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해마다 성탄절 오후에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가 열린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고통받는 이들,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 세월호 가족 등 그 시대 가장 고난받는 이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연합 예배를 드린다.

2016년 성탄절에 찾은 고난받는 이들은 KTX 해고 승무원이다. KTX 해고 승무원은 벌써 10년 넘게 싸우고 있다.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싸웠지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 지방법원·고등법원은 해고 승무원 손을 들어 줬지만 대법원은 돌연 한국철도공사 손을 들어 줬다. 이 판결로 해고 승무원은 1인당 1억 가까이 빚을 지게 됐다.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연합 예배'에 기독인 6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0여 년 전, 해고 승무원이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했을 그 장소. 서울역 앞 광장에서 'KTX 해고 승무원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가 열렸다. 12월 26일 오후 3시, 광장에는 기독인 600여 명이 모였다.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았지만 미세 먼지로 잔뜩 찌푸린 하늘에 으스스함이 더해진 날씨였다.

416합창단의 합창으로 예배를 시작했다. 2014년에는 '고난받는 이들'이라고 불렸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이제 합창 단원이 돼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무대에 섰다. 합창단은 '어느 별이 되었을까', '금관의 예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참석자 몇몇은 손에 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피켓을 흔들었다.

416합창단이 예배에 참석해 '금관의 예수', '어느 별이 되었을까'를 불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탄절 연합 예배 순서를 맡은 이들 중에는 여성이 많았다. 어노인팅 전은주 전도사가 찬양 인도를 맡아 '그 맑고 환한 밤중에', '사랑의 나눔', '겸손의 왕'을 불렀다. 윤은주(뉴코리아), 백윤하(새벽이슬), 김진희(새민족교회) 씨가 각각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KTX 해고 승무원을 위해 기도했다.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가 '어둠은 가고 빛이 오니'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강 목사는 모세의 일생을 재조명하며 어떻게 어둠이 가고 빛이 오는지 설명했다. 그는 모세가 자기 동족 중 한 사람이 학대받는 것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해 스스로 왕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강경민 목사는 모세의 사정을 우리 상황에 빗대 우리 자신에게 한 가지 엄중한 질문을 던지자고 했다.

강경민 목사는 "우리의 헌신과 희생 없이는 이 땅에서 악의 세력이 물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우리가 여기 나오면서 잃은 것이 무엇입니까. 오늘 우리는 이 시대의 고난받는 이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서 무엇을 잃고 있으며 무엇을 희생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오늘 한 번 생각하고 넘어갈 질문이 아닙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호소합니다. (중략)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는 사랑. 이것만이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요 빛입니다. 우리의 헌신과 희생이 없이는 이 땅에서 결단코 악의 세력이 물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악은 결코 빛의 도움이 없이는 스스로 악인 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변치 말고 빛의 축제에 참여하십시다. 해고 당하신 KTX 승무원의 눈물이 반드시 닦이고 빛 안에서 다시 만날 그날이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설교가 끝난 뒤 성찬식이 열렸다. 기도 순서와 마찬가지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김현숙 목사(교회2.0목회자운동), 나지희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 여성 목사들이 집례를 맡았다. 집례자는 "주님은 공동체에서 배제된 이들을 불러 모으시고, 절망에 싸인 이들을 가르치셨으며 부족한 이들을 벗으로 부르시고 모든 이들을 잔치에 초대하셨다"며 누구든 성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 예배 장소 옆을 지나가던 노모와 아들, 서울역 노숙인 등 모두 자기 분량의 빵을 떼고 포도주에 찍어 먹는 것으로 성찬식에 참여했다.

성찬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성찬으로 진행됐다. 어린 아이, 광장을 지나던 노숙인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준비된 예배 순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작은 원을 그리며 손을 맞잡았고, 공동 축도문을 읽었다. 참석자들은 2017년 4월 16일 부활절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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