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은 나쁜 동물?

성경에서 가장 나쁜 동물은 무엇일까. 단연, 뱀이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뱀은 일관되게 '나쁜 동물'로 나온다. 주변 나라는 뱀을 어떻게 보았을까.

고대이집트에서 뱀은 그림, 조각, 부적, 파라오의 왕관 등에 새겨져 있어 숭배의 상징이었다. 무엇보다 여신 부토의 상징으로서 파라오를 보호한다고 믿었다. 지중해를 넘어 그리스에서 뱀은 '지혜의 신' 아테네의 상징이었다. 후에는 논리학의 상징이 되었다.

뱀은 의술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스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 인간의 수명을 늘려 준 대가로 하데스의 분노를 부른다. 이때 아스클레피오스가 사용하는 '지팡이'에는 뱀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구급차, 세계보건기구(WHO) 마크도 뱀이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수메르 신 '닌기쉬지다' 또한 치유의 신이다. 그의 어깨 위에는 뿔 달린 두 뱀이 얽혀 있다. 이것은 하나의 문양이 되었다. 이 문양을 파르마콘(Pharmakon)라고 부른다. 오늘날 군대 의무병과의 상징이 되었다. 약국의 문에 새겨져 있기도 하다.

뱀은 풍요, 다산, 영생불멸의 상징이기도 하다. 수뱀이 여러 암뱀과 장시간 교미를 하고 암뱀이 많은 알을 낳는 모습, 그리고 허물을 벗으며 거듭 태어나는 모습이 이런 '관념'을 낳은 것 같다.

신기한 것은 방금 말한 '파르마콘' 모양이다. 다시 말해 두 뱀이 얽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은 최근에 밝혀진 DNA의 이중나선형 모양이다. 이 모양이 갖는 에너지 파장 자체가 강력한 생명력, 즉 생명의 탄생과 생명의 영속성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또아리를 튼 뱀, 몸을 둥글게 만들어 입으로 자기 꼬리를 문 뱀의 모습은 영원성, 순환성을 의미한다. 불교의 법륜, 오늘날 뫼비우스의띠 등과 같은 의미다.

중국 창조 신화에서도 복희와 여와라는 신은 인간 얼굴에 뱀의 몸통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서로 몸통을 꼰 채 자와 컴퍼스를 들고 있으며, 우주의 창조신으로 숭배되고 있다. 여담이지만 오컬트 마니아는 이들이 자와 컴퍼스를 들고 있다 해서 '프리메이슨'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파르마콘'은 약과 동시에 독을 의미한다. 그리스신화에서도 페르세우스에게 죽임당한, 매혹적이지만 무시무시한 괴물 메두사 목에서 흘러나온 피를 이용해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인간을 치료했다. 실제 뱀독은 항암제와 각종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죽음과 삶의 이중성에 대한 철학적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념은 반대로 뱀을 나쁜 방향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수메르 신화에서 뱀은 풍요와 다산의 신 바알(Baal)을 상징한다. 바알은 히브리 문명에서 '사탄'이다. 풍요와 다산에 대한 기원이 기복과 탐욕 추구로 변질되었고, 이로 인해 창조주가 아닌 우상을 섬기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추측한다.

인간의 전지전능, 영생불멸 욕망은 (아담과 이브에 관한 창조 신화에서 보는 것처럼) 창조주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뱀을 숭배하고, 전지전능과 영생불멸을 욕망하는 것은 히브리 문화권에서 신성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뱀, 어떻게 볼 것인가

뱀은 창세기부터 사탄으로 간주된다. 이후 '레비아탄'과 연관되며 요한계시록에서는 사탄, 용과 더불어 '악의 삼위일체'로서 그 '악마성'이  절정에 이르기도 한다.

히브리 문화권에서도 뱀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는 않은 것 같다. 하나님은 모세의 지팡이를 뱀으로 만드셨다. 뱀이 우상을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을 물게 하셨다가, 구리 뱀을 보내 그들을 치유하시기도 했다. 이 구리 뱀이 모세에 의해 들려진 것은 이후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다가 들려지는 것이라는 예언으로 남기도 했다.

실제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롭게"라고 말하며, 뱀을 좋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2~3세기 기독교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대두되어 초대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하고 퇴출시킨 영지주의 분파 오피스파(Ophites)도 뱀을 지혜로운 존재, 나아가 구원자로 보기도 했다.

그래도 성경에서의 뱀은 나쁜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그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가장 강력하게 작용한 문서는 단연 창세기다. 여기서 뱀은 사탄이자 하나님이 만드신 가장 간교한 동물로 나온다. 실제로 지혜가 과하면 거짓말이 되고, 이 거짓말은 인간을 유혹해 파멸로 이르게 한다. 무엇보다 거짓말은 '혀'를 통해 이루어지고, 가장 감각적인 기관이 혀다. 하필 뱀의 혀는 갈라지고 날름거려 이런 인식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뱀은 이브에게 거짓말했고, 동시에 내재된 욕망을 자극하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이브로 하여금 한마디 이성적 반박 없이 선악과를 따 먹게 한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 벌로 하나님께 평생 땅을 배로 기며 흙먼지를 먹어야 하는 비천한 존재가 됐다.

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뱀의 외형적이고 해부학적 특징에서 그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과학적인 동시에 가장 '성서적'인 해석이라고 본다.

뱀에게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동물과 달리 나무에 기어올라 하늘을 직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하늘로 솟구쳐 하늘을 직시하는 뱀의 능력은 '지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들고 혀를 날름거리고, 공중에 독을 뿜기도 하는 뱀의 모습은 '신실한 사람들'에게, 신성에 도전하는 위협적이고 괘씸한 행동으로 비쳤을 수 있다(실제로 독사는 이빨로 물어 독을 주입하는 종(種)이 대부분이지만 공중에 독을 뿜어 먹이가 될 동물의 눈을 멀게 하는 종(種)도 있다).

창세기에서 바벨탑을 뱀이 칭칭 몸을 감고 하늘을 향해 있는 모습으로 묘사한 대목이나, 하나님과 율법을 내세우며 백성을 괴롭히던 당시 '지적인 존재' 바리새인을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야단치는 예수님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뱀과 비슷하면서도 안 그런 동물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뱀처럼 땅에서 몸을 떼지 않고 두 발로 땅을 딛을 수 있고, 몸을 나무에 꼴 필요 없이 꼿꼿하게 직립(直立)해서는 고개를 빳빳이 들어 하늘을 보고는 혀도 마음대로 놀리고 침까지 튀기는 동물이 있다. 바로 인간이다.

독사와 같은 사람들

오늘날 탄핵 반대 집회 연단에서 국민과 교회, 하나님을 내세우며, 까치발로 서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혀를 날름대고 침까지 튀기는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들 모습을 보면 독사의 모습이 연상된다. 공중에 독을 뿜는 뱀의 모습이다.

올해의 시작과 더불어 이런 자들에게 한마디 하려 한다. 고개를 땅에 처박고 기도하는 불교도나 무슬림을 좀 따라 하라는 것이다. 뭐 이교도 풍습을 따라 하라는 둥 사탄이라는 둥 혀를 또 날름댈 것이나 그 전에 이 말을 들으라.

실제로 땅을 밟거나 만지지 않고, 쪼그리거나 허리 굽혀 일하지 않고, 집에서도 방 청소나 설거지, 아이와 놀아 주는 일을 하지 않는 자들. 폐쇄된 방에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비즈니스맨, 지식으로 허세를 부리고 사익을 도모하는 관료, 학자, 의사, 율사, 성직자는 더욱 그래야 한다.

이 자세는 힘없는 이들은 사탄, 자신은 여호와의 군대로 착각하는 과대망상에 걸린 자들에게 좋다. 까치발을 하거나 겸허한 마음 없이 하늘로 뛰어올랐을 때 생기는 아킬레스건 파열 위험도 줄여 준다. 이들 중 여성을 뱀에 비유하며 탄압하는 동시에 성 착취를 하는 남성들은 반드시 배를 땅에 깔고 머리를 땅에 처박을 필요가 있다. 사실 이와 같은 뱀의 자세는 얼마나 겸손한가?

이 자세를 하면서 땅, 지구, 어머니, 여성, 생명의 젖줄인 농업, 풍요의 근원인 노동, 탄생과 죽음으로서의 흙, 태어나고 일하고 다시 죽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나 때문에 고통 받는 인간은 없는지 되새겨야 한다. 혹시 자신이 죽어 지옥에 가거나 환생해 다시 이 땅에 태어났을 때 혹시라도 땅에 배를 깔고 기면서 흙먼지를 넘어 회색의 재를 씹어야만 하는 존재, 즉 뱀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며 하나님의 자비를 빌어야 할 것이다.

너무 걱정할 것 없다. 허리와 고개를 숙인 채로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가는 오늘날 이 땅 여성, 농부, 노동자, 양심수, 모든 을(乙)들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반대로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봐야 할 것이다. 인간이 머리를 조아려야 할 존재는 하나님밖에 없다.

복지부동한 공무원과 정권의 부역자는 물론, 호시탐탐 먹이를 잡으려 기회를 엿보며 또아리를 틀고 있는 종편들, 혀를 날름거리기 시작한 여야 정치인들, 결정적으로 선량한 여성들은 물론 전체 교인에게 독을 주입하고 하늘을 향해 독을 뿜기 위해 정권에 빌붙으려는 사교(邪敎) 교주들을 조심해야 한다. 올 한 해 이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부디 자신의 뒤꿈치를 뱀에게 물리지 않고, 뱀이 뿜어낸 독에 눈이 멀지 않도록 땅을 잘 살피며 한 해를 보내야 할 것이다. 같은 처지 사람들이 안녕하신지도 좀 살펴보고 말이다.

올 한 해도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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