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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리어카 끌어 15,000원
전국 폐지 수거 노인 175만, 관련 정책 미미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1.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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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자원에는 하루 평균 70명이 빈 박스, 폐지, 고철 등을 들고 찾아온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아침을 맞은 고물상 수원자원은 어수선했다. 10분에 1번꼴로 사람들이 찾아왔다. 폐지, 빈 박스, 고철 따위를 들고 온 이들은 야적장에 짐을 풀었다. 직원들은 무게를 측정하고 현금을 흰 종이에 싸서 건넸다. 보통 1kg당 신문지는 110원, 파지는 90원, 박스는 100원 쳐준다.

최금자 씨(가명·78)가 끌고 온 짐수레에는 종이 박스가 쌓여 있었다. 자기 키보다 한참 높게 쌓인 종이 박스를 주고 최 씨가 받은 돈은 1만 5,000원. 보통 7,000원에서 1만 원을 받곤 했는데 지난달 폐지 가격이 올라 사정이 나아졌다. 최 씨는 작업장 구석에 앉아 다방 커피 한잔 타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최금자 씨는 간밤에 주운 박스, 폐지를 아침에 고물상에 갖다 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에는 폐지 줍는 사람이 하도 늘어서 낮에 돌면 주울 게 없어. 골목이 깨끗해. 그나마 저녁에 건질 게 많아. 아침에 잠깐 돌고 저녁에 대여섯 시간 다니는 편이야." 최 씨가 말했다.

매일 아침 최 씨가 빈 짐수레를 끌고 찾는 곳은 지하철역 인근 상가. 물건을 진열하고 버린 박스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D마트였다. 마트 옆에는 과일, 음료 박스가 가득 놓여 있었다. 최 씨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박스를 가지런히 짐수레로 옮겼다. 도와야겠다는 마음에 종이 박스 몇 장을 들자, 손사랫짓한다. "냅 둬. 다 요령이 있어야 돼. 처음 하는 사람은 못해."

D마트는 최 씨의 '공급처'다. 최 씨처럼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은 저마다 공급처와 구역을 두고 있다. 다른 이의 구역과 공급처는 건들지 않는 게 불문율. 멋모르는 '신입'이 구역을 침범하거나 공급처를 들락날락하면 싸움이 나기도 한다.

최금자 씨는 10년째 지하철 역 주변 상가를 돌며 빈 박스, 폐지를 수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 씨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를 1시간 정도 돌자, 짐수레에는 종이 박스가 수북이 쌓였다. "1시간밖에 안 됐는데 수레가 금방 차네요?"라고 묻자, 시종 무표정이던 최 씨는 귀찮다는 투로 말했다. "박스를 분해해서 차곡차곡 쌓으면 얼마 안 돼. 이따 저녁에 나와서 한참 돌아야지 아침에 가져간 만큼 모을 수 있어."

정부에서 매달 기초 연금 16만 원이 지급된다. 생활비로는 부족한 금액이다. 형편이 어려워 생전 연금 하나 들지 않았다. 자녀들이 있지만 손을 벌리기 어렵다. "다들 살기 어렵다고 하잖아. 걔네들도 똑같아. 자기들 먹고살기 힘들지. 말로는 폐지 줍지 말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부모들 챙겨 줄 형편은 안 되고…" 최 씨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을 흐렸다.

최 씨는 10여 년 전부터 폐지를 주웠다. 남편이 다리를 못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원래 폐지 수거는 남편 일이었다. 공사판에서 미장하다가 나이가 들어 일을 구하기 어려워진 남편은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무릎관절에 이상이 생겼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어려운 형편에 수술은 언감생심이었다. 폐지 줍는 일은 결국 최 씨 몫이 됐다. 남편은 밤에 박스를 분해할 때만 잠깐 돕는다.

한국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1위

노인 빈곤은 한국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 중 하나다.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다. 노인 빈곤율은 전체 가구 중위 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내는 만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2015년 한국 노인 빈곤율은 49.6%. OECD 평균 노인 빈곤율(12.4%)의 4배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의 4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노인들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년에도 쉬지 못한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 중 28.9%가 현재 일을 하고 있다. 이들 중 생활비 때문에 일을 한다고 답한 노인이 79.3%.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응답이 용돈 마련(8.6%), 시간 보내기(3.6%)라는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 실태 조사>에서, 일하는 노인 중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을 4.4%로 집계했다. 재활용 업계 종사자들은 폐지 수거 노인이 통계보다 더 많다고 주장한다.

전국 고물상 연합체인 자원재활용연대는 전체 노인 인구 약 600만 명 중 29%에 해당하는 175만 명이 폐자원을 수거하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고물상이 7만 개고, 1곳당 평균 25명과 거래한다고 추산하고 계산한 수치다. 수원자원 직원은 하루 평균 70명이 찾아온다고 답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은 교통사고에 무방비하다. 빈 박스, 폐지, 고철을 가득 실은 짐수레를 끌고 가기에 인도는 턱없이 좁다. 최금자 씨도 6차선 도로 끝을 차지하며 위태롭게 짐수레를 이끌고 고물상을 찾아갔다. 맞은편에서는 자동차가 달려와 최 씨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괜찮으냐는 질문에, 최 씨는 몇 년째 다니는 길이라 익숙하다고 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폐지를 줍던 80대 할머니가 택시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인 교통사고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에는 3만 283건, 2014년에는 3만 3,170건, 2015년에는 3만 6,053건이 발생했다. OECD 국가 중 만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이 1위다.

새벽, 심야 시간대는 더 위험하다. 서울시·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는 노인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형광 조끼를 주민센터에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낮 시간에 활동

전국 고물상 연합체 자원재활용연대는 노인 175만 명이 폐자원을 수거하며 생계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하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여름철에는 더워서 노인들이 형광 조끼를 기피한다.

적절한 노인 정책 시급

폐지 줍는 노인들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상한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미미한 실정이다.

관련 정책이 없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부터 시행된 재활용 정거장 제도다. 재활용 분리 배출 장소를 별도로 마련해 주민들이 집 앞이 아닌 정류장에 재활용을 내놓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재활용 정거장 관리인으로 고용해 일자리 문제를 대체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기존 폐지 수거 노인에 비해 선발하는 관리인 수가 적어,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폐지 수집 여성 노인의 일과 삶>은 폐지 수거 노인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폐지 수거 노인에게 시급한 것은 △이동상 안전 강화 △건강 문제 △일자리 정책 △재활용 자원 보관 안전성 확보 등이다. 서울연구원은 폐지 수거 노인의 노동이 제도권 안으로 포섭해 보호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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