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부터 비로소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그 웃음
어둔 바다 깊은 하늘에 지울 수 없는 눈망울
어느 별이 되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새벽이 일렁이는 저 바다에 사랑하는 내 별이 뜬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416합창단이 부르는 노래가 겨울비와 함께 안산 합동 분향소 앞마당을 적셨다.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교인들은 조용히 노래를 들었다. 이 노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자녀들을 추모하는 '어느 별이 되었을까(이건범 작, 이현관 곡)'다.

416합창단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며 노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 내내 참가자들 머리 위로 폭우가 쏟아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2월 21일 저녁,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가 열렸다. 이날 전국에는 오랜만에 비가 쏟아졌다. 예배에 참석한 기독교인 200여 명 머리 위에 폭우가 내렸다. 빗물은 바닥에 잠깐 고여 있더니 곧 물줄기를 이루어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정이 안치된 분향소로 흘러갔다.

예배가 시작됐다. 세월호 희생자 지성이 아빠 문종택 씨가 대표로 기도했다.

"인양의 예수님, 그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 계신 아홉 분과 함께 탄생하면 안 되는지요. 진실의 예수님. 우리들 죗값으로 학살된 세월호 304분과 함께 탄생하면 안 되는지요. 지금 쏟아지는 비는 빗물입니까, 눈물입니까. 하나님 외롭습니다. 하나님 괴롭습니다. 하나님 힘이 듭니다.

저희들이 주님을 바라보며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능력을 더해 주십시오. 분향소에서 탄생하실, 팽목항에서 탄생하실, 동거차도에서 탄생하실, 아기 예수님. 여기에 모인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이 있기를 원합니다."

김경호 목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투쟁이 오늘날 촛불 정국을 가져왔다며, 유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한 아기로 오신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온 국민이 숨죽이고 기다리던 지난 금요일,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 있던 시민들이 환호했습니다. 국회 2층에서 참관하던 세월호 유가족들도 동시에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마치 약속이나 했던 것처럼 한꺼번에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던 그 모습은 그동안 지내온 시절을 말해 줍니다. 지난 3년 동안 말도 안 되는 수모, 억울한 분노가 뒤엉킨 눈물이었습니다.

한쪽에는 보상금이라는 당근을 가지고, 한쪽에는 모욕과 누명이라는 채찍을 가지고 그렇게도 유가족들을 겁박하고 피눈물 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당한 슬픔도 기가 막힌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 준 유가족들, 정말 긴 시간을 잘 견뎌왔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박수를 보냅니다. 유가족들의 투쟁이 오늘의 촛불 정국, 촛불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하나님은 가난하고 멸시받고 천한 이를 위해 아기의 몸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이는 인간 존재의 대변혁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모든 인간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지위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탄절에도 세월호 유가족들과 더불어 몇 년째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아우성 소리를 듣습니다. 이들은 굴뚝, 전광판, 송전탑 위로 올라가 외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의 모순을, 시대가 해결해야 할 역사적 짐 덩어리를 한 몸에 지고 싸우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새롭게 할 메시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교 후, 참석자들은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인양을 위해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사회적 약자들과 이 나라를 위해 등을 위해 기도했다. 예은 엄마 박은희 씨, 동혁 아빠 김영래 씨, 창현 아빠 이남석 씨가 각각 기도 제목을 나누고 대표로 기도했다

박은희 전도사는 동거차도 앞바다에 있는 미수습자 9명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 마지막 시간에는 성찬식이 거행됐다. 성찬을 집례한 안지성 목사는 "아기 예수와 예수님 품에 가 있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 마지막 시간에는 성찬식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가족의 주기도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문종택 씨가 작성한 기도문이다. 이후 회중은 앞뒤로 흩어져 성찬에 참여했다. 안지성 목사(새터교회)가 성찬을 집례했다.

안 목사는 "우리는 죽기 위해 이 땅에 온 아기 예수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예수님 품에 가 안겨 있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성찬은 세월호 속의 미수습자들, 먼저 간 아이들을 고이 품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정경일 원장은 진실을 향해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2017년 4월 16일은 부활주일입니다. 그 날은 물속에 잠긴 9개의 별들이 땅 위로 올라오고 하늘에 떠 있는 304개 별들이 땅으로 내려와, 이 땅에서 우리 모두가 부활을 경험하는 날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고 말했다.

매주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는 예배와 기도회가 열린다. 예배는 일요일 오후 5시, 기도회는 목요일 저녁 6시 안산분향소 기독교예배실에서 진행된다.

예배에 참석한 기독교인들은 모든 순서를 마치고 분향소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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