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에 '시즌'이 있다?

동·하계 방학이면 수많은 '기도 편지'를 받습니다. '또다시 선교 시즌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도 편지 내용은, 해외 선교를 가니 도와 달라는 것입니다. 방학 시즌이 되면 많은 청년이 선교를 떠납니다. 교회 역시 바빠집니다. 교회를 다니면 한국이 '선교 대국'이라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의 선교사를 파견하는 국가입니다. 한국선교연구원 통계치를 살펴보면, 1973년 93명에 불과했던 해외 파견 선교사는 1986년 411명, 1989년에 1,178명으로 증가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세계 5-7위 수준에 이르렀고, 2010년에는 파견 선교사가 2만 명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수준이나 개신교가 들어온 역사를 생각했을 때, 실로 엄청난 숫자입니다.

한국교회의 독특한 제도가 '단기 선교'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기도 편지 역시 대부분이 단기 선교사들이 보낸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선교사가 될 수는 없으니, 단기로나마 선교를 체험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단기 선교의 취지입니다. 단기 선교 프로그램들이 일정 수준의 교회 규모가 되면 존재합니다. 단기 선교는 국내로 가는 선교와 해외로 가는 선교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단기 선교의 꽃은 '해외 선교'입니다. 보통은 개발도상국으로 가서 선교 활동을 합니다.

단기 선교는 교회에서 엄청난 행사입니다. 해외 단기 선교를 나가기 위해 몇 개월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선교를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면,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개인 능력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선교를 위한 후원 행사와 기도회가 열리게 됩니다. 선교를 다녀온 후에는 선교팀이 준비한 특송, 선교 이후 간증 등까지 많은 시간을 선교에 할애합니다.

선교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한국교회에서 선교 담론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번 글은 해외 선교 내지 단기 선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전체적으로 보고자 함이 아닙니다. 선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의 선교'라는 측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함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단기 선교에 비해, 우리 주변 이웃들에게 얼마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다시, 선교를 생각하다

선교란 무엇일까요? '선교'라는 단어는 성경에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부르심', '보내심' 등 간접적으로 선교를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단적인 예로 선교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사도행전 1장 8절, 마태복음 28장 19-21절에도 선교라는 단어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선교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 'mitto'(mittere, missio)에서 유래했습니다. 그 뜻은 '보내다', '파견하다' 정도입니다. 오늘날 선교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 문맥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 설명합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하나님의 선교>(IVP)에서 선교가 "성경 전체"라고 말합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과, 우리가 그 사역을 알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교의 범위는 '하나님의 선교'의 범위를 반영해야만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것은 또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의 규모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나라 백성으로서 우리가 하나님의 구속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설명합니다(<하나님의 선교>는 선교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한 번쯤 읽어 보실 만한 책입니다).

논의를 정리하겠습니다. 선교는 하나님나라를 전하고자 하는 활동입니다. 하나님의 구속 사역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선교입니다. 구약과 신약에서 증거하고 있는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mission)입니다.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부름 받은 사람이 선교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가 선교사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한국교회의 선교 담론은 너무 작습니다. 한국교회는 선교하면 이내 '해외 단기 선교'를 떠올릴 만큼 담론이 작게 형성되었습니다. 선교는 지금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모든 행위입니다. 사실상 성경 전체가 '선교'라는 전제를 떠올렸을 때, 우리의 선교 담론은 더 확장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성도를 '일상의 선교사'로 키우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선교는 매일매일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정한 기간을 정해 어딘가로 향하는 선교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땅에 하나님나라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행위가 선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가진 자들로부터 전해진 것이 아닙니다. 이 사실이 한국 선교 담론에서 쉽게 잊히곤 합니다. 그렇기에 선교는 방학과 휴가에 이루어지는 '단기 선교'가 아니라, 일생을 두고 하는 '장기 선교'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구속 사역은 단기간에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은 어디에 가 있습니까?

우리 눈이 너무 먼 곳에 있지 않은 것인지 고민이 듭니다. 제가 보기엔 우리 주변에 진짜 복음이 필요한 곳이 가득합니다. 답답한 세상에서 어려워하는 우리의 이웃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구의역 청년의 죽음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인 이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예수 없이 이놈의 세상에서 희망 없이 사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저임금 노동 속에서 하루하루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실직으로 살기 막막한 가장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이웃들에게 주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단기 선교에 쏟는 열정을 우리 이웃에게 쓰면 어떨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에 대한 열정은 지나치고, 우리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열정은 부족합니다. 단기 선교를 위해 하는 기도, 비용, 시간, 관심을 우리 이웃인 지역사회, 학교, 직장에 쏟는다면 개신교는 어떻게 될까요? 한국교회는 생기를 찾을 것입니다. 단기 선교를 없애거나 해외 선교를 나가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선교사를 파견하지 말자는 것 역시 아닙니다. 다만, 복음 전파가 안 된다는 이유를 가지고 우리 주변의 이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말로 '하나님의 눈이 향해 있는 곳'이 선교지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 눈은 어디에 있습니까? 해외 개발도상국에도 하나님의 눈이 향해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 주변 그 어딘가에 하나님의 눈이 향해 있습니다. 지금도 복음이 필요한 곳에 하나님의 눈이 향해 있습니다.

친구가 되어 주는 교회

우리 이웃들을 교회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이 선교의 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공동체 안으로 우리 이웃들을 불러야 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금전적으로 돕자는 담론은 분명 교회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과 함께 예배드리자는 담론은 부족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구제의 대상으로는 봐도, 공동체의 대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사회와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보내는 돈 몇 푼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복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나누는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복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예수님처럼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 위치에서 하나님나라를 전하는 것이 선교입니다. 하나님나라 가치를 가장 잘 보여 주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저 멀리서 "하나님나라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때로는 술꾼이, 때로는 먹보가 되기도 하면서 약자들과 함께 먹고 마셨던 분입니다. 사회에서 기피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된 예수님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한국교회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선교 담론은 바뀌어야 합니다. 선교 시즌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그때 '바짝' 신앙을 끌어올리고 준비해서 해외로 나가는 일을 그만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선교지입니다. 물론 해외에 나갈 수 있고 단기간 헌신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학교, 지역사회, 직장도 모두 선교지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모두 나름대로 선교지로 파견받았습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선교는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어야 합니다.

*도움을 얻은 글

김경재 외(2007), <무례한 복음>, 산책자
크리스토퍼 라이트(2010), <하나님의 선교>, IVP
한국선교연구원(2012), <한국선교의 현재>, http://krim.org 공개자료실
"[김진호의 '웰빙-우파와 대형 교회'](13) 1990년대 해외 선교 열풍, 그 끝자락", <주간경향>, 
2016.10.11(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610041640361&pt=nv#csidx8dd3a01915fed7187b896f17168f0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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