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를 비판할 때 늘 따라오는 말은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한국교회 위기론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교회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찾고 싶어한다.

11월 출간한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IVP)는 대안을 제시한 교회를 소개한다. 세이비어교회는 1947년 창립돼 70년 동안 미국 워싱턴 지역에서 이웃 섬김 사역을 지속해 왔다. 교회는 정부도 손을 놓은 워싱턴 빈민가에서 이웃들을 위해 주택 임대 사업을 하고, 방치 아동을 위한 교육 사업 등에 힘써 왔다. 현재 여덟 개 소규모 교회로 흩어져 활동하는, 작지만 역동적인 곳이다.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 엘리자베스 오코너 지음 / 전의우 옮김 / IVP 펴냄 / 300쪽 / 1만 5,000원

저자 엘리자베스 오코너는 세이비어교회에서 40년 이상 핵심 스태프로 일했다. 교회가 어떻게 지역 사회를 위한 사역을 결정하고 실행해 왔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직접 겪은 사람이다. 오코너는 세이비어교회와 함께하며 1998년 소천할 때까지, <아주 많은 우리 자신>·<침묵을 찾아서>·<새로운 공동체>·<흩어진 순례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를 교회 성장을 위한 대안을 찾는 시각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지역 섬김 사역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목회자가 뭔가 특이한 방법이 있나 궁금해 이 책을 집어 들어도 곤란하다. 책은 세이비어교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내적 여정'과 '외적 여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을 소개한다. 어떻게 교회가 영적으로 성숙하면서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세이비어교회는 영성과 사회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 '내적 여정'으로 일컫는 영성과 '외적 여정'으로 일컫는 사회참여, 둘 다 교회가 함께 지녀야 할 덕목으로 간주한다. 세이비어교회 정교인은 하나님·자신·다른 그리스도인과 소통하는 내적 여정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은사를 발견한 교인은 자신의 은사에 맞게 흩어져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을 감당해 외적 여정에 참여한다.

오늘날 세이비어교회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물음은 분명하다. 잘 짜인 시스템 속에서 돌아가는 대형 교회를 교회 성장의 롤모델로 삼아 온 한국교회. 대형 교회 수는 늘고 기독교인은 증가했지만 교회는 약한 자의 이웃보다는 기득권에 가까워졌다. 70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온 세이비어교회 이야기를 읽다 보면, 대안을 찾는 교회가 어디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지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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