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2006년부터 12년째 '녹색 교회'를 선정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억제, 햇빛 발전소, 음식물 남기지 않기 등 환경문제에 관심 갖고 활동하는 교회를 녹색 교회로 선정한다. 지금까지 46개 교회를 선정했다.

녹색 교회는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보전하는 일을 교회 과제로 삼는다.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무절제한 낭비와 개발을 반대한다. 원미산 끝자락에 있는 부천 지평교회(이택규 목사)는 2008년에 녹색 교회로 선정됐다.

녹색 교회로 선정된 만큼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1월 11일 방문한 지평교회 입구에는 GMO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예배당 안에는 핵발전소 문제점을 알리는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잘 가라! 핵발전소 10만 서명 기독교 본부'가 만든 팸플릿과 배지가 있다. 교인들에게 핵발전소 반대 서명을 받는다. "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위해 내복과 무릎 담요를 이용하자"는 글귀가 써 있다. 장의자 위에 무릎 담요가 놓여 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지평교회. 예배당 안에서는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하는 서명을 받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최초로 태양광발전기 설치한 교회

교회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발전기가 있다. 2006년 최초로 교회 옥상에 발전기를 세워 주목을 받았다. 대체에너지가 대중화되지 않던 10년 전, 어떤 생각으로 발전기를 세웠을까. 설치 계기를 묻자 이택규 목사는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설치 당시 지평교회는 먹거리 운동을 하긴 했지만, 대체에너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무했다. 태양광발전기는 에너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아이디어였다. 설치 비용 1,800만 원도 단체가 내 주었다.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비싼 금액이었다.

"부끄럽죠. 사실 태양광발전기는 교회가 자의로 세운 건 아니에요. 2000년대 초 부천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을 많이 만났어요. 당시 부천시가 원미산을 밀고 놀이동산을 만든다고 했거든요. 시민단체가 반대 운동에 함께하자고 해서 연대했죠. 하루는 교회에 온 단체 관계자가 옥상을 보더니 '여기 태양광발전기를 놓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어요. 의미가 좋고 설치비도 단체가 내겠다고 해서 세우게 된 거죠."

교회 최초로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는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교회에 방문했다. 태양광발전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교회에 들렀다. 교회가 한 게 없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불편했다. 그때부터 대체에너지와 핵발전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평교회는 2006년 한국교회 중 최초로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창조 세계 회복 운동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지 11년째. 이택규 목사는 태양광발전기를 사용하는 게 곧 '신앙 운동'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발전기를 보며 여러 가지를 느낀다. 태양광발전기가 하나님이 값없이 주는 구원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노력 없이 볕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게 하나님의 은총 같다. 교회에 세운 3KW 규모의 발전기는 4인 가구가 한 달간 쓸 수 있는 전기량을 생산해 낸다.

그와 함께 인간의 이기심도 보게 된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한 후 "보기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잇속을 위해 하나님의 선물인 자연을 매일 파괴한다. 더 많이 소유하고 싶어 개발에 열을 올린다. 자신이 더 편리하고 싶어 전기를 절제하지 않고 낭비한다.

결국 이기심은 다른 사람을 억압한다. 이 목사는 '밀양 송전탑'을 예로 들었다. 밀양에 대형 송전탑이 필요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서다. 도시민이 덜 소비하거나 대체에너지를 쓰면 되지만, 정부는 765KW 고압 송전탑을 세우는 것만을 답으로 삼았다. 결국 자기만 편하게 살고자 하는 도시민의 탐욕 때문에,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던 한 농민은 자기 몸에 불을 질렀다. 농사 짓고 살던 할머니들은 윗옷을 벗고 몸에 체인을 감았다.

이택규 목사는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교회라면 교인들의 뜻을 모아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볼 것을 권했다. 자가 발전한 전기를 교회 운영에 쓰거나 한국전력(한전)에 팔 수도 있다. 지평교회는 현재 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한전에 팔아, 수익금 전액을 대체에너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보내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 돈으로 지역 곳곳에 시민 햇빛 발전소를 세운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한전이 1kwh에 760원을 줬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1/10도 안 되는 70원대로 떨어졌어요. 지금 태양광발전기로 수익이 나기는 사실 어렵죠. 그래도 교회가 태양광발전기를 세웠으면 좋겠어요. 금액이 적더라도 거기서 거저 얻은 돈을 소외된 사람에게 흘려 보낼 수 있으니까요."

이택규 목사는 교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1년에 4번
전기 없이 예배

태양광발전기를 당장 세우기 어렵다면 교회와 교인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지평교회는 매월 넷째 주에 차 없는 주일을 시행한다. 매연 속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이택규 목사는 교인들에게 이날만큼은 걸어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전기를 쓰지 않는 예배도 있다. 다섯 번째 주일에는 '생명 촛불 예배'를 드린다. 1년에 4번 정도 된다. 이때는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 형광등도 켜지 않는다. 대신 예배당 안에 촛불을 켠다. 어둑어둑하지만 같이 예배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이택규 목사는 이벤트를 한 차례 열기보다 교인들이 환경을 꾸준히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라고 당부했다. 이 점은 이 목사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평교회가 환경과 관련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모든 교인이 그 의미를 이해하는 건 아니다. 차 없는 주일에 차를 가져오거나 태양광발전기에 관심 없는 교인도 많았다. 이 목사는 "목사로서, 교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연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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