린이집을 지어 서초구청에 기부 채납했다. 교회는 점용 허가 기간 2010년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매년 서초구청에 점용료도 지불한다. 2010년에는 약 1억 3,800만 원이었는데 2016년에는 땅값이 올라 약 3억 9,680만 원을 냈다. 지금까지 6년간 19억 원을 냈다. 3,000억 원짜리 건축을 하고도 평균 2,640만 원 월세를 낸 셈이다. 2019년까지 내야 할 점용료는 계속 오를 것이다.

이런 사랑의교회의 노력(?)에도, 법원은 공익보다 사익이 더 크다고 봤다.

"피고(서초구청)가 도로 점용을 허가해, 서초구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공간 325제곱미터를 확보할 수 있고, 도로 지하 부분에 대한 점용료를 징수하여 서초구 재정에 기여하며, 도로의 확장으로 주민들의 통행이 개선되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순기능적 측면보다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역기능적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련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함에 있어서 비례·형평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 이 사건 도로 점용 허가는 취소되어야 한다."

서초구청이 2010년 사랑의교회에 발급한 점용 허가서. 시설물 이관 및 원상 회복과 관련한 문구가 보인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나라 땅에 예배당은 '특혜'"
주민 감사에서부터 PD 수첩까지
건축 당시 위법성 수차례 지적
오정현 목사 "교회는 영적 공공재"

법원은 나라 땅에 특정인이나 단체의 건물(영구 시설물)을 짓게 해 줄 경우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점용 허가를 내줄 때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맞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영구 시설물의 용도가 오로지 특정 사인(私人)이나 단체의 이용에만 제공되는 경우에는, 공공용 재산인 도로에 사실상 영구적인 사권(私權)을 설정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고, 그 사인이나 단체에 공공용 재산으로 명백한 특혜를 부여하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

이번에 법원이 유난한 판결을 내린 게 아니다. 사랑의교회 공공 도로 점용 특혜·위법 시비는 2010년부터 있었다. 서초구청 재난치수과도 허가를 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11년 PD 수첩은 사랑의교회 건축과 공공 도로 점유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에는 주민 감사가 이루어져 서울특별시 시민감사옴부즈만이 "도로 점용 허가는 위법·부당하다"는 감사 의견을 냈다. 2012년 서울행정법원이 선임한 전문심리위원(법학자) 두 명도 대가성이 있거나 장기간 점유 허가를 내줄 경우 위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보다 앞선 2008년에는 동대문구 D교회가 도로를 마주보고 있는 교회 건물 지하로 연결 통로를 내려다 소송에서 진 대법원 판례도 있다.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되는 유사 사례로, 서울시와 주민 감사에서도 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서초구청의 도로 점용 허가가 부당하다고 지적했으나 모두 묵살됐다.

반대 의견이 곳곳에서 나왔지만 서초구청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사랑의교회도 건축을 계속했다. 만일 법원 판단이 교회에 불리하게 나오면, 모든 걸 뒤엎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신중히 진행해야 했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오정현 목사는 주민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이자 건축 반대 목소리가 한창이던 2012년 8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건축이 완성된 후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멘입니까. 그 준비를 잘해야 하는 거야. 이미 배수진 쳤고 출사표를 던졌어요, 지금. 이제 더 이상 이런저런 얘기 나오면 안 되고 집중해서 나가야 합니다. 뭐 서울시가 뭐라 하든 누가 뭐라 하든 간에, 우리는 늘 얘기하듯이 세상 사회 법 위에 도덕법 있고 도덕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고. 100~200명이 그렇게 난리를 치고 행정소송한다는 것이, 서초구에만 우리 등록 교인이 2만 수천 명인데. 영적 공공재라는 게 있어요. 종자연(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사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영적 공공재예요.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출사표를 던졌고 배수진을 쳤다고요."

최근 오정현 목사 측은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에, 사랑의교회는 매주 출석 인원 3만 5,000명이고 등록 교인은 10만 명에 이르는 '국내 3위권 교회'라고 썼다. 2013년 11월 서초 예배당에 입당할 때, 교회는 '하나님께서 다 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최악의 경우 예배당을 갈아엎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대법원이 사랑의교회의 도로 지하 점유를 공익적 목적이 아닌 '임대'와 유사하다고 본 데 이어, 파기환송심 1심에서도 사랑의교회가 특혜를 받았고 위법했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도 교회가 떠안을 부담은 적지 않다.

사랑의교회 본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예배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기네스북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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