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무엇보다 모임이 많아지는 시기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도움을 주었거나 함께 지내며 행복했던 사람들과 많이 만난다. 그런 모임 중 한 곳을 다녀왔다. 책을 매개로 매주 하루씩 모여 한 주간 읽은 책을 소개하고, 읽고 느끼고 배울 점을 나누는 모임의 1년을 결산하는 북 콘서트다. 작년 이맘때에도 초대를 받아 다녀온 후 이 글을 썼다.

올해도 초대를 받아 12월 17일 다녀왔다. 내가 소속해 있는 강동지방회에 백수현 목사(리더)부터 백승룡 목사, 오만종 목사, 김한나 목사까지 4명이 책을 읽고 나누다가 주변 몇몇 사람을 초대해 만든 작은 모임이다. 초대받아 온 사람을 포함하면 20명 이내다. 외형만 보면 조촐한 북 콘서트다. 그러나 이 북 콘서트를 다녀오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성탄과 송년을 앞둔 의미 있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난 1년간 매주 모여 책 나눔을 했으니 적어도 각자 책을 50권쯤 읽은 셈이다. 독서량이 적지 않다. 그들 중 한 주에 두 권 이상 독서하는 목사도 있다. 독서 범위도 다양하다. 그들이 1년간 읽은 책을 한곳에 진열했다.

<거짓의 사람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팡세>, <혜초>, <유진 피터슨>, <창조 기사 논쟁>, <일상 교회>, <오시는 하나님>, <예언자적 상상력>, <생각하는 인문학>, <정신적 폭력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나무를 심는 사람>, <한국교회의 미래>, <미학 오디세이>, <목회자의 소명>, <흔들거리며 걷는 길>, <언더그라운드 교회>, <논어>, <톨스토이 인생론 참회록> 등.

두 번째 북 콘서트 주제는 '소원'이었다. 작은 모임이지만 음악과 웃음이 있는 축제였다. 정말 book + concert 였다. 남자 목사 3명이 기타를 치고 여자 목사 1명이 함께 화음을 넣어 작은 음악회를 했다. 사실 이 4인조 그룹은 이미 몇 군데 출연한 바 있다. 아마추어이지만, 아마추어 같지 않은 그룹이다.

노래 두 곡으로 북 콘서트를 시작했다. 각자 읽은 책 중 한 권씩 소개하고, 소통하기 위해 퀴즈를 내서 맞으면 선물을 주기도 했다. 도서 상품권과 책을 읽고 요약할 수 있는 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4명의 목사가 소개한 책은 이렇다.

김 목사는 한 해를 엔도 슈사쿠에 흠뻑 빠진 한 해였다고 말했다. <깊은 강>을 소개했다. 인도 여행 이야기이다. 여행 가이드 북이 아니라, 무엇인가 많이 생각하게 만든 책이라고 하면서 일독을 권했다. 오 목사는 <책의 정신>을 소개했다. 책을 탐구하는 책이라고 했다. 두 목사의 책 소개가 마치고 노래 한 곡을 들었다. 리더 백 목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개했다.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한 게 인상 깊었다. 백 목사는 마지막으로 <연을 쫓는 아이>를 소개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등장하는 책이다.

책 소개가 다 끝나고 '실버벨', '화이트 크리스마스', '소원' 등을 불렀다. 아는 곡은 함께 따라 불렀다. 위트 있게 사회를 보는 오 목사가 앵콜을 청하지 말라고 했으나 여기저기서 박수하면서 앵콜을 외쳤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로 마무리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간단한 간식으로 파티한 후 헤어졌다.

내가 이 북 콘서트에 관심 갖는 것은 리더 백 목사가 SNS에 올린 말 때문이다. "4명의 목사들이 의기투합해서 연말 송년회 문화를 우리가 건전한 모임으로 바꾸어 보자 해서 시작했다"라는 대목 때문이다. 이들은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사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본 그들의 사역은 결코 작다 할 수 없다.

작은 도서관 운영, 구청 직장 선교회 설교, 연합 예배, 서부 청과시장 경매인 예배 설교, 장애인 생활 시설 봉사, 주민센터 연계 빈곤 가정 청소 봉사, 장애인 생활 시설 일일찻집 물품 조달,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운영, 악기 재능기부, 독서 모임 개설 및 인도 등이다. 그들 사역은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사회,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향해 재능 기부로, 몸으로, 말씀으로, 섬김으로 다가간다.

올해의 성탄과 송년이 작은 북 콘서트로 인해 행복하다. 이런 북 콘서트가 많아지기 바란다. 성탄, 결코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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