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주요 교단장들은 '한교총'을 출범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진 제공 이병왕

'한국교회 드디어 하나 됐다…5대 교파 한 지붕으로'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가 12월 28일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소개한 기사 제목이다. 주요 교단장들은 '연합과 일치'를 강조하며 새 기구 출범을 알렸다. 한교총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를 '하나'로 묶고, 사회를 통합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한국교회 95%를 차지하는 7개 교단이 손잡은 것은 131년 선교 역사상 처음이라며 한교총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들뜬 것 같은 보도와 달리 정작 교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하나 됨'을 강조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또 하나의 기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통합은커녕 또 하나의 연합 기구 출현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교계에는 이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등 여러 연합 기구가 있다. '한교총은' 정말 이 기구들을 아우를 수 있는 큰 지붕인 걸까. 

규모는 '역대급' 명분은 '미약'

한교총은 일단 '몸집'은 크다. 역대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협과 한교연에 발을 담그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참여한다. 여기에 이단 문제로 2013년 한기총을 탈퇴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도 가세한다. 한국교회에서 규모로 치면 1위부터 주루룩 늘어설 교단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모였다 하면 싸우는 관행을 막기 위해 나름의 장치도 마련했다. 금권 선거와 대표회장 1인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해 공동대표제를 시행한다. 향후 5년간 대표회장 선거를 하지 않는 대신 규모가 가장 큰 예장통합·예장합동 총회장과 감리회 감독회장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나머지 교단 대표는 공동회장을 지내기로 했다. 한교총은 1월 9일 출범식 이후 교단과 단체 가입을 받을 예정이다.

주요 교단장들이 나서서 한교총을 세웠지만, 한기총과 한교연, 진보로 분류되는 교회협에 가입해 있는 회원 단체들이 갈아탈지는 미지수다. 명분이 부족하다. 한교총은 보수 성향의 한기총·한교연과 다른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기총에는 66개 교단과 15개 단체가 가입해 있다. 한교연은 38개 교단과 9개 단체로 이뤄져 있다.

한교연은 한교총과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금 한교연은 한교총에 아예 등 돌린 상태다. 정식 단체로 출범하기 전 한교총은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로 활동하며 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교연은 연합추진위원회 위원 배정 등을 문제 제기하다 뛰쳐나왔다.

한교연 관계자는 1월 2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한교총의) 일방적인 일 처리 방식에 우리는 '참여할 뜻 없다'고 통보했다. '함께하지 않으면 고사된다'고 압박까지 하더라. 이게 무슨 연합과 일치의 정신이냐. 우리는 (한교총에)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추후 한기총과 통합?

한기총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훈 목사가 한교총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교계 일부 언론은 추후 한교총이 한기총과 통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기총이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다락방'을 행정 보류할 예정이고, 한교총이 분열되기 전 한기총의 정관을 채용하기로 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교총과의 통합 의혹에 한기총 내부는 의견이 엇갈린다. 실무 관계자는 "(한교총은) 엄연히 다른 기구이며 통합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강평 명예회장은 "한교총은 (한기총과) 통합을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한경직·림인식 목사님이 만든 한기총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가. 한교총은 일종의 친목 모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교회협은 한교총 태동에 아직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아직 우리가 입장을 내놓기에는 이르다. 통합 이야기는 자주 나오지 않았는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기구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성향이 전혀 다른 한기총과 교회협 통합 논의가 오갔지만 흐지부지됐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하나'를 선언한 한교총. 그 의미는 좋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비관적이다. 보수와 진보를 하나로 묶는 건 고사하고 보수 성향 연합 기구들마저 한교총으로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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