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학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우종학 교수. 우 교수는 쏟아지는 과학적 발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나님을 이해하는 그릇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세계적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2016년 주요 발견 중 하나로 '프록시마 b'를 꼽았다. 이 행성은 지구와 환경이 비슷해 제2의 지구라 불린다. 과학의 발전은 점점 외계에도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구에서는 36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고인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과학의 발전과 각종 관찰 결과는 기독교인들에게 여러 의문을 던진다.

"원숭이가 어떻게 사람이 되느냐?" 기독교인이라면 한번쯤 던져 봤을 질문이다. 그럴 때 등장하는 '창조과학'은 우리에게 명쾌한 답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성경 말씀과 과학적 사실이 일치하는 것 같고, 그랜드캐니언 같은 경관이 이를 입증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에 고개를 젓는다. 대표적인 이가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다. 우종학 교수는 2012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허블 망원경을 통한 블랙홀 관측에 나서기도 했고, 과학 대중 강연을 수차례 맡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과학자이자 크리스천이다.

유망한 과학자인 우 교수는 한국교회에서는 이단 소리를 듣는다. 창조과학 비판에 앞장서고 있어서다. 창조과학을 비판했을 뿐인데, 창조를 부정하고 진화론을 수용하며 성경을 모독한다는 항의를 수차례 듣는다. 올해만 해도 우종학 교수를 강사로 초청한 서울·경기 지역 SFC가 교단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서울 지역 SFC 대표간사가 해임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올해 9월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에서는 SFC 신학을 검증할 조사위원회가 설치됐다. 총신대학교는 11월 예정된 강의를 이틀 앞두고 취소했다.

사실 우종학 교수의 관심은 창조과학 비판이 아니라 '과학과 신학의 대화'다. 과학적인 발견, 때로는 성경과 배치되는 것 같아 보이는 현상들이 신학과 어떤 지점에서 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우 교수는 이 주제를 고민하는 게 앞으로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 판단해 과신대(과학과 신학의 대화)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몇 명의 저녁 식사 번개로 시작했지만, 올해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과신대는 올해 두 차례 수백 명이 참석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교회가 과학과 상식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12월 22일 우종학 교수를 만나 과학과 신학 간 대화의 필요성, 과신대가 보여 준 가능성을 되짚어 봤다.

"과학적 발견들, 복음 가치 훼손 못 해"

과학과 신학의 대화. 우종학 교수는 이를 "신학자들이 신학적으로 고민하고 해석할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과학적 난제'로 불려 과학자들도 가설을 세우고 연구하는 분야라면, 언제든 학설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신학적 논의가 쉽지 않다. 반면 과학적으로 엄밀한 사실로 평가받는 지동설 같은 것들은 신학자도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조직신학이나 성서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성경과 연계해 해석하고 대화할 여지가 생긴다.

"예전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어야만 한다고 봤고, 그게 기독교 교리와 묶여 있었죠. 근데 시간이 지나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는데, 그게 복음을 흔들었나요? 같은 맥락에서, 200~300년 전부터 우주 나이에 관한 연구가 진행돼 왔고, 이제는 138억 년이라는 데 이의가 없어요.

외계 행성도 계속 발견되고 있고, 과학자들은 높은 확률로 외계에도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죠.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면 어떻게 될까요. 창조주에 대한 신앙이 무너질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하나님이 지구에만 인류를 창조했다는 생각은 무너지겠죠. 구원의 길에 대한 의문도 나올 거고요. 그러나 그게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깨지는 못한다고 봐요."

중요한 건 복음의 '코어'를 담아낼 그릇을 크고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우종학 교수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창세기 1장을 문자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은 성경 전체를 부정하는 사람처럼 치부해 버린다고 했다. 그런 창조과학식 접근은 위험하다고 했다. 과학과 신학이 대화하며 하나님을 이해하는 그릇을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신학자들이 보이는 과학적 발견을 기존 교리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기존 교리를 수호하고 방어하려는 태도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과학적 발견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거꾸로 이런 상황에서 과학적 발견을 통해 기독교 교리를 변증하는 것은 교회의 정체성을 지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두 차례 열린 과신대 포럼은 수백 명의 참가자로 북새통이었다. 우 교수는 여기서 창조과학식 접근 외에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해에 목마른 한국교회 열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포럼에서 발견한 가능성

사실 창조과학에 대응하는 일은 우종학 교수가 하지 않아도 된다. 우 교수도 이를 잘 안다.

"주변 과학자들도 이런 데 나서지 말고 연구나 열심히 하라고 해요. 사실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이라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거 다 알거든요. 그런 곳 상대해서 왜 과학자들 위상을 떨어뜨리냐는 거죠. 가령,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쳐요. 과학자들이 거기 대응하지 않죠. 사이비 과학이니까.

그런가 하면 무신론 과학자들은 저더러 신 같은 엉뚱한 얘기 한다고 뭐라고 해요. 근데 또 기독교 내에서는 이단 소리까지 들으니까.(웃음)"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 과학적 물음에 신학적 해답을 요구하는 교인들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과신대는 <창조론자들>(새물결플러스)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942쪽에 달하는 5만 원짜리 책. 누가 볼까 싶겠지만 수백 권이 선구매됐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모인 5월 과신대 1차 포럼에는 350명이 몰렸다. 온라인에서는 이제 회원 수 2,000명에 육박하는 그룹이 됐다.

"이 열기를 보면서, 과학적인 도전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낼 수 있는 장이 한국교회에 정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교인이 있는데, 어디 가서 물어볼 수가 없는 거죠.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서울대생이라고 해도, 교회 다니면 창조과학식 접근 외에 다른 견해를 듣기가 어려워요. 대안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과신대'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죠."

과신대는 내년 정식 단체로 출범할 예정이다. 1월 초 홈페이지를 열고, 8주 정도로 기초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진화론, 우주 나이와 관련해 생기는 신앙적인 고민에 관해 공부하고 심화 과정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현재 과신대 출범을 위한 1회성 후원 모금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과신대는 현재 설립 프로젝트를 위해 일회성 모금 후원자를 찾고 있다. 동참을 원하는 사람들은 우종학 교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안내 글을 참고하면 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