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해양수산부(해수부·김영석 장관)가 지난해 4월 밝힌 인양 완료 시점은 7월이었다. 하지만 인양은 차일피일 연기됐다. 7월에서 9월, 9월에서 10월, 10월에서 12월로 정부는 연이어 인양 시점을 변경했다. 세월호는 지금도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해수부는 올해 3월 인양 작업을 본격화해 4월 안에 인양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인양이 계속해서 늦어지자 여러 의혹이 돌기 시작했다. 인양 업체인 상하이샐비지와 해수부가 세월호 화물칸에 있는 짐을 숨기느라 인양 작업이 지연된다는 내용이다. 세월호에 뚫은 수많은 구멍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상하이샐비지와 해수부가 고의로 선체를 훼손시켰다는 주장이다. 유가족들은 5개월째 동거차도에 텐트를 치고 인양 작업 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세월호특별위원회(세월호특위·전해철 위원장)가 1월 16일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새벽 팽목항에서 올라온 미수습자 가족, 희생자 유가족 70여 명과 추미애 대표, 더불어민주당 세월호특위 전해철, 박주민, 송영길, 박광온 의원,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김현태 부단장, 상하이샐비지 장옌 부사장, 인양 컨설팅 업체인 TMC 사이먼 버든 지부장, 시민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에는 미수습자 가족, 희생자 유가족,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상치 못한 난항에 인양 기간 지연

상하이샐비지는 지난해 12월 25일 리프팅 빔(인양 받침대) 33개 설치 작업을 완료했다. 리프팅 빔 설치는 상하이샐비지 인양 공법의 핵심 단계다. 리프팅 빔 설치 완료로 현재 인양 작업 진행률은 공정률 기준 약 75%. 설명회에 참석한 해양수산부 장기욱 인양추진과장이 지금까지 리프팅 빔 설치 작업 과정과 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세월호 선수 하단에는 리프팅 빔 18개가 설치됐다. 빔 한 개 길이는 28m, 폭은 1.8m, 높이는 90cm다. 각 빔은 약 3.5m 간격으로 설치됐다. 장기욱 과장은 상하이샐비지 잠수사가 찍은 영상을 보여 줬다. 상하이샐비지가 크레인과 Pontone(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배 무게를 감소시키는 장비)을 이용해 세월호 선수를 들고, 잠수사들이 직접 선수 아래로 들어가 리프팅 빔을 설치하는 장면이다.

선미 부분은 선체 밑을 굴착해 리프팅 빔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수에 빔을 설치하니 선미 밑에 약간의 공간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굴착만으로 빔을 설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작업 기간도 보름에서 3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130여 일이 소요됐다. 토질 때문이었다. 장기욱 과장은 선체 하단에 있는 토양이 암반은 아니었지만 굴착기 날이 망가질 정도로 단단했다고 말했다.

무인 장비를 이용하는 방식도 작업 기간이 지연되는 데 영향을 줬다. 무인 장비가 굴착하면 잠수사가 들어가 육안으로 확인하고, 확인이 끝나면 다시 장비가 투입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장 과장은 예측하지 못한 난항이 생겨 작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선체 하단 리프팀 빔 설치 작업을 완료했다. 사진 제공 해양수산부

상하이샐비지 장옌 부사장은, 굴착 작업뿐 아니라 인양 작업 초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선체 내에 남은 기름을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샐비지는 해수부에게 받은 자료를 근거로 잔여 기름 대부분이 선체 내의 9개 기름 탱크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잠수사가 투입해서 살펴보니 대다수 기름은 C·D 화물칸으로 유출돼 있었다.

장옌 부사장은 "우리가 해수부에게 받은 정보와 실제 정보가 달라 인양 기간을 세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름 제거 작업도 수작업으로 진행돼 29일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장기욱 과장과 장옌 부사장 발표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미 해수부가 기존에 보도 자료로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항의하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여러 의혹을 질문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상하이샐비지 장옌 부사장이 인양 지연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훈 진상규명분과장(4·16가족협의회) / 해수부가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샐비지와 국내 바지선 업체 오션씨엔아이와 계약을 체결한 걸로 알고 있다. 상하이샐비지가 70%, 오션씨엔아이가 30%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오션씨앤아이가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장기욱 인양추진과장 / 오션씨엔아이는 현장에서 국내 장비를 조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대금 지급 방식, 장비 동원 등에 어려움이 생겨 오션씨엔아이와 상하이샐비지가 협의해 지금은 업무를 재조정했다. 현재 오션씨엔아이는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작업 인력의 비자 문제, 부식 지원, 물자 조달 등을 맡고 있다.

송영길 의원 / 현재 작업 진행률이 75%다. 4월에 인양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도 기상 조건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연장되는 거 아닌가.

장옌 부사장 / 3월 말까지 모든 인양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실제 세월호 인양은 4월 초 시도한다. 바람, 파도, 유속 등 여러 기상 요건이 맞아야 한다. 4월 소조기 때 시도하겠지만 기상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음 소조기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손혜원 의원 / 해수부가 보낸 자료로 인양 작업 계획을 설계했다고 들었다. 왜 해수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상하이샐비지에 제공하지 않았나. 두 가지 오류가 드러났다. 기름이 기름 탱크가 아닌 C·D 화물칸에서 발견됐고, 선미 쪽 해저면이 단단한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해수부가 전달한 자료가 부실했다는 거 아닌가.

장옌 부사장 / 해수부가 제공한 정보는 대부분 정확했다. 다만 해저면 정보는 없었다. 우리는 한국해양과학연구원에 빌린 장비로 토양을 조사했는데, 선체 바닥은 제한이 있었다. 선수 들기를 하고 난 뒤에야 잠수사가 들어가 토질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일부 참가자는 장기욱 과장과 장옌 부사장 발표에 불만을 나타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정성욱 인양분과장(4·16가족협의회) / 선수 들기를 하며 파손된 부위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다.

장옌 부사장 / 철판으로 구멍난 부분은 모두 메웠다.

정성욱 인양분과장 / 천공이 100여 개 있다고 들었다. 1m가 넘는 것도 있다. 천공을 왜, 누구 지시로 뚫었나.

김현태 부단장(세월호인양추진단) / 천공은 상하이샐비지처럼 통째로 배를 인양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구멍을 뚫어 배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상하이샐비지가 이 방식을 제안했고, 계약 전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도 제안한 방식이다. 해수부도 상하이샐비지에 이 방식을 제안했다.

장기욱 인양추진과장 / 천공은 큰 건 1m가 넘지만, 개수는 10개 미만이다. 지금은 모두 막았다. 천공 위치, 위치별 크기를 기록한 자료가 있다. 원한다면 제공할 수 있다.

추가로 세월호 선체 창문, 출입구 등에 유실 방지망을 설치했다. 각 방지망 눈금은 2.5cm다. 처음에는 볼트로 고정했는데, 강한 조류로 볼트가 풀려 모든 망에 용접 작업을 했다. 세월호 주변에는 높이 3m, 가로 200m, 세로 160m 되는 펜스를 둘렀다. 혹시 인양 과정에서 유실될 가능성이 있으니, 인양 후 펜스 내부를 수색할 계획이다.

양한웅 미수습자위원장(4·16연대) / 김현태 부단장에게 묻겠다. 지금까지 해수부가 몇 차례나 인양 연기를 발표했는지 아나. 무려 여섯 번이다. 세월호 선수 들기도 30일 걸린다고 해 놓고, 서너 달 걸렸다. 선미 작업도 보름에서 한 달이면 끝난다고 했는데, 130여 일 걸렸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미친다. 장관이 걸핏하면 인양 연기를 발표하는데 가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

김현태 부단장 / 어머니·아버지 모두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인양 작업을 할 수 있는 대로 했는데, 가족분들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지난해에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올해에는 여기서 말한 기한 안에 인양할 수 있도록 더 긴장을 갖고 책임을 다하겠다.

추미애 대표와 다윤 엄마 박은미 씨가 껴안고 있다. 박은미 씨는 사람을 찾는 데 우선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진실 반드시 인양하겠다"

설명회에 참석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정치권이 세월호 인양에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다윤 엄마 박은미 씨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인양하는 데 힘을 실어 달라, 사람을 찾는 데 우선이 될 수 있도록 나서 달라"고 말했다. 다윤 아빠 허흥환 씨도 "3월부터 본격적인 인양 작업이 시작된다. 배가 올라올 수 있도록 정치권이 관심을 갖고 많이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화 아빠 조남성 씨는 "이런 설명회를 열어 주어 고맙다. 언론을 통해 여러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돌고 있는데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인양 과정이 계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추미애 대표는 미수습자 가족에게 세월호 인양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진실이 아직 깊은 바다에 있다. 진실을 인양하겠다.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이 조속히 통과하고 온전한 선체 인양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세월호 인양 설명회는 3월에도 열릴 예정이다. 세월호특위 간사 박주민 의원은 "인양 작업이 본격화하는 3월 초에도 대국민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세월호특위가 계속해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인양 작업을 점검하고 국민께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