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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집 마련해 주다 1억 빚졌다
착한주택협동조합 보후너스 배정훈 조합장 "기독교 사랑은 이웃 배려하는 것"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1.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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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빚이 얼마죠?"
"한국사회투자에 8,500, 은행에 1,500 가까이 빌렸으니 한 1억 되겠네요."
"1억이요?"
"네….(웃음)"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착한주택협동조합 '보후너스' 배정훈 조합장(35)이 멋쩍게 웃었다. 배 조합장은 얼굴을 붉힌 채 미소 지으며 빚이 1억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있어서 저러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는 2014년 서울 성북구 소재 석관동 하우스 문을 열며 착한주택협동종합 보후너스를 만들었다. 보후너스는 넓을 보(普)와 공 훈(勳), US(우리들)를 합친 말이다. '스스로를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빈집을 장기 임대해 내부 수리 후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내준다. 석관동 하우스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장위동·신림동·길음동 하우스를 열 예정이다.

그가 빚을 지면서까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월 6일 서울 강북구 길음동 한 카페에서 배정훈 조합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착한주택협동조합 배정훈 조합장. 동생과 살 집을 구하다 쉐어 하우스를 만들게 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쉐어 하우스를 만들다

동생과 서울에 살 집을 구하기 시작한 게 협동조합을 만든 계기였다. 2013년 여름, 배 조합장은 서울 성북구에서 동생 배지훈 씨와 살 집을 찾고 있었다. 지훈 씨가 군대에서 전역해 학교에 복학했고, 배 조합장도 서울교육대학교에 입학했던 터였다. 집안일 때문에 입학이 늦어졌다.

처음에는 동생이 다니는 학교 인근 성북구 안암동에 거주하려 했는데, 집값이 터무니없이 높았다. 좀 더 집값이 낮은 곳을 찾다 보니 지하철역 한두 정거장 정도 멀어졌다. 부동산 사장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왔다며 석관동 단독주택을 소개했다. 60평짜리 이층집.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80만 원이었다.

"가격 조건이 좋았는데 둘이 살기에는 컸다. 언론 기사를 통해 봤던 쉐어 하우스 생각이 났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 저비용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니 다들 좋은 생각이라며 돕겠다고 하더라. 나와 동생, 지인 2명이 각각 자금을 출연해 보증금과 공사비를 마련하고 보후너스를 만들었다."

석관동 집은 몇 개월 방치되어 내부 수리가 필요했다. 배 조합장 아버지는 설비, 인테리어 일을 한다. 배 조합장과 지훈 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며 자랐다. 어릴 때 설비 공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고 배 조합장이 말했다.

어릴 적 실력(?)을 발휘해 겨울방학 내내 집을 뜯어고쳤다. 바닥 배관을 수리하고, 오래된 나무 벽은 모두 뜯어서 새로 갈았다. 그 외에 옥상 방수, 보일러 교체, 대문 수리, 페인트 칠, 샤시 교체 등의 작업을 했다.

새 단장을 마친 석관동 하우스는 새 집 같았다. 보후너스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도 홍보 글을 올렸다. 배 조합장과 동생 지훈 씨를 포함해 입주자 7명이 모였다. 30대 직장인부터 19살 대학교 새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방이 7개 있어 입주자들은 각방을 쓸 수 있었다. 월세는 방 크기에 따라 30~35만 원. 1년이 지날 때마다 5만 원씩 깎았다. 오래 살수록 월세가 저렴해지는 방식이다.

"수입에 지출을 빼고 나면 0이 되게 하고 싶었다. 애당초 돈을 벌기 위해 협동조합을 차린 게 아니었으니. 공사비 1,000만 원만 회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공사비는 2년 뒤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내부를 시공하고 있는 배정훈 조합장. 대다수 작업은 배 조합장과 동생 배지훈 씨가 도맡았다. 사진 제공 배정훈
입주자들끼리 내규 만들어 생활

쉐어 하우스, 공동체 하우스를 취재하면 항상 묻는 게 있다. 입주자끼리 싸우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좋은 마음 좋은 뜻으로 모였어도 갈등은 생기는 법. "갈등은 분명히 있다"고 배 조합장은 말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두 입주자가 심각하게 다퉜다. 이유를 들어 보니 에어컨 때문이었다. 선호하는 에어컨 온도, 운용 시간이 서로 달라 갈등이 생긴 거다. 같이 살면 사소한 일로 큰 싸움이 나기도 한다. 입주자들이 모여 이 문제를 놓고 대화했다. 덥더라도 추위를 잘 타는 친구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갈등은 분명히 있다. 그럴 때일수록 서로 문제를 공유하고 대화하면 풀 수 있다."

입주자들은 스스로 내규를 만들어 갔다. 배 조합장이 내규를 정해 입주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입주자들이 화장실 이용 시간, 에어컨 작동 시간, 청소 당번, 분리수거 담당 등을 스스로 정했다. 스스로 만든 규칙이라 그런지 다들 잘 준수했다고 배 조합장은 말했다.

봄꽃이 피면 입주자들끼리 봄 소풍을 가고, 날이 좋으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서로 기념일을 챙기고, 주말에는 연극·영화를 보러 다녔다. 입주자 대다수는 학업, 구직을 위해 지방에서 홀몸으로 상경한 상태였다. 혼자 낯선 도시 생활을 견디는 것보다 함께 사는 게 이들에게 힘이 됐다.

석관동 하우스가 문을 연 지 1년이 지날 때였다. 하나둘씩 '졸업'하는 이가 생겼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했던 한 친구가 시험에 붙어 하우스를 나갔다. 결혼·유학을 이유로 떠나는 이도 있었다. 배 조합장은 쉐어 하우스가 이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길음동·신림동·장위동 하우스도 오픈

배정훈 조합장은 석관동 하우스를 운영하며 단점 하나를 발견했다. 주거 안정성이다. 석관동 하우스는 임대계약 기간이 4년이다. 배 조합장은 입주자가 내부 수리를 마쳤으니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거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책이 필요했다.

부동산을 돌며 저렴하게 장기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한 부동산 사장이 이런 건 나라가 할 일인데 왜 젊은이들이 나서냐고 핀잔을 주었다. 배 조합장은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거 같았다. 동생과 함께 바로 세종시로 내려갔다.

"국토부·기재부·교육부를 돌며 청년을 위한 주거 정책이 없는지 문의했다. 한 공무원이 한국자산공사에 매물이 좀 있으니 그쪽에 문의하라고 했다. 서울에 올라와 한국자산공사에 찾아갔다. 이번에는 지자체에 문의하라는 답이 오더라. 영등포·서대문·용산구청 등을 돌아다녔다. 다음은 시청이었다. 시청에서도 여러 부서를 돌아다녔는데 다들 곤란하다고만 했다."

집으로 돌아온 배 조합장은 신문을 보다가 서울시 주택정책과가 '사회 주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서울시 사회 주택 프로그램은, 사업자가 빈집의 집주인과 장기 임대를 계약했을 때 리모델링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정책이다. 집주인은 임대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대신 사업자는 오래된 빈집을 리모델링한다.

'이거다' 싶었다. 서울시 주택정책과에 찾아가 사회 주택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 결과 지금의 길음동, 신림동 하우스를 만들 수 있었다. 서울시는 길음동 하우스 공사비에 6,000만 원을 지원했다. 한국사회투자는 5,000만 원을 연이율 2%로 빌려 주었다.

길음동 하우스는 11가구를 수용할 수 있다. 배 조합장은 예전에 여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8년 동안 빌리기로 하고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입주민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각 방에 개인 화장실도 마련했다. 내부 공사는 끝났지만 아직 집기가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배 조합장은 올해 초 단장을 마치고 입주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월세는 27~33만 원이다.

신림동 하우스는 이번 달 안에 입주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다섯 가구를 수용할 수 있다. 월세는 19~25만 원이다. 단독주택의 한 층을 6년간 임대했다. 서울시가 공사비로 2,000만 원을 지원했고, 한국사회투자는 3,500만 원을 빌려주었다.

인터뷰 내내 배 조합장은 분주해 보였다. 이날은 장위동 하우스가 입주를 받기 시작하는 날이었다. 장위동 하우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쉐어 하우스형 청년 주택'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주택이다. LH가 건물을 신축한 뒤, 민간 사업자에게 시세보다 70%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하는 사업이다. 사업 정책에 따라, 민간 사업자는 시세보다 50%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자에게 빌려주고 차익으로 수익을 낸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지만, LH 담당자는 10년은 거뜬히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장위동 하우스는 1층에 주차 시설을 갖춘 신축 빌라다. 8호로 이뤄져 있고 각 호당 방이 세 개다. 총 24가구를 수용한다. 월세는 각 가구당 평균 13만 7000원. 보후너스는 차익으로 얻을 수익을 장위동 하우스에 재투자했다. 5년치 수익을 계산해 은행에 대출한 뒤, 각 호에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등을 구비했다. 하우스로 수익을 내지 않겠다는 보후너스 철학을 반영한 조치다.

신림동 하우스 거실 공사 전(위)과 후(아래). 사진 제공 배정훈
신림동 하우스 방 공사 전(위)과 후(아래). 책상, 침대도 보후너스가 직접 제작했다. 사진 제공 배정훈
청년들 주택고 덜어 주고파

보후너스의 목표는 청년들이 겪는 주택고를 덜어 주는 것이다. 보후너스 홈페이지에서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자가 신청서와 서술형 질문(하고 싶은 말, 보후너스에 바라는 것)을 작성하면, 조합원 넷이 입주를 결정한다. 20~30대 1인 가구는 거의 다 받아 준다.

각 하우스는 석관동 하우스처럼 입주자들이 스스로 내규를 정하는 방침이다. 입주가 끝나는 대로 설문 조사를 통해 건물 관리 규정과 호별 생활 규칙을 만들 계획이다. 배 조합장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하면 편하겠지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주자 스스로 규칙을 정하게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보후너스는 수익에 주안점을 둔 구조가 아니다. 박리다매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지금은 수익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세 개 하우스가 문을 열고 입주자가 늘면 수익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배 조합장은 "빚은 5년 후면 상환할 수 있는 구조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후 얻은 수익으로 하우스를 늘려 갈 계획이다. 조합원 4명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하우스가 많아지면 수익 구조가 안정화될 거라고 본다. 일단, 청년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길음동 하우스 이름은 DREAMKEN HOUSE. 꿈을 키운다는 의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독교=사랑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배정훈 조합장이 운영하는 방식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먼저, 월세가 들쑥날쑥했다. 석관동 하우스는 월세가 30~35만 원이지만, 일부 입주자에게는 더 낮은 임대료를 받기도 했다. 장기 연체하는 이도 있었다. 입주자 형편을 고려한 조치다. 다른 입주자는 모르고 배 조합장만 이 사실을 알았다. 입주자가 들어올 때 작성하는 협의서(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적어도 돈 때문에 나가는 일은 없습니다."

배 조합장은 석관동 하우스에서 7개월 살다가 방을 빼고 일산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짐을 옮겼다. 배 조합장 방은 쉐어 하우스에서 제일 컸는데, 큰 방을 혼자 쓰기 미안했다. 일산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면 교대역까지 어렵지 않게 올 수 있었다. 지금은 동생 지훈 씨가 가장 작은 방(1.5평)에서 지내며 석관동 하우스를 관리한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출석했다. 소위 모태신앙이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말씀이 나도 모르게 내게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양심을 지키며 살고 싶었다. 방을 나온 이유도 혼자서 큰 방을 쓰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배 조합장은 인건비도 받지 않았다. 배 조합장과 동생 지훈 씨는 석관동 하우스를 비롯해, 길음동·신림동·장위동 하우스 내부 공사 도맡았다. 전기, 하수 등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만 외부 인력을 불렀다. 공사비는 대부분 재료비로 쓰였다. 공사비가 저렴한 이유다.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을 거의 매일 묵상한다. 기독교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기독교인이 평생 지켜야 할 중심 가치다. 나보다 이웃을 더 생각하고 돌보고 배려하는 게 사랑 아닐까. 대단한 소명을 갖고 쉐어 하우스를 만든 건 아니지만, 성경의 가르침이 내 삶에 영향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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