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뉴스앤조이 (뉴욕) = 경소영 기자] 킹덤 컨퍼런스 둘째 날, 오전 예배 후 긴 책상과 의자 8개가 단상에 놓였다. 이번 집회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토크 콘서트 '킹덤은 일상을 싣고'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이번 킹덤의 키워드가 '일상'인 만큼, 자신만의 일상을 오롯이 나눌 준비가 된 발언자들이 의자를 채웠다.

일상에서 어떻게 하나님과 교제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예배 때 강사 목사들의 꽉 찬 설교로 족하다. 이제 서로의 일상이 궁금하다. 나의 일상은 남들과 비슷할까. 다르다면 얼마나 다를까. 부모 세대의 일상과 대학생, 직장인의 일상은 어떨까.

(호칭 생략) 왼쪽부터 윤은혜, 김일환, 강은혜, 김현혁, 최유선, 이진석, 이다솜, 김종필 8명이 각자의 일상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자기 고백을 하고 있는 모습.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20대 대학생 최유선 씨, 20대 대학생 김현혁 씨, 음악 전공 후 금융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강은혜 씨, 40대 주부 이다솜 씨, 50대 베테랑 직장인 김일환 씨, 킹덤의 산증인 이진석 목사가 마이크 앞에 앉았다. 진행은 킹덤 이사장 김종필 박사와 윤은혜 교수(템플대)가 맡았다. 세대와 성별, 직업과 환경 등 다양한 상황의 '우리' 일상을 나눈 토크 콘서트를 요약하여 지상 중계한다.

- '일상'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는가.

최유선 / '일상' 하면 '시험'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책하고, 결과가 좋으면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해 준다. 결과에 울고 웃는 일상이다.

김현혁 / '하나님나라'와 '일상'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옷을 고를 때, 마음에 들어 주문했는데 막상 옷을 받아 보니 잘 맞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일상에서 하나님과 늘 다투고 있는 듯하다. 편하게 살고 싶어 타협하고,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다.

이다솜 / 내 일상은 밥상이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반, 인생의 꿈을 꾸는 것이 반이다. 하루에 세 번 밥 차리는 것이 매일 이어진다. 그 일상은 힘이 세다. 지리멸렬하다. 그 일상이 날 마흔으로 만들었다. 밥상 차리는 일상의 역습이다. 마흔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웃음)

강은혜 / 사전을 찾아보니 일상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더라. 내 일상에도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다른 듯 같은 일상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석 / 오전에 일어나면 멍 때리는 시간이 있다. 커피를 마시고 기도, 묵상을 한다. 얼마 전 아버지가 치매로 판정이 나서 가족과 회의를 했다. 자녀들이 집에 와 있어서 식사를 챙겨 주고, 오후에는 심방하고 유아원 일도 본다.

김일환 / 새벽 4시 50분이 일어나서 아내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준다. 그리고 나는 직장에 간다. 6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오후 4시에는 나와서 픽업을 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국내 선교를 꾸준히 하고 있어서 그 또한 일상이지 않나 싶다.

연장자인 김일환 씨가 일상이 된 선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이진석 목사는 목회자를 대표하여 목회자가 마주하는 일상에 대해 나누었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 각자의 일상을 간단히 듣고 보니 참 다양하다. 특히 김일환 집사님은 오랫동안 선교를 해 왔으니 일상이 선교가 되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각자의 삶에서 하나님은 일상 안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은혜 / 나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바로 금융회사에 들어갔다. 특이한 경우다. 10년째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 때문에 더 열심히 업무에 임하게 되는 것 같다. 비록 음악과 관계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인으로서 교회에서 사역들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전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안에서는 그저 내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한다. 회사에서 내 일상에 관심 두는 동료가 간혹 있다. 교회 관련 일정이 잦은 터라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은 교회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교회는 어떤 곳이니?"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회사 동료 중에는 교회에 상처받고 안티 크리스천이 된 사람도 있어서 굳이 교회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책 <순전한 기독교>(홍성사)를 한 동료에게 권했더니 "나 원래 이 책 무척 읽고 싶었다"라고 하며, 다 읽고 교회에 가보겠다고 말하더라. 하나님이 내 일상에서 선교하시는 것 같다. 나를 그저 그 자리에 두시고, 선교를 하나님이 하신다.

할머니만 95% 정도 있는 작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새로운 음악을 어르신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힘없는 노인을 섬기고 싶다는 기도를 드린 적이 있다. 막연한 기도였지만, 이제 노인이 많은 교회에서 음악으로 섬기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응답하셨다고 생각한다.

강은혜 씨가 일상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이다솜 씨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어려웠던 일화들을 나누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이다솜 / 나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왔다. 언어도 익숙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삶이 매우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선교사를 꿈꾸며 해외 선교를 많이 나갔고, 통일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있어 그 분야를 공부하며 기도해 왔다.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무척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게 됐다. 한국에서의 일상을 내려놓고 미국에 와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차츰차츰 적응하며 하나님이 날 미국으로 보낸 뜻을 깨닫게 된 것이다(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인터뷰 기사로 별도 게재할 예정이다).

최유선 / 약대에 다니며 학업이 일상인 삶을 살고 있다. 스트레스는 무척 많이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적응을 한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사실 난 학업과 신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다. 그런데 잘되지 않았다. 부모님을 떠나 불안정한 삶을 살며 힘든 때도 있었지만, 일상에서 별문제가 없을 때는 하나님을 찾지 않는 나를 보았다.

김현혁 / 공부도 신앙도 참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는 하나님을 늘 원망했다. 그럴 때 '나에게 하나님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차근차근 정리를 해 보니, 하나님은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분이었더라. 난 나의 신앙이 기복적이지 않다고 굳게 믿었었는데, 결국 나도 나를 잘되게 하는 수단으로 하나님을 믿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잘되지 않을 때는 하나님이 미웠다.

잘못된 신앙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한 번의 깨달음이 모든 걸 변화시켜 놓지는 못했다. 마치 부모님과 싸우고 집을 나왔지만 막상 갈 곳이 없어 다시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 잔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과정 가운데 있는 것 같다.

김현혁 씨가 일상과 하나님나라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 모두 일상 속의 신앙을 잘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무엇인지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

김일환 / 30년간 직장인으로 살았다. 이 정도면 내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문가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난 매일 잠언을 보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한다. 성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을 놓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가 확실치 않지만, 하나님은 가장 좋은 것으로 좋은 때에 인도해 주신다. 좋으신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믿고 살면 좋겠다.

강은혜 / 나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좀 달랐다. 같이 음악을 공부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오페라 무대에 서는 꿈을 꾸거나 명성이 있는 음악가가 되길 원했다. 그러나 나는 진로 결정을 할 때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길이든 다 좋다"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분이 나에게 "너는 찬양할 때 많이 달라"라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그때 깨달았다. 내 꿈은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 받는 음악가가 아니라, 그저 찬양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처럼 여러 교인과 함께 '이번 주에는 어떤 찬양을 할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하고 기쁘다.

김현혁 /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성공에 대한 정의를 내려도 실제로 말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일상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이다솜 / 시대에 대한 우울함이 감기처럼 늘 있다.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잘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는 가장 큰 소원이 있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한 달 만이라도 살아 보고 죽는 것이다. 새로운 이웃과 밥을 해 먹고, 후손을 위해 분리수거도 열심히 하고, 아침 뉴스에서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일기예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싶다. 휴전선 철망을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미워하고 오가지도 못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며 회상하고 싶다. 일상에서 내가 늘 꾸는 꿈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은 없다. 직업은 언제나 바뀔 수 있고,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부모님께 배웠다. 나는 통일을 꿈꾸며 한반도 아픔에 대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 누군가 나를 보았을 때, 밥과 복음이 생각나는 아줌마로 늙고 싶다.

어떤 사람을 보고, 그 앞에서 막 울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가 영성이 깊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이 많이 아픈데, 그것을 잘 보듬고 살려면 내가 건강해야 하고, 다른 사람도 잘 먹이고 싶다. 그동안은 나를 위해서만 눈물을 흘리며 살아왔다. 40대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제대로 울고 싶다. 이것이 늘 기도하는 제목이다.

경소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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