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국정 농단' 청문회가 한창이다. 베일에 싸인 인물들이 청문회장에 섰지만, 별 소득은 없다. 불리한 질문이다 싶으면 "잘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확히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한 국회의원은 "거짓말하지 말고 증인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실은 드러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길 간절히 바란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김은혜 작가가 쓰고, 하나 작가가 그린 <많이 더 많이>(홍성사)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본래 동화란 '새 나라의 어린이'의 정신과 가치관이 건강히 자라도록 돕는 교훈서다. 동화는 동심을 지키고 교육하기 위해 아름다운·정의로운 결말을 맺는다.

<많이 더 많이> / 김은혜 글 / 하나 그림 / 홍성사 펴냄 / 148쪽 / 1만 7,000원

<많이 더 많이>도 그렇다. 147쪽에 걸쳐 '유리새', '많이 더 많이', '한 달이 지나면', '사랑하니까'가 수록돼 있다. 동화 네 편에 나오는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매체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닮아 있다.

주변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친구인 유리새를 배신하는 소년, 순수한 딕이 물건을 훔쳐 갈까 봐 선의를 거절하고 집에 갇힌 채 생을 마무리하는 테드, 타인의 소리보다 자신의 이야기만 중요하다 여기는 마을 사람들, 섬에서 나는 꽃향기를 찾아 주면 망원경을 주겠다는 제이슨과 그의 말만 믿고 마을 고아가 가꾼 꽃과 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는 빌리.

물론 이기심, 탐욕, 배신으로 점철되지만은 않는다. 자신을 배신한 소년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유리새, 자신을 믿지 못하는 테드가 사는 집 문을 두드리는 딕,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리고 결국에는 서로를 위한 공동체를 이루어 내는 마을 사람들, 제이슨과 빌리 옆에서 그들의 탐욕이 얼마나 덧없는지 말해 주는 마을 고아도 있다.

인간의 민낯을 비추는 동화

동화는 상반된 성품을 지닌 등장인물을 통해 책장을 넘기는 이에게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묻는다. 자신의 안위 때문에 타인에게 등을 돌릴 것인지 손을 잡을 것인지. 배불뚝이 아저씨처럼 욕심으로 가득 찬 삶을 살 건지, 소소한 삶에 만족하며 살 건지. 동화책 곳곳에 삽입된 수채, 자수, 먹으로 그려진 그림은 읽는 이를 동심의 세계로 초대한다.

저자 김은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한 달이 지나면'을 쓸 무렵 마음이 많이 아팠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망가져 버렸나'는 질문을 하게 됐다. 그때 교회학교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았고, 아이들에게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기를 꿈꾸면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육체는 성장했지만 아직 마음이 자라지 못한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