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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살이 찌면 내 체중이 늘어나는 이유
[서평]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리더스북)
  • 김학용 (taelim0425@naver.com)
  • 승인 2016.12.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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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의 한 대학 구내 흡연 구역.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인기 여자 연예인 두 명의 세움 간판이 등장했다. 실물 크기로 연예인 사진을 세워 둔 뒤, '누구를 더 좋아하냐'는 질문과 함께 아래에 담배꽁초 통을 놓아두었다. 더 좋아하는 사람 쪽에 담배꽁초를 버리라는 말이었다.

학생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지역에 흡연 구역을 만들려고 시선을 끈 후 이곳을 흡연 구역으로 만들자는 의도였다. 의도와는 무관하게 젊은 여성 연예인의 지나친 성 상품화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일자 곧바로 철거됐지만,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유명 축구선수 호날두와 메시의 인기투표를 꽁초 투기 형식으로 이용해 큰 화제가 됐다.

이 꽁초 투표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선택을 이끄는 방식인 이른바 '넛지(Nudge,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넛지'는 사전적인 의미로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이지만,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선택과 행동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살 빼고 싶으면 마른 동료와 식사를

요컨대 사람들은 아주 쉽게 '넛지'를 당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우리가 기존의 어떤 '틀'을 따르는 것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소변기 중앙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 놓는 것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 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작은 그릇에 먹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살을 뺄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카메라에서 '찰칵' 소리가 나는 이유는? 높은 금연율 뉴스가 더 많은 금연을 유발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것들은 '넛지'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공익광고에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심리적 기술이다.

우리는 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의 식습관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그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비만은 전염성이 있다. 절친한 친구가 살이 찌면 당신의 체중이 늘어날 위험이 커진다.

체중을 늘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 한 가지는 바로 다른 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와 밥을 함께 먹을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약 35%를 더 먹는다. 네 명이 함께 먹을 때는 75%를 더 먹으며, 일곱 명 이상이 함께 먹을 때는 96%를 더 먹는다. 그러니 살을 빼고 싶다면 마른 동료를 찾아서 점심을 함께 먹어야 한다.

의료 관련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이른바 '투약 순응'이다. 중증 환자들, 특히 고령의 환자들은 정량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약을 투여해야 하는데, 바로 여기서 선택 설계 문제가 대두한다. 의사가 단발성 약을 즉각 처방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차선책은 하루에 한 번 되도록 아침에 먹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이 하루에 두 번보다 더 나은 이유는 분명하다. 약을 먹어야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꼭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을 확률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피임약에는 특별한 '넛지' 효과가 숨어 있다. 먹는 피임약은 3주 동안 매일 복용한 다음, 1주일 동안 건너뛰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피임약은 28정짜리 특별 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용기마다 숫자가 적혀 있으며 피임을 원하는 여성은 매일 숫자 순서대로 반드시 복용하라는 암묵적인 경고를 받는다. 하지만 22~28일째에 해당하는 약들은 특별한 약효가 없이 그저 사용자의 순응을 돕는 위약(僞藥)에 불과하다.

행동경제학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경제학자와 법률 정책 입안자인 리처드 탈러와 선스타인은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의 힘을 '넛지'라 부르며 새롭게 정의했다. 이들이 펴낸 책의 제목이기도 한 '넛지(nudge)'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이다.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넛지'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단지 "내일 투표할 거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로부터, 디폴트(Default, 사용자가 별도의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때 시스템이 미리 정해진 값이나 조건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것) 옵션의 설계까지,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의 생생한 사례들은 흥미롭다.

타인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와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카메론이 '넛지'를 정책을 수용하면서 폭발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이들 중 한 명인 선스타인은 오바마 정부에 합류, 규제정보국을 돕고 있다. 그야말로 넛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신용카드 최소 금액 결제 방식의 함정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 카스 R. 선스타인, 리처드 H. 탈러 지음 / 안진환, 최정규 옮김 / 리더스북 펴냄 / 428쪽 / 1만 5,500원

'넛지'가 일상화된 시장에서 사람들은 놀라운 결정력을 달성하기도 하지만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기도 쉽다. 이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유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동시에 해를 입힐 가능성이 가장 낮은 '넛지'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에는 쾌락을 얻고 고통스러운 결과는 뒤로 미루는 신중하지 못한 선택 설계는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제 신용카드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일심동체'가 되고 말았다. 신용카드 없이 호텔에 체크인하거나 차를 빌리거나 주유를 해 본 적이 있는가? 신용카드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우선 현금을 대신하는 지불수단이다. 두 번째 목적은 현재 지니고 있는 현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쓰고자 할 때 언제든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회사들이 교활하게 대금을 올리는 방법을 알고 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우선 카드 회사는 고지서 수령 시점과 대금 납부 시점 사이의 일수를 최소한 줄인다. 그리고 대금을 내지 못하면 연체금을 가산한다. 특히 신용카드 이자는 세금 공제 항목도 아니므로 전년도에 내가 얼마의 연체 가산 금리로 얼마를 냈는지 확인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연체 가산금이나 현금 서비스 이자 등은 다른 비용에 묻혀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신용카드 고지서에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넛지'의 함정이 숨어 있다. 고지서에는 언제나 최소 결제 금액이 언급되어 있다. 이것은 일종의 기준점인 동시에 '넛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즉, 이 최소 금액을 적절한 지불 금액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는 얘기다. 물론 최소 결제 금액은 총 결제 금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이 금액만 낼 경우 이자로 지불되는 금액은 점점 극대화된다. 이렇듯 신용카드 회사들은 심지어 매달 카드 금액 전액을 갚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용시장에서 적용된 '넛지'가 주는 기본적인 메시지는 간단하다. 모기지(Mortgage, 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을 한 후 대출 채권을 바탕으로 증권을 발행해 매출함으로써 대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와 학자금 대출 그리고 신용카드 때문에 삶이 필요 이상으로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교묘하게 이용을 당한다.

제일 나은 방법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인간이 지닌 약점은 대출을 받을 때 심각한 고충을,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도 선택 설계에서 몇 가지만 신중하게 선택하면 치명적인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 깨는 의사 결정, 좋은 세상 만드는 지름길

이 책에서 마지막 장으로 아껴 둔 획기적인 제안이 하나 있다. 현대사회는 이미 교양의 결여로 고통받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매일 시시각각으로 사람들은 거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분노의 이메일을 전송하고 곧바로 후회한다.

대부분 간단한 이메일 규칙을 정해 놓지만 말이다. '분노의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을 그 순간에 발송하지 말자', '해당 메일을 임시 저장해 두고 보내기 전에 하루만 기다리자'. 실제로 다음 날이 되면 마음이 진정되어 메일이 저장된 것조차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이러한 규칙을 모르거나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기술이 그들을 쉽게 도울 수 있다. IT 기술에 종사하거나 정통한 사람이라면 다음 달쯤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프로세스는 아주 간단하다. 작성한 이메일에 분노가 담겼는지 아닌지를 기술적으로 정확히 판별하고 "경고: 이 메일은 무례해 보입니다. 정말 이 메일을 전송하시겠습니까?"라고 발송 전에 경고하는 일종의 교양 검사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욕설을 감지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서 제안하는 프로그램은 좀 더 세밀한 것이다. 욕설을 전혀 담지 않고도 끔찍한 이메일을 작성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디폴트 옵션으로 이메일 사용 환경에서 설정할 수 있는 좀 더 강력한 버전은 다음과 같다. "경고: 이 메일은 무례해 보입니다. 따라서 24시간 이후에 전송 버튼이 활성화되어 재전송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버전을 사용하는 경우 모종의 강력한 작업을 수행해야 지연을 피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자동차 엔진에 새겨져 있는 제조 번호나 할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할 수도 있고 짜증이 나는 수학 문제를 풀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숙고 시스템은 자동 시스템보다 더 현명할 뿐 아니라 더 선할 수도 있다. 가끔은 선함이 곧 현명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투자에서부터 자녀 양육, 식생활, 자신이 옹호하는 신념에 이르기까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항에 대해 수시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부적절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탐욕과 부패는 위기를 양산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지만, 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단순한 인간의 약점이다.

철저한 자기통제와 사회적 영향력의 파괴적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채 탐욕과 부패, 악행 등을 비난하기만 한다면 앞으로 찾아올 위기에 맞서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 우리가 실수를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편견'과 '틀' 때문이었다. 당신의 올바른 의사 결정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자, 마지막으로 다음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결정은?

*당신의 직장에 있는 남자 화장실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은?

(1)금지: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사람을 파악하여 출입을 제한한다.
(2)감시: 화장실에 CCTV를 설치한다.
(3)인센티브: 깨끗하게 이용하는 사람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4)정책: 화장실 소변기 개수를 대폭 줄인다.
(5)넛지: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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