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통령 탄핵으로 혼란에 빠진 한국을 위해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한 사람." 사람들은 성경 인물과 그를 비교한다. "다니엘처럼 지혜가 가득하며 요셉처럼 위기에 빠진 한국을 구할 총리", "한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완수할 다윗 같은 선민". 황교안 국무총리다.

자칭 '애국 보수'들의 황교안 국무총리 사랑은 끝이 없다. "손발이 묶인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대행 체제를 이끌 적임자"라고 치켜세운다. 벌써 소셜 미디어에는 '황교안 차기 대통령 만들기', '황교안을 사랑하는 모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청와대로 모시자' 등 관련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중 일부 기독교인의 황 총리 사랑은 독보적이다. 이들은 "촛불 든 종북 빨갱이와 언론의 선동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못 다한 임무 완수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신해 줄 것"이라 믿는다. 나아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는 글도 눈에 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과 함께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사진 제공 포커스뉴스
종북 빨갱이 잡는 공안 검사

그가 침례교 전도사라는 것은 세간에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사법연수원 다니던 시절 야간 신학대학에 다녔고, 5시간 자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성경을 읽었다는 황교안 총리 아내의 간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황 총리는 법률 전문가로서도 교회법이 사회 법에 우선한다는 취지로 글을 남긴 바 있다.

기독교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공안통'이라 불리던 검사였다. 2011년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도 "김대중 씨가 정권을 잡자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은 전부 좌천됐다"고 말했다. 당시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생들과 놀면서 있게 해 주신 것은 하나님께서 환란을 피하게 하신 것이라고 간증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런 황교안 총리를 위해 기도하자는 글이 많다.

"황교안 총리는 독실한 기독교인입니다. 다들 황교안 총리를 위해, 대한민국을 종북 빨갱이 공산주의자로부터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잘 지키도록 열심히 기도합시다."

"남한에 종북 빨갱이 공산주의자 쓰레기 척결하고 김정은이 제거하고 대한민국이 북한 괴뢰 도당을 흡수 통합하게 하옵소서. 다들 이렇게 기도 부탁드립니다."

"황 총리를 구심점으로 아둘람의 400용사가 결집되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식으로 트럼프발 제2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실 것입니다. (중략) 황 총리가 자신의 부르심을 자각하고 썩어 문드러진 한국의 정치판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트럼프처럼 기꺼이 진흙탕 싸움을 감당하기로 결단하도록 중보 기도에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님 위해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니엘과 요셉 같은 국무총리님 되게 해 주시고 지혜 총명하게 해 주세요."

소셜 미디어에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슬람 세력 막을 유일한 사람

황교안 총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은 그가 박근혜 대통령도 막지 못한 이슬람 세력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 권사가 썼다는 글이 떠도는데, 이런 내용이 있다.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히잡을 쓰고 모스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슬람 할랄 단지를 추진하고 각종 할랄 산업과 무슬림 기도실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고로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귀국 후 한 달 만에 사우디발 메르스 전염병이 퍼져 난리가 났다. (중략) 하나님은 이슬람 세력을 싫어하신다."

이 글을 퍼나르며 사람들은 "박근혜가 탄핵되고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대행을 하게 된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알게 된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이슬람의 꼬리를 자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나라 만들어 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고 썼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모이는 '미스바 구국 기도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기도한다. 12월 17일 미스바 구국 기도회에 모인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헌법재판소 9인을 위해 마지막으로 "황교안 권한대행이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으로 말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미스바 구국 기도회에서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무너뜨릴 요인으로 이슬람과 동성애를 꼽는다.

권한대행 체제 이후 
가중되는 혼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임기가 시작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온다. 얼마 전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그가 세월호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려던 검찰 간부들을 좌천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역사 국정교과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한 이후 강행화 방침에 들어섰다. 야권의 반발에도 공석 중이거나 임기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행사했다.

정부 수장으로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벌써 조류 1,900만 마리 이상 살처분됐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AI 살처분 숫자 56만 마리와 비교하며 정부의 늑장 대응이 일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12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사진 제공 포커스뉴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일부 기독교인의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띄우기가 한창이다. 얼마 전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차기 대권 주자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글도 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지지율은 3.4%. 정작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12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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