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10년 만에 받아 본 한국교회 '성적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갈수록 교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각종 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에 따르면, 개신교 인구는 967만 6,000명. 2005년 조사에 비해 무려 123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교와 가톨릭은 각각 297만 명, 112만 5,000명 감소했다.

의외의 결과에 누구는 통계청 발표를 의심했고, 누구는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였다. 뭐가 맞는 걸까. 한국교회 현상을 분석해 온 전문가들이 종교 인구 분석을 논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청어람ARMC·학원복음화협의회·한국교회탐구센터는 1월 5일 성복중앙교회에서, '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라는 주제로 특별 포럼을 열었다. 지용근 대표(지앤컴리서치),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변상욱 대기자(CBS),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가 발제자로 나섰다.

통계 결과에 많은 사람이 '조사 방식'을 문제 삼았다. 2005년 통계 조사는 전수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람이 일일이 집을 방문하며 설문 조사했다. 2015년 조사 방식은 표본조사 방식으로 변경됐다. 전체 인구 20%에 달하는 약 1,000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했다. 인터넷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가구는 방문 면접 조사했다.

'종교 인구 조사 결과, 신뢰할 만한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지용근 대표는, 인터넷 조사가 개신교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봤다. 불교나 가톨릭에 비해 개신교에 고학력자가 많고, 젊은 세대 중 다른 종교에 비해 개신교인이 많은 점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했다.

다만 지용근 대표는 조사 방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2005년 조사와) 비교하기가 정확히 어려워서 아쉽다. 이번에도 전수조사를 했으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계 결과와 달리 개신교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봤다. 개신교 인구는 10~30대까지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고, 40대 이후부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 대표는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은 총인구 증가율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고령화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교단 통계에 따르면 교인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정재영 교수는 주요 교단의 교세와 통계청 결과가 차이를 보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신교 인구도 증가한 것으로 봤다. 10년 전에 비해 한국 인구는 270만 명 증가했다. 정 교수는 "10년 전 개신교 18.2%의 비율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50만 명 정도 (자연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안 교인도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정 교수는 실제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설문 조사할 때 개신교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냈을 수 있다고 했다. 비주류 교단의 성장과 이단 교도의 증가도 통계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조사 방식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 교수는 "종교 인구 분석을 10년마다 하는 것은 변동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교 신자가 300만 가까이 줄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조사 방식 변화가 통계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개신교 증가의 이면 상황을 직시하자'라는 주제로 발표한 변상욱 기자는, 이번 개신교 통계 결과에 이단 단체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변 기자는 "2015년 조사 당시 신천지 15만(현재 17만 추정)과 안상홍증인회 30만이 포함됐다고 본다. 전체 인구에 비해 미미하지만, 이단 교파와 교단 숫자만 100여 개가 넘는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유의미한 수준으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개신교 증가 원인을 정치·사회 변화에서 찾기도 했다. 변 기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개신교가 증가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시할 수 있다. 보수 정권에 의한 남북 경색 및 충돌 위협, 이데올로기 대결 강화, 지역주의 등이 강화되며 불안감을 조장했다. 이런 요소가 개신교 교세를 키우는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희송 대표는 신뢰도 하락에도 개신교가 선방한 이유를 '강력한 정체성'에서 찾았다. 다른 종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설교·교육·전도·수련회 등 다양한 교육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심지어 제도 바깥으로 나가도 '개신교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제시했다. 개신교인이 강한 정체성을 가진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양 대표는 "사회적으로 무신론이 대두하는데, 개신교가 공격적인 선교 방식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공적 신앙, 선교적 교회 담론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 결과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이 공통점으로 우려하는 것은 한국교회 미래다. 종교 1위라는 통계에 현혹되지 말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적 증가가 아닌 질적 향상에 초점을 두고, 교회 안의 남성 지배 구조를 바꾸고, 소외된 계층을 돌봐야 한다고 강변했다.

"데이터는 보수적으로 보자. 수치상 증가분에 현혹되지 말고, (한국교회)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반성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세대 교육이 일정 정도 효과를 나타냈는데, 이 방식이 앞으로도 그럴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양육과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전향적으로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내용을 확보해야 한다. 수적 증가보다 질적 성숙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양희송 대표)

"남성이 지배하는 교회 문화를 바꿔야 산다. 교회 안에 여성이 더 많은데도 당회는 남성이 지배한다. 교회 구조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교회 안에는 빈곤층이 더 많다. 이들이 살아갈 수 있게 꾸며야 한다. 결혼과 육아에 도움을 주는 건 어떨까. 지역사회와의 스킨십은 말할 것도 없다. 동네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교인이 아니더라도 목사님은 당연히 조문 가야 한다." (변상욱 기자)

"교회 안의 다양한 하위 그룹 문화 이해가 필요하다. 전 연령층에서 20대가 교회 만족도가 가장 낮다. 교회를 떠날 의향도 제일 높다. 왜 그럴까. 교회에서는 순수한 신앙 이야기만 한다. 교회가, 청년들이 살면서 겪는 취업·학업 문제에 관심을 두면 어떨까. 교회가 블루칼라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재영 교수)

"통계 결과에 따르면 40대 이상 연령이 (교회에) 많이 들어온다. 30대까지 힘겹게 살다가 안정이 되니 교회를 찾는 것이다. 장년층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들을 잘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기회를 주셨다고 본다. 예전에는 언론이라든지 모든 사회 기관이 불교를 쳐다봤다면 이제는 한국교회를 쳐다볼 것이다. 내면 문제에 빠져 있지 말고, 1위 종교로서 한국 사회에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지용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