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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에 유료 광고를?
광고비로 폐지 수거 노인 돕는 비영리단체 '끌림'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1.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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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재활용연대는 전국 폐지 수거 노인이 175만 명(2015년 기준)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어느 동네를 가든지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싣고 가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다. 10년 가까이 폐지를 주워 온 최금자 씨(78)는 매일 밤 대여섯 시간 폐지를 수거해야 다음 날 1만 5,0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나마 지난달 폐지값이 오른 덕분이다. 그 전에는 7,000원~1만 원을 받았다.

폐지는 가격 변동이 심하다. 2011년 1kg당 184원이었던 폐지 가격은 폭락해 2016년 8월에는 73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조금씩 올라 지난달에는 100원을 기록했다(수도권 기준). 폐지값이 떨어지면 피해는 폐지 수거로 생계를 해결하는 노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서울대학교 인액터스 학생들은 2015년 말 사회적 약자를 돕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폐지 수거 노인에 주목했다. 인액터스는 대학생을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로 양성하는 국제 대학 연합 단체로, 지역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대·연세대 등 30개 대학에서 인액터스가 활동하고 있다.

당시 학생들은 폐자원값 하락으로 폐지 수거 노인들 생활이 어렵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학생들은 유료 광고를 떠올렸다. 리어카에 광고를 달아 그 수익으로 폐지 수거 노인을 도우면 어떨까. 비영리 사단법인 '끌림'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끌림 창립 멤버 김승민 씨(중어중문학과 13학번)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어르신들은 재활용 먹이사슬에서 가장 밑에 있다. 이들의 소득이 올라가려면 중간 업계 마진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다. 단발적인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광준 씨(언론정보학과 11학번)는 "어르신들이 하는 일에는 가치와 의미가 있다. 거리를 깨끗하게 하고 자원이 순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비해 이들이 받는 보상은 부족하다. 사회적 인식도 안 좋다. 이를 개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발족한 비영리 사단법인 '끌림'. 학생들은 리어카 유료 광고 아이디어가 나오자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실제로 광고 효과가 있는지 살피려고 신림역 녹두거리에서 온종일 리어카를 끌었다. 고물상을 돌며 폐지 수거 노인을 인터뷰하며 실태를 파악했다.

시중에 있는 리어카는 낡고 무겁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막상 리어카를 끌어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시중에 있는 리어카는 낡고 무겁다는 점. 적게는 60kg, 많게는 90kg까지 나갔다. 리어카 옆면도 광고판을 달기에는 비좁았다. 무게는 가볍고, 광고 면적이 좀 더 큰 '끌림 리어카'를 새로 제작했다.

끌림 리어카를 설계한 이건용 팀장(기계공학과 12학번)은 "(끌림 리어카는) 무게가 약 38kg으로 시중에 있는 리어카보다 절반이나 가볍다. 불필요한 구조물을 제거하고,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서 무게를 줄였다. 옆에 광고판을 부착할 수 있도록 가로 860mm, 세로 400mm로 면적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돕는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이 300만 원을 끌림에 지원했다. 끌림은 이 자금으로 리어카 12대를 제작했다. 보통 리어카 한 대를 제작할 때 드는 비용은 약 20만 원이다.

첫 광고주는 중고자 딜러. 폐지 수거 노인을 돕는다는 취지에 공감해 끌림에 먼저 연락을 줬다. 사진 제공 끌림

끌림은 초기 제작한 리어카 12대를 관악구·성동구·광진구 내 3개 고물상에 배포했다. '광고주를 모집합니다'는 안내 문구를 리어카에 부착했다. 한 달도 안 돼 첫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폐자원 수거 노인을 돕는다는 취지에 공감한 중고차 딜러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이건용 팀장은 "리어카 광고가 갖는 장점이 있다. 지하철역, 버스 광고보다 저렴하고 활동 반경이 특정 동네에 국한되어 있어 지역 광고주들이 선호한다. 게다가 디자인도 참신해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김승민 씨도 "리어카 생김새가 신기해서 사람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묻기도 하고 관심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끌림이 광고주에게 월 1대당 받는 광고료는 7~10만 원. 광고료 70~80%를 폐지 수거 노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최소 한 달에 4만 9,000원 이상을 지급하는 셈이다. 나머지 비용은 리어카 관리, 제작에 사용할 계획이다. 최근 여러 언론이 끌림 리어카를 소개하면서 광고를 문의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이건용 팀장은 말했다.

서울대 대학생으로 이뤄진 비영리 사단법인 끌림.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난달 29일 끌림은 환경부,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와 '폐자원 수거 어르신 소득 증대 등을 위한 실천 협약'을 체결했다. 폐자원 수거 노인을 돕는다는 것을 알고 환경부가 끌림에 손을 내밀었다. 이날 환경부는 리어카 50대 제작 비용을 끌림에 지원하기로 밝혔다. 끌림은 리어카가 만들어지는 대로 고물상에 보급할 예정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도 500만 원 상당 광고를 끌림에 의뢰했다.

이건용 팀장은 "끌림을 만들면서 여러 어르신을 만났다. 처음에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나면 무척 고마워하셨다. 가족도 없어 외로운 분이 많다. 앞으로 광고 외에도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이분들께 필요한 걸 찾아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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