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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록도 역사가 된다
[서평] <한국 기독교의 신풍 운동>(대한기독교서회)
  • 이명재 (lmj2284@hanmail.net)
  • 승인 2016.12.2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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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의 신풍 운동> / 신풍운동편집위원회 엮음 /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 304쪽 / 1만 2,000원

책이 신선하다. 형태가 그렇고 제목은 더하다. '신풍'이라니. 신풍(新風)은 새 바람 아닌가. 낡은 것을 걷어 내고 새것으로 대체하겠다는 의지, 이것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표지에 병기된 영어 표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Movement of Christian Power in Korea>. 'Christian Power'의 뜻은 '기독교적 능력'쯤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풍(新風)'이 아니라 신풍(神風)에 가깝다.

'신풍'은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새로운 바람(新風), 하나님의 바람(神風), 믿음의 바람(信風) 등. 정체된 교계를 믿음으로 새롭게 하고, 신앙 양심에 입각해 장기 집권의 정치 제도에 반기를 드는, 그래서 우리나라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내가 읽을 책의 선정 기준은 좀 특이하다. 그 기준 하나가 출판사다. 신뢰하는 출판사 책에 관심이 더 간다. '대한기독교서회'. 믿음이 가는 출판사다. 120년 전통에 1만여 권의 도서 출판, <한국 기독교의 신풍 운동>도 여기서 출판했다.

구성부터 살펴보자. 판형은 신국판, 304쪽. 모두 9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은 이렇다. 내용의 대강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제1부/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의 회고, 제2부/신풍 운동의 창립과 세미나, 제3부/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의 초기 주요 행사, 제4부/정기총회와 세미나, 제5부/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의 재출발, 제6부/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 원로회, 제7부/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 원로회, 제8부/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 세미나·좌담회·논단, 제9부/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의 헌장·연혁.

이 책은 앞에 적기한 바와 같이 모두 9부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 앞에 세 사람의 글이, 본문 말미에 편집후기가 실렸다. '한국 기독교와 신풍 운동'이란 제목의 박춘화 감독 발간사, '한국 기독교의 성숙한 운동'이란 제목으로 올린 김윤식 목사의 격려사가 있다. 이 운동에 깊이 관계한 사람들의 글이다.

민경배 박사는 '한국 기독교 신풍운동과 한국교회사'라는 제목의 발문으로 책 출간을 기뻐하고 있다. 기독교 신풍 운동이 우리의 최근세 교회사에서 한 역할이 결코 적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박춘화 감독, 김윤식 목사 그리고 민경배 교수의 글은 본문 내용을 가늠하는 데 안내 역할을 한다.

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의 기치는 세 가지이다. 첫째, 한국교회가 갱신되고 연합하여 '크리스천 파워'를 형성, 시대적인 사명을 수행해 나간다는 것. 둘째, 한국교회가 기독교 문화를 창출하여 이 땅에 기독교가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것. 셋째, 민족 화합과 남북의 평화통일을 이룩하여 북한 선교와 세계 선교의 사명을 이룩해 나간다는 것(16쪽).

1970년 6월 8일, 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이 발족되었다. 발족 주체는 30대 부목사들이었다. 이때는 교계적으로 부흥의 시대요, 정치적으로 장기 독재를 꿈꾸던 박정희의 유신 준비기였다. 우리 교계 흐름으로 볼 때 30대 젊은 목회자들의 이런 운동은 예사로운 게 아니다. 갱신과 개혁이 내겐 늘 희망으로 다가온다.

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의 특징 하나는 보수와 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쳤을 뿐 아니라 가톨릭까지 함께하는 명실상부 에큐메니컬 화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부정적이었던 교계 인사가 많았다. 그런데 여기에 가톨릭까지 참여케 해 말씀 보수와 사회참여에 적극 활동한 것은 귀한 사역이 아닐 수 없다.

반세기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기독교의 사회적 권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970년 기독교 신풍 운동이 젊은 목회자들 중심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움직임이 왜 없는가. 교계도 기능화되고 계층화되어서 그 흐름에서 일탈하기가 쉽지 않다. 개혁의 깃발을 섣불리 들었다가 선배 그룹에 찍히기라도 한다면 목회의 길이 팍팍해진다. 신풍 운동이 못 일어나는 한 이유다.

그럼에도 의식 있는 젊은 목회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교계,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과감하게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1970년에 시작된 한국 기독교의 신풍 운동이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 역시 젊은 목회자가 의욕적으로 움직였고, 일부 원로 목회자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기독교 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교계 안 영향력은 교회의 부흥 발전과 함께 상승 제고되었는데, 사회적으로는 그것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1970년과 1980년대에 한국 기독교 신풍 운동이 없었다면 이렇다 내세울 만한 개혁의 바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기독교 신풍 운동은 당시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강원룡 목사, 김수환 추기경, 함석헌 선생 등이 와서 신앙의 사회적 역할과 연합 운동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그뿐 아니라 1987년 대선 국면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야당 후보를 각각 초청해, 정치와 종교에 대한 생각들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서평의 제목을 '작은 기록도 역사가 된다'로 잡았다. 맞는 말이다.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문서들, 신문 기사들, 주제 강연록 등을 꼼꼼히 챙겨 수록하고 있는 것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중 특히 손으로 직접 써서(筆耕) 만든 신풍 운동 창립총회 초청장(108쪽)과 직접 타이핑한 신풍 운동 12차 정기총회 순서지(154쪽)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쉽게 생각된 것 두 가지. 어떤 조직이든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기독교의 신풍 운동은 이 점에 한계가 있었다. 노장청(老壯靑)이 골고루 분포, 활동이 활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목적은 좋았으나 실천으로 옮기는 게 미흡했다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이런 개혁적 움직임이 꿈틀대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신풍운동편집위원회 엮음으로 되어 있다. 오탈자가 산견하다. 교정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판이 거듭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작은 기록을 역사로 만든 편집위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독자 제현의 일독과 공의에 대한 관심을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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