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대형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은 선교사가 됐다. 그는 "용서는 인간이 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역시 개독교', '기독교는 신분 세탁소인가', '악마를 보았다'…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개독교'라는 말에 시선이 멈췄다. 어느 선교사를 소개하는 글 아래 온갖 욕설과 비난이 섞여 있었다.

'이 사람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렇게 욕을 먹고 있나.'

알고 보니 A 선교사는 전에 S백화점 사장이었다. S백화점 붕괴는 6·25 전쟁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됐다. 사망자 502명, 실종자 6명, 부상자 937명. 참사 원인은 부실시공. A 선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죄로 7년 6개월간 복역했다. 교도소에서 성경을 보며 믿음을 키웠다. 그리고 '회심'했다.

네티즌들은 A 선교사와 그에게 '선교사' 타이틀을 붙여 준 한국교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해가 되면서도 의문도 들었다. 자숙하며 살아갈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욕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성경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몽골과 선이 닿아 있는 지인에게 A 선교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A 선교사는 2009년 한국성서침례친교회(KBBF)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우연히 들른 몽골에 마음이 닿았고, 이를 계기로 14년간 몽골에서 선교했다. 신학교도 세웠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건 아니었다. A 선교사는 몇몇 교회 후원을 받으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대형 참사 책임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지우고 나면 특별히 포착할 만한 특징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들어와 있는 A 선교사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다. 2016년 12월 끝자락에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인상은 동네 아저씨처럼 평범했다. 악수를 건네는 손은 두툼하고 차가웠다. 추운 날씨 탓에 옷을 겹겹이 입고 있었다. 그는 "그래도 몽골보다 덜 춥다"고 말했다. 작지 않은 덩치에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다.

"권위를 무너뜨리는 삶은 사탄적"

막상 만나니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한동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신상부터 물었다. A 선교사는 "한국에는 집도 절도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선교사에게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한때 백화점 사장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누렸던 그는 몇몇 교회 후원으로 생활한다. A 선교사는 나라 경제를 걱정했다. 경제가 어려우니 교회 예산도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혼탁한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다. A 선교사는 지금의 정치 상황을 영적 전쟁으로 이해했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영과 악의 싸움으로 봤다. 영적 싸움에서 잘 이겨야 나라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믿었다. 그는 "결국에는 하나님이 이길 것이다. 하나님이 세운 공의에 대해 좋지 않은 방법으로 대항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좋지 않은 방법이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했다.

"탄핵은 이미 됐고, 그것에 대한 최종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이 세운 권위에 인간적으로 대항한다든가, 권위를 허물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권위를 무너뜨리는 삶은 다 '사탄적'이다. 권위를 인정하는 게 곧 순종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세월호 참사가 다시 부각됐다. A 선교사는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를 하나님의 진노로 이해했다.

A 선교사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대형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다가오는 느낌도 보통 사람과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잠시 망설이던 선교사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 대통령도 왜 그렇게 대응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참사가 벌어졌을 때 신앙을 가진 세월호 유가족은 하나님을 원망했다. 차가운 바다가 자녀를 삼키고 있을 때 하나님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선교사에게 물었다.

"나 역시 사고를 겪었을 때 원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기도도 많이 했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큰 사건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기독교인들이 잘못한 죄와 조상이 지은 죄 때문에 사고가 나는 거라고 하신다. 하나님은 항상 공의로우시다. 그런 일들에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사가 나 한 사람의 죄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조상의 역사, 기독교 역사와 관련 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순수한 생각이다. 일종의 하나님의 진노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사실 미국과 같이 기독교적 토대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런데 분단이 돼 버렸다. 북한에 있는 기독교인은 지금까지 핍박을 받고 있다. 그것에 대한 하나님의 노하심이 아닌가. 하나님이 공의롭다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섭다."

A 선교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인과응보 차원에서 해석했다. 조상이 지은 죄, 초기 기독교의 잘못으로 일어났다고 믿는다. 흔히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말하는데, A 선교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가운데 있고, 지금 각자 처한 삶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억울한 게 아니다. 하나님은 공의롭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떤 일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전지적 시각을 빌려서 본다면 억울한 것은 없다. 오히려 회개를 많이 하게 된다. 다른 사람도 보이게 되고, 중보 기도를 하게 된다. 하나님 앞에서 새로워질 것이다."

"남북통일 되면 하나님 진노 사라질 것"
A 선교사는 하나님의 진노는 남북통일과 함께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경실련통일협회

A 선교사의 말대로 대한민국에 벌어지는 재난과 사고가 조상의 죄와 초기 기독교의 잘못에 있다면 대체 이 '징벌'은 언제쯤 끝날까. A 선교사는 '남북통일'이 되면 불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 조상이 지었던 죄들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도 같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님이 욥에게 고난을 허락하실 때 마귀를 사용했다. 세월호 사건이나 뭔가 좀…그런 일도 마귀에게 허락하신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동성애 같은 문제도, 결국은 교회를 대적하기 위한 거다. 마귀가 주도한다고 보인다.

남북통일이 되면 마귀 권세가 떠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영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대한민국에 대박 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부흥이 남북통일과 함께 일어나고, 한국교회가 영적인 리더로서 쓰일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영화에서 아이를 납치 살해한 범인은 "편안합니다. 하나님이 저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해서 하루하루가 말도 못 하게 편안합니다"라고 말한다. 범죄자를 용서하러 간 주인공은 그 말을 듣고 충격받는다. 밀양을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그 대목은 믿지 않는 사람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간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주기도문에 '죄지은 자를 용서한 것 같이'라고 나온다.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할 수 있지, 우리가 용서할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내가 용서 안 했는데, 누가 용서했느냐'고 말하는 건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들에게 해당한다. 내 신앙 관점으로 볼 때 교만한 생각이다. 원래 인간은 용서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결국에는 용서받아야 할 존재다.

내가 길을 가다가 누군가로부터 주먹을 맞아도(A 선교사는 이 역시 조상이 지은 죄와 관련 있다고 했다. –기자 주)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용서해야 하나님나라가 이뤄지는 것이다. 내가 용서하지 않으면 영적으로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 마귀에게 잡힌다. 용서함으로 자기 자신도 마귀에게서 놓이게 되고, 상대방도 그렇게 된다. (용서는)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영화 '밀양' 한 장면. 주인공이 교회에서 오열하고 있는 모습. A 선교사는 "인간은 용서받는 존재이며, 원수는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용서가 말처럼 그렇게 쉬울까. A 선교사는 신앙이 없으면 해결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해결이 안 되니 병에 걸리고, 복수 같은 범죄가 잇따라 일어난다고 했다.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고 했다.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A 선교사는 지금 재벌의 삶을 영위해 나갔을지 모른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과거가 그립지 않은지 물었다.

"전혀 생각 안 한 건 아니다. 지금 삶과 비교도 해 봤다. 결론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삶이 훨씬 자유하고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 하나님께 감사한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강단에 서는 게 너무 신기하다. 이 나라 대통령이라고 해서 강단에 설 수 있겠는가.

과거의 나는 너무 사회적으로 교만하고 돈만 숭배하고 살았다. 나만 사랑하고 살았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는 데 너무 큰 대가를 치른 게 아닌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인지 생각도 든다. 여러모로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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