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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대표 책벌레 이원석 작가의 독서 여정
[인터뷰] 헨리 나우웬부터 달라스 윌라드까지
  • 강동석 기자 (kads2009@newsnjoy.or.kr)
  • 승인 2016.12.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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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인생의 '책' 5권을 가지고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추리고 추렸다며 기독교 서적만 7권을 들고 나왔다. 저자 이름만 나열하면 이렇다. 헨리 나우웬, 자크 엘륄, 아브라함 헤셸, 디트리히 본회퍼, 파커 파머, 리처드 니버, 달라스 윌라드. 책 좀 읽는다는 기독교인이라면 한번쯤 들었을 법한 이름들이다.

기독교 서적이 아닌 영향을 준 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10대, 20대, 30대 시기별로 줄줄이 나왔다. 펄 벅의 <대지>, 조지 오웰의 <1984>, 김지하의 <오적>,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미셸 푸코, 칼 융, 프로이드도 탐독했다.

독서 여정을 들어 보려 했는데 끊임없이 나오니 '과연 독서가다' 싶으면서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곤혹스럽다. 그는 평론가·서평가로 활동하면서 <거대한 사기극>·<공부란 무엇인가>를 포함, 화제가 되는 책을 여러 권 냈던 문화연구자 이원석 작가다. 최근 <공부하는 그리스도인>(두란노)과 <서평 쓰는 법>(유유)을 냈는데, 그간 그가 주창했던 인문학 공부, 독서 모임 등에 대한 내용도 비중 있게 담겼다.

'존재 변혁으로서의 공부'를 강조하고 "서평이야말로 독서의 심화이고, 나아가 독서의 완성입니다"라고 언급하는 만큼, 두 권의 책은 다소 정적인 제목과 달리 실천적인 책이다. 내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인문 교양 공부를 해야 된단다. 르네상스 없이 종교개혁 없었고 인문 교양에 대한 충분한 공부 없이 한국교회 개혁은 없다고 단언한다. 루터는 넓은 고전의 흐름 속에서 성경을 봤고, 그것이 구텐베르크 기술혁명과 함께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김성수 목사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 호모북커스에서 이원석 작가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원석 작가는 자신의 지론대로 한 달에 2번씩 '톨레레게'를, 한 달에 1번씩 '독서하는그리스도인'을 이끈다. 두 모임 다 '독서 모임'이다. 톨레레게가 전인적 교양 형성을 염두에 둔다면, 독서하는그리스도인은 상대적으로 신학적 독서에 집중한다. 기독교 내 독서 모임 외에 한 달에 2번 '장정일 이원석과 함께하는 사회적 독서' 모임도 이끈다.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루터란(루터파)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교계의 알려진 독서가인 그의 독서 여정과 인생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12월 28일 충무로역 근처 호모북커스에서 진행했다.

-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계기로 어느 순간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안 그랬다. 아버지가 교사셨는데, 항상 책을 읽었다. 아버지 흉내 낸 거다. 별생각 없이 읽었다. 다른 게 아니라 모델이 되는 분이 몸으로 그렇게 보여 주셔서 대단한 것 없이 따라간 거다. 정신 차려 보니 읽고 읽더라. 감사하게 생각한다.

글을 읽을 수 있을 때부터 읽었고, 그러다 보니 책이 좋아졌다. 어머니도 책을 많이 읽었는데, 아버지가 워낙 많이 읽었다. 그래서 책 읽는 게 자연스러웠던 거다. 특별히 더 좋아졌다기보다 점점 좋아진 거다.

- 독서 여정을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시기별로 끊어서 이야기해 줄 수 있나. 시기별로 깊은 영향을 준 책을 소개해 달라.

아버지가 물리 교사라 초등학교 때 집에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문고판 과학 신서 책이 많았다. 재밌었다. 성향 자체는 타고난 문과 체질인데, 과학 서적이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보통 예수 믿는 사람은 추상적·사변적·초월적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기 쉽다. 내가 조금이라도 현실에 뿌리박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SF나 추리소설도 참 많이 읽었다. 그중 <마법사와 모자와 무민>이라는 작품이 있다. 전형적인 스토리로 보이는 게 있다. 어떤 역경이 있고, 역경을 뚫고 나가면 결과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세계관이 아름답다. 무민 동화 시리즈 중 가장 아름다운 동화라고 생각하는데 몇 십 번 읽은 것 같다. 소풍 갈 때도 들고 가서 계속 읽었다.

독서를 워낙 중구난방으로 했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집에 있는 성인 유머집까지 읽었다. 외려 특정한 동화가 내게 영향을 준 예는 드물다. 기독교 복음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을 때였는데, <마법사와 모자와 무민>은 이 세상이 결국 큰 뜻에서 아름답고 공의롭게 수렴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믿음, 가능성을 갖게 했다. 체스터턴도 지적했지만 기독교는 어떤 의미에서 동화 같은 거다. 그 지점을 자각하게 해 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은 펄 벅의 <대지>도 기억에 남는다. 동전 한 닢 주고서 꿀꿀이죽으로 온 식구가 겨우 생활하는 장면이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어릴 때 집이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어진 적이 있었다. 방 한 칸에 온 식구가 나앉았는데 그래도 굶어 죽을 정도로 내몰리지는 않았다. 내일 하루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대지>에서 굶어 죽을 정도로 내몰린 삶을 보면서 나의 한계를 넘어갈 수 있었다. 바깥에 삭풍이 몰아치는 추운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 책이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세상을 조작하는 어떤 거짓된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줬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도 그랬다. 김지하의 <오적>은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왜곡되고 전도된 세상을 보게 만들었다. 중학생 때 이런 일련의 책들이 내 눈을 세상을 향해 뜨게 해 줬다.

이원석 작가는 최근 <공부하는 그리스도인>(두란노)과 <서평 쓰는 법>(유유)을 연달아 출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0대 후반 기독교인으로서 영향을 받은 책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와 <천로역정>이다. 기독교 안에서 내향성을 강조하는 책이 많아 아쉬운데, <천로역정>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하나의 여정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는 구원과 영성의 핵심, 제자도의 핵심이 그리스도에 대한 모방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20대 때는 헨리 나우웬, 자크 엘륄, 헤셸, 본회퍼, 철학에서는 비트겐슈타인, 미셸 푸코 같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았다. 미셸 푸코는 나에게 언어가 순수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이야기해 줬다. 지식과 권력이 담론이라는 방식으로 묶여 있다는 것, 어떤 말이 어떤 체계에서 어떤 권력 작용을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비트겐슈타인은 면도날처럼 예리한 지성으로 언어에 손을 대는데,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사람이 언어로 사유한다는 게 이렇게 심오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했다. 헨리 나우웬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고, 엘륄의 책은 세상 속에서의 내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인식을 줬다. 본회퍼는 20대 때 나의 영웅이었다. 학부 시절 융의 책도 많이 읽었다. 30대 때는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어서 프로이드나 라캉을 공부했다. 지금은 심지어 한국라깡과현대정신분석학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대 때라면 역시 달라스 윌라드와 파커 파머가 특별히 더 영향을 줬다. 파커 파머는 인식론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줬고, 달라스 윌라드는 하나님나라에 대해 새삼 되새기게 했다. 더글라스 애덤스라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책세상)도 도움을 줬다. 이 책은 소소한 농담을 하면서 우주론적으로 장난을 치는 책이다. 일단 책 몇 페이지만에 지구를 부숴 버리니까. 이 책은 나에게 모든 일이 큰 시야에서 보면 한바탕 웃고 넘길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줬다.

더글라스 애덤스의 책이 구사하는 유머는 영국식 유머의 전형이다. 예를 들면, "빵을 굽는 것은 인생과 같아서 항상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농담을 말한다. 빵을 굽는 설명을 하는데 인생을 끌어들인다. 영국식 유머의 핵심은 이런 아이러니에 있는데,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아이러니의 수용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비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맥락에서 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메타적 시선이 중요하다. 은하수를 포함해 우주라는 견지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리니까 그냥 웃게 된다. 이게 내 삶을 바라보는 태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청년기에 나에게 신학적으로 영향을 준 중요한 인물로 폴 틸리히를 들 수 있다. 문화신학을 창시한 분이다. 모든 문화가 종교적 층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내가 문화 평론, 출판 평론을 하는데, 이게 기본적으로 세속적 작업이지만 나에게는 신학적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모델이 돼 준 사람이 폴 틸리히다. 세상의 언어, 인문학의 언어를 다루는 것 자체가 충분히 신학적 작업일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이것이 내 기독교적 정체성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 줬다.

이원석 작가가 들고나온 7권의 책. 뉴스앤조이 박요셉

1. 헨리 나우웬 <영적 발돋움>(두란노)

헨리 나우웬이 쓴 모든 책을 읽었지만, 특히 <마음의 길>과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그리고 <탕자의 귀향>과 <예수님과 함께 걷는 삶>, 또한 네 권의 일기를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길 그리스도의 길>을 두 번째 읽을 때에 내 마음의 어느 부분이 드러났다. 1년 동안 그 부분에 강렬한 조명이 비추었고, 그 아픈 경험 이후로 그 부분에서 마침내 넘어서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나의 내면에 인격적 약점들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나우웬을 만난 이후로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헨리 나우웬은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이었다. 그 혼란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전통 기독교에 대한 소신과 부딪치면서 긴장이 있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고투하는데, 그 고투가 책갈피마다 숨어 있다. 나우웬은 말랑말랑한 복음주의적인 윤리를 이야기하지 않고 나의 근원적인 내면에 감추인 것을 끄집어내는 영적인 멘토, 선생님이었다.

특히 <영적 발돋움>이 그것을 잘 보여 준다. 원제는 'Reaching Out'이다. 뻗어 나가는 건데, 내 안에만 있었던 내가 나를 벗어나 하나님에게로, 이웃에게로, 나를 참되게 사랑하는 데로 뻗어 나가도록 하는 통찰을 담은 책이다. 내가 정말 아끼는 책이다.

2. 자크 엘륄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대장간)

다음은 자크 엘륄이다. 세상에 속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세상 속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보여 준다. 그 모델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리처드 니버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문화를 바라보는 모델을 분류할 때, 자크 엘륄은 역설 유형에 속한다. 한국교회는 기독교 세계관을 위시해서 주로 변혁 유형을 보여 준다. 한국의 장로교회는 세상을 변혁하는 그리스도를 강조한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 기독교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려는 순간 더 문제가 되기 일쑤이다. 기독교적으로 변혁하려는 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세상과 하나님나라 사이의 긴장을 잘 봐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세상, 즉 한국의 문화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 속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누구보다 잘 보여 주는 사상가가 바로 엘륄이다. 그가 나의 세계관을 형성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나의 신학적 정체성은 개혁주의자가 아니라 루터란이다. 그 본질은 역설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설 관점을 나에게 먼저 보여 준 사람이 엘륄이었다. 나는 한 면으로 세상의 시민이고 다른 한 면으로는 하나님의 백성인데, 이 세상에서의 원칙과 하나님나라 규범 사이에는 분명 긴장이 있다. 그 긴장을 껴안고 살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3. 아브라함 헤셸 <안식>(복있는사람)

기독교인이 되고 나서 읽은 신앙 서적은 대체로 평이했다. 지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책이 많지 않았다. 반면 유대교 랍비인 마틴 부버나 아브라함 헤셸의 저작은 거의 강제 묵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헤셸의 글은 내가 격하게 아낀다. <누가 사람이냐>라는 책을 먼저 읽었다. 너무 어려워서 '이것을 읽어야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 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읽어야 할 책, 올라가야 할 준봉을 만난 느낌이었다. 헤셸의 책은 문장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지적인 긴장감과 동시에 여기 영적인 무엇이 숨어 있구나 생각하게 한다.

쓴 책 중 가장 쉬운 책에 속하는 <안식>도 마찬가지다. 헤셸 책 중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책만큼은 헤셸 책 중에서도 웬만하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은 문장 하나하나가 숨 가쁘다. 이해가 안 되니까 읽으면서 거의 강제로 묵상을 하게 된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힘을 얻는다. 나의 잠재적인 능력을 끌어내 어떤 지점으로, 가 보지 않은 지점으로 안내한다. 헤셸의 책은 도처에서 빛난다. 한국 독자도 헤셸을 읽어야 한다. 영어권 복음주의 저자들 책을 보면 각주, 미주, 참고 문헌 목록에 헤셸의 책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일반 복음주의 독자들이 읽기는 쉽지 않은데, 복음주의 저자들은 그의 책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용한다. 고급 독자가 되고 싶다면 헤셸의 책 정도는 읽어 줘야 한다.

4. 디트리히 본회퍼 <성도의 공동생활>(복있는사람)

나는 디트리히 본회퍼를 학부 때 만났다. 여러 책이 영향을 줬지만, 그중 문익환 목사가 번역했던 <신도의 공동생활>에 큰 영향을 받았다. 최근 복있는사람에서 새로운 번역과 장정으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널리 추천하고 있다. 개인적인 영성과 공동체적인 삶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로 설명한다.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한 나에게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명료하게 보여 준 책이다. 본회퍼의 모든 책이 내 영혼에 빛을 비추어 주었지만, 가장 애독했던 책은 역시 <신도의 공동생활>이다.

5. 파커 파머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IVP)

파커 파머도 무척 좋아한다. 이른바 미스터 기독교 교육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존 스토트를 미스터 복음주의자라 부르듯이 말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은 이 사람을 기독교 교육의 거장에서 교육학의 구루(guru, 영적 지도자)로 거듭나게 한 책이다. 그의 책은 모두 좋다. 뒤로 갈수록 점점 에큐메니컬한 성향이 심화되어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 파머의 책은 하나하나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그중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에는 아직 기독교 언어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기독교인이 갖고 있는 인식론적 측면을 돌아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동성애자를 타자화하고, 악마화한다. 개인 경건을 강조하기에 사회적 문제의식이 강한 사람을 타자화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진정한 앎이 철저하게 상호작용(interaction)임을 보여 준다. 원제 'To Know as We Are Known'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앎은 주고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잘 보여 준다. 우리는 대부분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두려워한다. 기독교인들은 내가 바뀌길 원치 않으면서 만나고 대화한다. 이 책은 진정한 만남이 상호작용으로 내가 바뀌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학문적으로 기술되었지만, 심연에서는 깊은 영성이 약동한다.

6. 리처드 니버 <그리스도와 문화>(IVP)

나는 IVF 출신이고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계속 공부했다. 개혁주의 세계관을 기독교 세계관 그 자체로 배웠다. 기독교가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배웠으나, 모두 알다시피 한국의 정황에서 적용하기 어렵다. 니버처럼 기독교와 문화가 맺는 관계 유형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그리스도와 문화>를 포함한 몇몇 책이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야를 주었다. 이 책이 보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 기독교 세계관 흐름은 철저하게 변혁 유형이다. 그러나 한국에 맞는 것은 역설 유형이라고 본다. 이는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 자체의 종교 다원화 맥락에 기인한다.

2002년에 <복음과상황>에 '기독교 세계관 멀리서 넓게 보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쓸 때도 엘륄이나 루터의 역설적 세계관을 이야기했다. 칼빈이 옳다, 역설이 옳다 싸울 일은 아니다. 우리가 기독교 담론을 너무 단일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개혁주의가 기독교 표준이라는 식으로 암묵적 전제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기독교는 단수가 아니고 복수다. 루터주의가 있고, 칼빈주의가 있고, 성공회가 있고, 오순절, 재세례파가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눈이 넓혀져야 한다. 이렇게 눈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책이 <그리스도와 문화>다.

7. 달라스 윌라드 <하나님의 모략>(복있는사람)

달라스 윌라드는 복음주의자도 지적으로 굉장히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아주 드문 유형이다. 대부분 복음주의자는 말랑말랑하고 샤방샤방한 이야기를 하는데, 달라스 윌라드는 그렇지 않다. 진지하고 심오하게 파고든다. 나는 이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모략>은 개인의 변화,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하나님나라를 이야기하고 전 우주를 이야기한다. 스케일이 호방하다. 복음주의도 마땅히 이런 시야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달라스 윌라드는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되는 폭넓은 시야에서, 하나님나라의 전체 시야 속에서 구원을 본다. 나의 구원, 나의 성공을 바라보는 한국교회 특유의 기복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은 교정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하나님나라 시각에서 봐야 한다. 나의 어떠함이 아니라 당신의 어떠함, 우리 마을의 어떠함, 우리 대학의 어떠함, 우리나라의 어떠함, 이 세계의 어떠함으로 확장해 그 속에서 구원도 이야기되어야 한다. 하나님나라 속에서 나의 자리, 나의 구원이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큰 시야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윌라드는 그런 시야를 갖게해 주는 좋은 교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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