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1. 극장에서 일하는 A 씨. 본사에서 여성 아르바이트(알바) 노동자가 지켜야 할 용모 규정을 들었다. 눈썹 형태는 또렷이 드러나게 하고 꼭 '붉은 립스틱'을 바르라는 내용이었다. 생기 있는 화장법이 자신의 업무와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 의아했다.

#2.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 중인 B 씨. 퇴근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매니저가 오늘은 일찍 집에 가 보라고 했다. "괜찮다.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한 지 2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른바 '임금 꺾기'였다. 매장에 일이 없어도 알바 노동자에게 임금을 줘야 하니, 매니저가 월급을 아끼려 강제 퇴근을 시킨 것이다.

#3.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C 씨. 술 취한 손님이 컵라면에 물을 떠 오라고 했다. 물은 손님이 직접 채워야 한다고 답했다. 손님이 펄펄 끓는 물이 담긴 컵라면을 C 씨 얼굴에 던졌다. C 씨는 얼굴과 목에 화상을 입었다.

세 사건은 모두 2016년에 발생했다. 이들이 운이 나쁜 게 아니다. 알바 세계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임금 체불은 기본, 손님·사장의 성희롱도 다반사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 없이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손님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일도 생긴다.

어려움을 겪는 알바 노동자를 돕는 '알바노조'의 우람 팀장(정책팀)을 12월 27일 만났다. 우람 팀장에게 알바노조가 하는 일, 알바 노동자가 알아야 할 사항, 한국 사회에서 바뀌어야 하는 노동정책을 물었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알바노조 우람 팀장(정책팀)은 알바 역시 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45초 안에 만들고, 17분 30초 안에 배달

- 알바노조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알바생에게도 노조가 필요한가.

사람들이 알바노조를 의아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알바를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바에 노조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도, 알바는 학생들이 용돈을 버는 창구라고 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알바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알바로 생계를 이어 가는 사람이 많다. 취직을 포기하고 일하는 20~30대도 있고, 가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일하는 50대 이상 여성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알바생' 대신 '알바 노동자'라는 호칭을 쓴다.

- 알바노조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알바노조는 알바 노동자도 누릴 수 있는 노동 권리를 소개한다. 회사에는 노동권을 보장하고 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한다. 예를 들어 한 주 15시간, 한 달 60시간 이상 일하는 알바 노동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법으로 보장돼 있는 권리지만, 일하는 사람도 모르고 고용한 사람도 모른다.

- 알바 노동자가 겪는 처우 문제를 이야기해 달라.

여러 업종이 있지만,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한 패스트푸드점은 주문이 들어오면 45초 안에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문제가 있는 규정이다. 빠른 시간에 만들라고 재촉하면 조심성이 떨어진다. 일하다가 뜨거운 기름이 손에 튀어 다치는 경우도 꽤 된다. 원래 안전을 위해 목장갑과 비닐장갑을 모두 착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바쁘니까 비닐장갑만 두 겹 끼고 일한다. 이러다 다치면 산재 처리도 없다. 알바 노동자가 45초 안에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또 하나는 배달 시스템이다. 주문 접수 후 17분 30초 안에 배달하라는 규정이 있었다. 본사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알바 노동자들은 이 규정이 있다고 말한다. 알바노조가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전체 배달 알바 노동자의 30~40%는 배달 중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접촉 사고나 넘어지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패스트푸드 계열은 이에 대한 안전 대책도 없다.

편의점도 심각하다. 사람들은 흔히 편의점을 '꿀알바'라고 생각한다. 일이 별로 없다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계산, 물건 정리는 기본이고 택배 업무를 보는 곳도 있다. 가장 힘든 건 손님 응대다. 큰 매장이 아닌 이상 거의 혼자 일한다. 폭언과 폭력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어렵다. 알바 노동자 이야기를 들어 보면, 폭언과 성희롱은 일상이라고 한다. 경찰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이 설치된 매장도 있지만, 경찰이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생길지 가늠할 수 없다. 이 문제 역시 뚜렷한 대책이 없다.

의자가 없는 곳도 많다. 계속 서서 일하거나 의자가 있어도 주변 눈치를 보게 된다. 손님이 "왜 알바생이 앉아 있느냐"고 사장에게 클레임을 걸면 간이 의자를 빼는 경우도 있다. 사장이 CCTV를 보다가 "왜 앉아 있느냐"며 일 시키기도 하고.

임금 체불은 성별 무관하게 발생하지만, 여성 알바 노동자에게는 외모 관련 차별도 많이 일어난다. 사진 제공 알바노조

- 여성 노동자는 주로 성차별적인 발언을 듣거나 단정한 외모를 요구받는 것 같다.

노동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임금 체불과 인격적 모독이다. 유독 여성은 외모와 관계가 있다.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빨간 립스틱'을 바르라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하다. 올여름, 한 음료 전문점에서는 예쁜 사람만 지원하라는 채용 공고를 띄웠다. 이것 역시 문제가 있다.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일하는 것과 외모는 관계가 없는 일 아닌가. 본사에 문제를 제기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받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불거지면, 제3자가 옹호한다는 사실이다. "나 같아도 예쁜 알바생 있는 곳에 가고 싶겠다"며 사업자를 옹호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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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곳도 많나.

현재 최저 시급이 6,030원이다. 서울은 대부분 최저 시급을 지키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최저 시급을 지키지 않는 사장도 많다. 수습 기간이라고 돈을 덜 주기도 한다. 원래 수습 기간은 조금 주는 거라고 말하면서. 노동법에 보면 수습에 관한 규정이 나오긴 한다. 1년 이상 계약하거나 무기 계약한 경우다. 이 경우 3개월에 한해 90% 이상만 줄 수 있다.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채용 기간을 1년으로 하지 않았는데 수습이라고 돈 적게 주면 불법이다. 임금 체불은 사건 발생 3년 이내로 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

이런 경우도 있다. 한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줘야 한다. 고용주가 이걸 하기 싫어서 14.5시간만 일하게 한다. 쪼개기 계약이라는 것도 있다. 우리는 원래 3개월씩 계약한다면서 9개월 일하면 내쫓는 것이다.

- 알바 노동자에게 불리하다고 느낀 법의 구멍이 있나.

근로기준법에 보면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이 4명인 곳은 가산 수당, 연차, 유급휴가, 생리 휴가가 없다. 부당 해고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조건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야간에 일하면 야간 수당을 줘야 하지만, 최저 시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장이 임의로 노동자에게 더 줄 수는 있지만 법적인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후반 헌법재판소에서 이 사안이 논의된 적이 있다. 그때 합의 판결이 났다. "영세 사업자의 지불 능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현 상황을 생각해 보면,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게 과연 급여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는 임대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이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5인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야근 수당을 줄 수 없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사장과 알바 노동자의 대결 구도로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 알바노조에서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최저 시급 1만 원이다.

2013년 알바노조가 생길 때 최저 시급이 4,860원이었다. 지금은 6,030원이지만 이것도 낮다. 겨우 먹고사는 수준이다. 그 이상을 바라기가 어렵다. 월세 내고 식비·교통비·통신비 내면 남는 게 없다. 버는 족족 생계비로 쓰게 돼 있다.

알바노조는 최저 시급으로 1만 원을 이야기한다. 월급으로 따지면 200만 원이 약간 넘는다. 많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OECD 평균 최저임금 수준이다. 한국 경제 수준은 중상위권인데 최저임금 수준은 중하위권에 속한다. 그래서 1만 원을 주장한다. 최소한 170~180만 원은 받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시급으로 따지면 8,000원 정도 된다.

알바노조는 최저 시급을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알바노조

- 1만 원을 받으면 자영업자에게 타격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영업자 종사자가 약 500만 명 된다고 본다. 여기서 노동자 고용하는 자영업자는 15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가족이 함께하는 구조다. 30%만 알바 노동자에게 시급을 주는 경우다. 부담이 크지 않을 거라고 본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가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자영업자 매출이 전체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알바 노동자가 일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알바노조에서 알바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최저임금, 주휴수당, 퇴직금, 부당 해고, 산업재해 등 알바 노동자가 부당하게 피해를 입거나 자신의 권리를 알고 싶을 때 상담해 준다. 1회성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돕는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알바 노동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기 쉽지 않다. 대변해 줄 사람도 없고 문제에 관심 갖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알바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하고 싶다. 문제가 생기면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고 단체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조합비는 1시간 최저 시급과 같다.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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