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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청년 운동, 실패의 기록
하나님나라 향한 '올바름'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 조성엽 (sinech707@snu.ac.kr)
  • 승인 2017.01.0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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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다는 것, 흥한다는 것

어떤 일은 되는 대로 끄적이다가 문득 번창하고, 어떤 일은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는 듯하다가 흐지부지 스러진다. 하나님 뜻을 좇는다는 크리스천 운동도 사람 손을 아예 거치지 않을 수 없어서 더러는 흥하지만 더러는 망한다는 인간사의 법칙을 피해 가지 못한다. 흥하는 운동은 감사의 고백과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망한 운동은 잊혀 어디로 증발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망한 운동이 시야에서 스르르 사라지는 일은 애석하다. 나름대로 세우려던 청운의 뜻과 순수한 마음, 그것이 현실과 뒤엉키며 빚은 불협화음, 그리고 이를 돌파하려던 순수한 기개와 노력, 좌초한 다음의 헛헛함과 뒤늦게 찾아오는 깨우침마저도 모두 없었던 것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런 애석함에 과거의 편린이나마 주워 모으려는 노력이다. 망국의 역사서를 편찬하는 사관의 사적인 기억이다.

좌초한 '하나님나라'의 꿈

나는 한 크리스천 사회단체에 속해 있었다. 아직 성업 중인 단체라 거명하기에 꺼림직하지만 '하나님나라를 이 땅 위에'라는 모토를 언급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겠다. 우리 단체는 크리스천 청년 학생을 교육해 훌륭한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았다. 사회 각 곳에 훌륭한 크리스천 리더가 세워지면 적폐가 절로 해소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교육생으로 입학해 정규 과정을 이수한 사람 중 하나였다. 내가 과정을 끝마쳐 가던 때 우리 단체는 매거진 발간 사업을 새로 시도하고 있었다. 사업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전파되던 기독교적 가치를 매거진을 통해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들과 사회 전반에 전파하자는 의도였다. 둘째는 구체적으로 부조리와 부정의가 횡행하는 사회 현실을 기독교의 진리와 청년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해부해 보자는 생각이었다(미국 <소저너스> 같은 저널이 모델이었다). 당시에 과정을 갓 수료한 학생들이 매거진 발간 팀의 주축이었다. 그때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열의에 차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결과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처음 결성한 팀은 1년간 매거진 2권을 발간하고 흐트러졌다. 반년 정도 더 암중모색했지만 흐지부지할 뿐이었다. 첫 팀이 식물 상태에 들어가자 단체는 두 번째 팀을 출범시켰다. 두 번째 팀은 1년 반 동안 매거진 3권을 내고 해산했다.

참여한 사람들의 열의와 진심을 한 문장으로 짜부라트리는 게 사뭇 무례해 보일 수도 있겠다. 두 팀 모두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나는 두 팀이 만 3년간 5권의 매거진을 빚어내는 데 모두 참여했다. 그래서 두 팀 모두 최선을 다했음을 안다. 최선의 노력이 때로 최선의 결과를 약속하지 않음도 안다. 나는 우리 노력이 먼지로 돌아갔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먼지로 돌아가게 만든 단초를 우리 안에서 탐색하고 싶다.

배를 엎은 자 누구인가 

우리가 실패했던 이유는 교회 안에서 통용되는 논리를 바깥에서 똑같이 답습한 데 있었다. 모양새는 언론사였으나 조직 내부 논리는 교회 청년부와 마찬가지였다. 청년부에 들어맞는 방식을 청년부가 아닌 다른 조직에 가져오면 응당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이로부터 생긴 부조화와 파열음이 조직 운영의 문제로 비화했고, 팀을 해산시키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겪었던 문제들이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크게 세 가지 범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생업을 따로 가진 사람들로서의 한계였다. 이는 가장 직접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기사를 쓰고 사진을 편집해 출판하는 작업은 저널리즘적 소양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 팀에는 마땅히 그런 소양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모인 사람 모두 마음 뜨거운 기독 청년이었고, 각자 분야에서 훌륭한 전문 인력이었으나 기자는 아니었다. 때문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상품이 되지 못한 채 아이디어로 머무르고 말았다. 팀으로 모여 있었지만 마땅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하나둘 빠져나가 와해되고 말았다.

빠져나간 이유는 다름 아닌 취직이었다. 생업에 종사하러 간 것이다. 공통적으로 팀원들이 다른 직업을 가진 비전문 인력이기에 생겨난 문제였다. 비전문 인력들이 모여 전문적인 작업을 기도하는 일은 일견 비상식적이나 교회 청년부에서는 익숙한 모습이다. 청년부 리더 중 많은 수가 신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은 채로 발탁되기 때문이다.

우리 팀이 기자인 사람도 없이 감히 매거진을 만들겠다고 나섰던 것은 애초에 교회에서의 체험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막막하기만 한 기대임을 지금은 짐작하겠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래의 더 근본적인 이유들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낙관주의였다. 크리스천 운동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도 '하나님께서' 일을 이루어 가시리라는 굳은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기자인 사람이 없어도 성공하리라고 믿었다. 그야말로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나머지 모든 것은 술술 풀려 나가고 '나의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우리 사업마저도 인도하시리라 생각했다. 우리 '마음의 중심'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 내려와 이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의가 바로 서는 것 말고 다른 데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동기가 성공을 담보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운 마음씨들이 때로 조직의 발목을 잡았다.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낙관주의가 철저하고 진지한 분석이 요구되는 대목에 끼어들어 결정을 방해했다. 서로를 '자기 몸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날카롭게 비판하고 각하해야 할 의견까지도 일일이 주워 모으게 만들었다.

자본주의경제의 부조리를 역설했으므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고, 끝까지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동기의 깨끗함에 기댔다. 그렇게 내어놓은 상품의 운명이라야 사실 뻔한 것이었다. 판촉이 잘되지 않았고 사무실에 재고만 잔뜩 쌓였다.

세 번째 문제는 '헌신' 이데올로기로부터 생겨났다. 우리 팀은 교회와 단체에서 배웠던 대로 크리스천이라면 응당 값없이 받은 은혜를 값없이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산 목록에 '인건비' 항목을 전혀 만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개인적으로 부담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단체도 과정을 밟는 학생에게 교육비를 부담시키지 않으며,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청년부도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섬기는' 청년들의 시간과 노력으로 유지된다. 우리도 자본주의경제를 사뭇 경시하는 마음에서 급여 성격의 대가를 주장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적 사고를 경시한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앞서 기술한 역량의 한계나 낙관주의적 태도는 우리 상품이 시장의 기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반성해 보면 금세 깨우쳐지는 것들이다. 비록 하나님의 뜻을 좇는 일이라 해도, 이를 노동으로 생각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긴장감과 책임감을 약간이나마 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결국 팀원들 각자 생업을 향해 떠나감으로 끝이 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지만

교회의 질서에서는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베풀고, 호의를 가지고 교제하며, 깨끗한 의도가 결과상 실책을 덮어 주기도 한다. 교회는 바깥과 다른 곳이며 바깥의 탁한 모습을 닮지 말아야 한다. 도리어 교회가 내포한 또 다른 질서를 사회에서 구현하고 실현하는 것이 교회의 과제이며 크리스천이 해야 할 바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다. 목적지의 올바름이 가는 길의 올바름을 담보하지 않는다. 교회 논리를 사회로 그저 옮겨다 놓기만 해서는 실패할 뿐이다. 이미 수많은 크리스천 청년이 도중에 좌초했다.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어떻게' 옮겨 놓으려는가? 순수한 마음만으로는 이내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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