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택환 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칼럼 형식에 맞춰 수정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신성남 집사의 글 '예수님은 돈 받고 설교하지 않았다'가 요즘 페북에 회자된다. 글쎄다. 예수님이 공생애 3년 중에도 목수 일 하시면서 자비량 설교를 하셨을까? 아니면 어부 출신 제자들에게 물고기 잡아 오라 시켜서 하나님나라 선교팀을 운영하셨을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과 제자들의 모든 필요를 기적을 통해 채우셨을까?

내 생각은 예수님도 필요한 때에 후원을 받으신 것으로 본다. 가령, 베다니 나사로는 예수님이 '우리 친구'라 불렀던 인물이다(요 11:11). 나사로는 여동생 마르다, 마리아와 함께 예수님 일행을 종종 집으로 초청했다. 그만큼 재력을 지닌 자가 나사로였다. 그가 예수님 일행을 단지 집으로 초청만 했을까? 그들을 위해 숙식 외에도 일정 부분 비용을 후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사로 외에도 예수님은 곳곳에 제자들이 모르는 후원자들이 있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예수님이 타고 가신 나귀도 그렇게 후원받은 것이고(마 21:1), 최후의만찬 장소로 사용된 다락방도 그랬다(막 14:15). 나귀나 다락방이 돈은 아니지만 예수님이 돈을 일체 후원받지 않았다면 제자 가운데 회계가 왜 필요했겠으며, 회계인 유다가 무엇 때문에 돈궤(요 13:29)를 맡아야 했을까?

실제로 눅 8:3에는 후원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이 나온다.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와 수산나와 다른 여러 여자가 함께하여 자기들의 '소유'(휘파르콘톤)로 예수님 일행을 섬겼다는 것이다. 존 놀랜드는 그의 WBC 주석에서 소유를 '재산'이라고 설명한다. 톰 라이트는 <모든 사람을 위한 누가복음>(IVP)에서 소유를 '돈'으로 번역했다.

예수님 일행은 예수님과 단지 열두 명의 사도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눅 10:1에 70인의 제자가 언급된 것을 보면, 정확히 숫자를 한정할 수 없는 다수 무리들이 예수님과 함께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먹고 마시며 거동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예수님이 매번 기적을 베푸셨다거나 자비량으로 해결하셨다고 생각하면 믿음 있고, 돈이나 물질의 후원을 통해 하셨다고 보면 믿음 없는 것일까?

우리가 성육신의 예수님을 생각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상정하는 것이 타당할까. 돈 한 푼 없이도 전혀 부족함 없이 잘사시는 예수님보다, 오히려 가난하셨기 때문에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문제로 우리와 동일하게 힘겨워하시고, 그만큼 돈을 필요로 하셨던 예수님을 상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내 입장은 꼭 설교로 한정할 필요는 없지만, 예수님도 다양한 후원을 받으셨다는 쪽이다.

한편 신성남 집사는 작은 교회의 헌금 대부분이 인건비에 사용되는 것을 두고, 마치 "헌금 나오는 대로 먹고 버티기에 바쁜 '식물 교회'"처럼 비유한다. 굳이 다른 곳을 말할 것 없이, 우리 그소망교회를 보자. 어른, 아이 합쳐서 40명이 안 되는 개척교회인데 사역자가 셋이다(담임목사, 청소년부 협동목사, 어린이부 전도사). 세 명의 인건비를 합치면 예산의 60~70% 선이다. 그 외에 교육비 15%, 봉사비 8% 선교비 6% 등이다(2015년 기준).

난 우리 교회가 식물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곧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고, 봉사에 투자하는 것이고, 선교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가 그러하다. 그러나 작은 개척교회는 인건비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생계비에는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사역자들은 주중에 다른 일을 하든지, 배우자의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교회가 존속할 수 없어서다.

추가적으로, 우리 교회가 카페바인에서 주일에 예배하는 것도 건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 역시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사람에게 투자한 작은 개척교회의 생존을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하나님나라를 위한 교회의 교육, 봉사, 선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귀족 교회, 재벌 목회자는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그들이 천국 가기는 거의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처럼 어렵다. 그러나 평범한 목회자들이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회가 여건을 갖추는 것은 시간이 걸려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택환 / 그소망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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