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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지서 해물라면 파는 목사
[인터뷰] 하현용 목사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 향기 내는 것도 목회"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6.12.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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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서 해물라면 등 각종 음식을 만들어 파는 하현용 목사. 뉴스앤조이 현선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016년 12월, 마지막 휴가는 제주도에서 보내고 싶었다. 새파란 하늘과 바다가 그리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바람을 동반한 궂은 날씨가 나흘간 이어졌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도였다. 날씨와 상관없이 바다며, 오름이며, 들판이며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시 협재리도 기억에 남는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었는데, 바다는 덩실덩실 춤을 췄다. 관광객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해변을 거닐었다. 한동안 바다를 바라봤더니 출출했다. 핸드폰으로 맛집을 검색하니 '해물라면' 잘하는 집이 떴다. 금강산도 식후경. 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10시, 조금 이른 시간. 가게 문을 여니,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인장은 먼저 온 손님의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해물라면과 해물볶음밥을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담한 식당에는 테이블 4개가 놓여 있다. 벽 한편에는 그간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 보였다.

"정말 맛있어요, 빅대디 너무 좋아용. 사장님 잘 먹고 갑니다"(홍대에서 온 4인조), "너무 맛있어요, 빅대디 잘 먹고 가요."(싱어송라이터 Ruel)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라면 그릇에는 게·새우·조개·홍합 등 해물이 가득했다. 해물볶음밥도 마찬가지였다. 맛도 좋았다. 평소 서울에서도 맛집들을 자주 찾아가는데, 여기 식당 맛도 뒤지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주인장과 인사를 나눴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니, 주인장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인장이 목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챙이 넓은 모자와 반팔, 덥수룩한 턱수염은 목사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보통 목사였다면 성탄절 행사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하현용 목사(39)는 식당에서 칼질을 하고 프라이팬을 붙잡았다.

제주에 둥지 튼 목사, 식당 주인장 되다

하현용 목사는 2014년 11월 가족과 함께 제주도 한림읍 협재리로 이주했다. 평소 대안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마침 협재리에 자신과 비슷한 생각의 공동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주에 오기 전에는 서울에 있는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지냈다. 교회는 개방적이었다. 십일조를 무기명으로 하고, 목회자와 교인은 허물없이 지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적극 지원해 줬다.

당시 하 목사는 교회 본질을 고민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신앙생활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삶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하 목사는 교회가 사람들의 '삶의 근간',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믿었다.

담임목사 허락을 받아 교회 내 소그룹에 '공동체 모임'을 만들었다. 교인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미 익숙한 일상의 패턴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 목사는 주말 내내 교회에 붙잡혀 살았다. 아무리 좋은 교회여도 기성 체제 안에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교회를 사임한 하현용 목사는 1년간 전국을 돌며 여러 공동체를 탐방했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제주에 있는 떨기나무공동체를 소개받았다.

협재에 정착한 하 목사는 목회가 아닌 장사를 택했다. '착한 건물주'를 만나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다. 장사는 쉽지 않았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맞은편에 대형 커피점이 들어섰다. 어쩔 수 없이 종목을 변경했다. 커피 대신 비빔밥과 비빔국수를 팔았다. 다행히 요리가 적성에 맞았다. 메뉴는 자체 개발을 통해 틈틈이 바꿔 나갔다.

주방에서 손님에게 내어 줄 음식을 만들고 있는 하 목사의 모습. 뉴스앤조이 현선

식당 문은 오전 10시에 오픈한다. 때에 따라 늦은 밤까지 장사한다. 해변 근처에 있고, 관광지여서 장사가 잘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장사를 하니까 늘 양심과 싸워요. 결국에는 '마진' 때문이죠. 재료비를 낮추면 맛이 떨어지고, 세금도 무시할 수 없죠. 어떤 달에는 이것저것 다 떼고 나니까 통장에 350원 남아 있더라고요. 장사는 돈 벌려고 하는데 난 왜 이럴까 싶죠.(웃음) 정직하게 사는 게 어려운 세상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근근이 살아도 괜한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관광지에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식당, 카페, 펜션 등은 손님 유치를 위해 인터넷 광고에 열을 올린다. 하 목사는 돈을 써 가며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다. 어떤 음식이든 장소든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열을 올리면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소홀해진다고 생각한다.

"관광객이 블로그 소개 글 보고 식당에 찾아가잖아요. 그런데 평가나 사진과 다른 곳도 많아요. 실제로 먹어 보지 않고 쓴 글도 많고, 돈 받고 한 평가도 많아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식당은 '맛있는 음식을 적정한 가격에 파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양심에 거리낌 없이, 신앙인으로서 정직하게 장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2년간 장사를 하면서 배운 게 많다. 하 목사는 그중 '겸손'을 첫손으로 꼽는다. 식당을 오픈했을 때 지역에 있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줄 알았다. 육지에서 온 사람이고, 더욱이 목사로 알려졌으니 다른 가게보다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어이가 없는데, 왜 제가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기존 습관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교회 테두리 안에서 목회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 가져 주고 대우해 주잖아요. 교회니까 가능한 거였는데, 순진하게 밖에서도 이게 당연한 줄 알았던 거죠. 관심 없는 게 당연하죠. 가만히 앉아서 내가 목사인데 이러면 대체 누가 관심을 갖겠어요. 어느 순간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깨닫고 너무 부끄러워서 반성하고, 작정하고 회개했어요.(웃음)"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볶음밥과 라면은 맛도 일품이었다. 뉴스앤조이 현선

장사를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건 또 다른 재미다.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목사라는 것을 알고는 대뜸 '고해성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내연녀와 함께 여행을 왔다고 하거나, 성추문으로 유명한 한 목사의 최측근이었다고 고백한 이도 있다.

종종 육지에 있는 동문 목사들도 하 목사가 일하는 식당을 찾는다. 이들은 목회하면서 갖게 되는 불만을 하소연할 때가 많다. 푸념을 늘어놓는 이들에게 하 목사는 "힘들면 나가서 다른 일하라. 그것도 목회다"며 적극 권한다.

계속 장사하면서 지낼 것인지, 목회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하 목사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곧 목회라고 말했다.

"목사니까 꼭 교회에서 일해야 할까요. 목회는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목사일수록 다양한 일상의 영역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교회에서 설교하고, 성도들을 관리해야 하는 건 목회의 기능일 뿐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사회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받은 목회의 소명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게 지금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숙박업과 음식점의 영역에서 목사로 살아가고 있어요. 목회는 예배당과 목양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성도들이 속한 다양한 삶의 터전에서 이뤄져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그 속으로 (목회자들이) 뛰어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지 않는 이상 교회와 신앙은 성도들에게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뿐이죠."

하 목사에게 장사는 곧 목회다. 일상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으며 살아가고자 한다. 뉴스앤조이 현선

제주도에 둥지를 튼 지 2년째. 장사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힘들었지만 하 목사는 이런 경험을 성숙을 위한 밑거름으로 여겼다. 하 목사는 "어디를 가든지 갈등은 있게 마련이잖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정이 생겨 게스트하우스는 12월까지만 운영한다. 식당은 내년에도 한다. 제주 협재에 가면 해물라면 파는 목사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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