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12월 14일 새벽, 경북 경산 한 편의점 35세 알바생이 50대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숙취 해소 음료를 사겠다는 남성은 알바생이 봉투값을 달라고 하자, 격분해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범죄를 저질렀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은 15일 '누구도 이렇게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알바노조는 "2014년 6,600건 발생했던 편의점 알바는 2015년 1만 1,000건으로 증가했다. 강력 범죄는 1,500건, 폭력 범죄는 2,000건에 해당한다. 머리를 잡아 뜯고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은 부지기수다"라고 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 역시 결코 우발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알바노조는 "이미 두 달 전에도 한 취객이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편의점 알바생에게 끓는 컵라면을 던져 화상을 입힌 사건이 있다. 경산 알바생 살해 사건은 전조에도 불구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결과다. CU, GS25, 세븐일레븐 본사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알바들을 착취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그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누구도 이렇게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경산 편의점 알바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14일 새벽, 경북 경산의 한 CU편의점에서 50대 남성 손님이 35세 알바 노동자를 살해했다. 이 손님은 숙취해소 음료를 사려다가 알바노동자가 봉투값을 달라고 하자 격분해서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찔렀다. 일하던 편의점에서 그의 시간은 멈췄다.

이 허망한 죽음은 결코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징조가 보이듯, 전조가 없지 않았다. 두 달 전 취객이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편의점 알바에게 끓는 컵라면을 던져 화상을 입힌 사건이 있었다. 머리를 잡아 뜯고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은 부지기수다. 욕설, 난동은 편의점 알바의 일상이다. 편의점 범죄는 2014년 6,600건이었는데 2015년에는 무려 1만 1,000건으로 증가했다. 강력 범죄는 1,500건, 폭력 범죄는 2,000건에 달했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의 실태 조사 결과 편의점 알바 노동자들의 폭언/폭행 경험률이 68%, 한 번이라도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알바가 9%였다. 야간 알바는 폭행 경험률이 12.4%로 주간 알바의 6.2%보다 정확히 두 배 높았다. 성폭력/성희롱 경험률은 9.0%였는데, 여성 알바 노동자들로 한정할 경우 경험률은 20%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모두가 야간 편의점 알바가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누구나 아는 상식은 이번 실태 조사로 통계적으로 사실로 입증되었고 경산 알바 노동자 살해 사건으로 파국적으로 입증되고 말았다. 전조에도 불구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결과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른바 편의점 빅3 본사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알바들을 착취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그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누구나 언제든 죽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이런 죽음을 우리 사회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곳에서 생면부지의 인간에게 칼에 찔려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에서, 구의역 비정규직 스크린 도어 사고에서, 그리고 이번 경산 편의점 야간 알바 살인에서 위험과 폭력이 우리 사회 어떤 이들을 향하고 있는가 드러난다. 여성이라서, 비정규직이라서, 야간 알바라서 죽은 것이다.

2016년 12월 15일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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