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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으로 기도하기, 시편으로 묵상하기
[서평] 도널드 휘트니 <오늘부터, 다시, 기도> 팀 켈러 <팀 켈러의 묵상>
  • 이원석 (dkdndn2@naver.com)
  • 승인 2017.01.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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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이중적으로 관계 맺고 있다. 하나님과 하나 되어 있는 동시에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간다. 하나님이 우리를 굳건하게 붙잡아 주시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 자신보다 더 우리에게 가까이 계신다. 우리의 몫은 이제 빈손 들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회는 기도와 묵상 등의 경건 생활을 강조한다.

기도에 대한 책은 이미 충분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 더욱이 많은 신자들이 기도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아마도 충분히 기도하지 않았다는 죄책감 덕분일 게다. 우리의 기도 생활은 대체로 조그만 분량의 간구와 기도에 대한 커다란 회피와 두려움으로 구성된다. 물론 여기에 기도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일종의 데코처럼 얹힌다.

진부한 언어를 버리고
성경 말씀으로 기도하기

상당히 많은 기도에 대한 서적들이 나름의 한방을 가지고 있지만, 도널드 휘트니의 <오늘부터, 다시, 기도>(복있는사람)가 내세우는 해법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해법을 살펴보기 전에 그의 진단을 살펴봐야 한다. 휘트니가 보기에 부진한 기도 생활의 원인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기도 방법에 있다.

"진부하고 뻔한 일에 관해 기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중략) 진부하고 뻔한 일에 관해 기도하는 것이 정상적인 까닭은 우리의 삶 역시 진부하고 뻔한 것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19쪽)

그러니까 진부하고 뻔한 문제, 즉 똑같은 사람과 일에 대해 반복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진부하고 뻔한 문제에 대해 진부하고 뻔한 언어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원제가 잘 말해 준다. Praying the Bible. 그러니까 성경으로 기도하기가 해법이다.

"그렇다면 진부하고 뻔한 일들에 관해 진부하고 뻔한 말을 반복하는 판에 박힌 기도를 바꾸는 간단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중략) 기도할 때 성경구절로, 그중에서도 특히 시편으로 기도하십시오." (31쪽)

이 또한 진부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 실용성이 얼마나 참신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를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도널드 휘트니의 설명은 대단히 목회적이다. 가령 다음 설명을 보라.

"말씀으로 기도할 때 여러분은 성경 구절을 순차적으로 읽어 가면서 본문을 읽을 때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 그에 관해 하나님께 아뢰면 됩니다. (중략) 여러분이 생각해낸 것이 그 본문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해도 그렇게 기도합니다." (40쪽)

사실 휘트니는 이 부분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곧장 부연하지만, 이어지는 친절한 설명을 접하면 그의 목회적 통찰이 명확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런 자세하고 친절한 접근이 중요한 것은 성경으로 기도하는 방법이 교회 안에서 낯설기 때문이다.

물론 성경으로 기도하기는 교회사 안에서 오래된 전통으로 전수되어 왔다. 무엇보다 우리 주님이 십자가에서 시편으로 기도하셨고, 초대 교회의 교인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19세기 스코틀랜드의 목사인 로버트 머리 맥체인도 "말씀이 기도가 되게 하라"고 하였고, 조지 뮬러 또한 성경을 통해 기도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망각된 지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오늘부터, 다시, 기도> / 도널드 휘트니 지음 /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144쪽 / 1만 원
시편으로 기도하기

그런데 우리가 <오늘부터, 다시, 기도>에서 특별히 주목할 점이 있다. 휘트니의 해법을 다시 보자. "기도할 때 성경구절로, 그중에서도 특히 시편으로 기도하십시오."(31쪽) 그가 특별히 시편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5장에서 먼저 "시편으로 기도하기"를 말하고, 이어서 6장에서 "성경의 다른 책으로 기도하기"를 이야기한다. 시편에 담긴 기자(記者)들의 풍부한 언어에서 우리의 다양한 감정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편을 기록한 사람들은 하나님께 속했으면서도 혈과 육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우리처럼 그들도 실제로 고난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여러분은 얼마 읽지 않고서도 그들의 말이 여러분의 말이 되고, 그들의 마음이 여러분의 마음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97쪽)

시편은 땅에 속한 인간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에게 나아가는 기도의 여정이다. 속된 정황과 인간적인 정념을 감추지 않지만, 외려 이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향한 경건이 도드라지게 해준다. 그렇기에 휘트니는 시편으로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에게로 우리의 마음을 집중시키고, 자신에 대한 관심을 줄여 갈 수 있게 해 준다.

"성경 구절, 특히 시편으로 기도하는 일은 여러분의 기도가 좀 더 하나님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중략) 이 시편들로 기도할 때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 우리 자신에게서는 더 멀어지게 됩니다." (91, 93쪽)

시편으로 노래하기

그렇게 본다면, 시편에 대한 교회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다. 존 스토트의 묵상집[<내가 사랑한 시편>(포이에마)]이나 스펄전의 강해집(Tresury of David)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시편이 사랑받기에 오늘날까지도 시편에 대한 연구와 공부와 묵상이 넘칠 지경에 이른다. 팀 켈러가 시편에 대한 묵상을 내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팀 켈러의 묵상>(두란노)의 원제는 '예수님의 노래(The Songs of Jesus)'이다. 이는 "예수를 가르쳐 보여 주는 노래", "예수님이 부르신 노래", "예수님을 향한 노래"라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15쪽). 이 세 가지 의미가 시편으로 수렴되고, 이 책은 시편 묵상집이다. "이 책은 365일 동안 날마다 시편 본문을 읽고 깊이 새기도록 꾸민 매일 묵상집입니다."(11쪽)

팀 켈러는 "시편 자체가 거룩한 영감을 받아 기록된 묵상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도널드 휘트니와 마찬가지로 시편이 포괄하는 다양한 내면세계를 주목한다. "거룩한 영감을 담은 광범위한 음성으로 다양한 기질과 체험을 두루 아우릅니다."(11쪽) 그로 인해 휘트니는 시편을 우리의 기도를 위한 매개로 삼는다.

그러나 팀 켈러는 휘트니와 달리 시편 읽기를 위한 보조 자료로 이 책을 집필했다.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시편과 함께 떠나는 처음 몇 차례 여정을 도와줄 가이드가 필요합니다."(12쪽) 그러한 목적을 따라 켈러 부부(팀 켈러와 캐시 켈러)가 함께 "본문의 속뜻을 간략하게 살필 수 있는 글과 기도"를 마련했다.

이 시편 묵상집에 수록된 글이 만만하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켈러 부부의 글은 그들이 얼마나 시편을 오랫동안 그리고 깊이있게 묵상했는지를 보여준다. 언어는 단순하지만, 그 속의 사유가 단단하게 응집되어 있다. 팀 켈러의 지성과 영성을 헤아려 볼 수 있게 해 주는 묵상집이다. 특별히 기독론적인 지향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경 전반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시편을 읽어 가노라면 저절로 예수님께 눈길이 가기 마련입니다. 시편은 예수님의 노래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중략) 예수님은 지상에 계시는 동안 끊임없이 시편을 노래해 마음에 아로새기셨을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시편은 단순히 주님이 즐겨 부르셨던 노래가 아니라 그분 자신에 관한 노래입니다. 시편은 결국, 말 그대로 예수님의 노래들입니다." (10쪽)

<팀 켈러의 묵상> / 팀 켈러, 캐시 켈러 지음 / 최종훈 옮김 / 두란노 펴냄 / 392쪽 / 2만 원
시편을 통해서
하나님에게로

팀 켈러의 통찰이 옳다. 시편을 노래하고, 시편으로 묵상하는 동안에 우리는 자연스레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된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 계신 하나님에게로 나아가게 된다. 시편은 하나님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영적인 사다리이다. 도널드 휘트니와 팀 켈러의 저작 두 권을 함께 소개한 이유는 시편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촉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시편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나아가게 도와준다. 시편으로 기도하건, 아니면 시편에 대해 묵상하건 다를 바가 없다. 이는 예수님과 초대교회와 중세 수도원과 현대 복음주의가 증명하는 바이다. 우리가 시편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고자 함에 있어서 <오늘부터, 다시, 기도>와 <팀 켈러의 묵상>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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