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구원의 확신> / 윌리엄 거스리 지음 / 오현미 옮김 / 그책의사람들 펴냄 / 272쪽 / 1만 2,000원

윌리엄 거스리(1620~1665)는 17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사역한 목사다. 그의 저서 <The Christian's Great Interest>는 오현미 선생이 번역해 그책의사람들에서 <참된 구원의 확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토마스 차머스(1780~1847)와 존 오웬(1616~1683)이 이 책을 추천했는데, 특이하다. 토마스 차머스는 저자가 사역했던 시기보다 200년 정도 지난 뒤인 1825년에 이 책을 추천했다. 당대 추천자는 존 오웬이다.

이 책을 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400년 전 스코틀랜드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707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합병하면서 큰 변혁을 겪었다. 합병이 되기 직전 책이 나왔다. 고로 이 책에는 매우 스코틀랜드적인 장로교 사상이 담겨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필자는 장로교 목사로서 스코틀랜드에서 발표한 사상이 담긴 책이 한국교회에 소개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스코틀랜드 영어는 잉글랜드 영어와 다르기에 번역하려면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국 독자들에게 스코틀랜드 문헌이 번역, 소개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참된 구원의 확신>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에 중요한 시금석을 제공한다. 칭의 논쟁 중 '구원의 확실성'에 대한 논의가 있다. 트리엔트공의회, 김세윤 교수, 새관점에서는 구원의 확신을 갖는 것을 거부하고 '구원 탈락 가능성'을 바른 이해로 제시한다. 그러나 종교개혁적 칭의는 하나님께서 이룬 이신칭의이기 때문에 인간이 허물 수 없다는 '구원의 확실성'을 선언한다.

거스리의 <참된 구원의 확신>은 실제 현장에서 겪는 성도의 갈등과 명목상 그리스도인에 대한 평가와 분별에 대해 예리하게 논증한다. 누구도 구원을 장담하지 못하게 하지만, 하나님이 세운 구원을 확신하는 성도의 믿음에 대한 내용도 흔들리지 않는 엄중한 진리다.

<참된 구원의 확신>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관계'를 반복 제시한다. 윌리엄 거스리는 '관계'를 '죄인'과 '구속주'의 관계로 제시한다. '친밀한 관계'가 아닌, 죄를 사하는 구속주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의인된 후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죄(simul iustus et peccator)에 대해 이야기한다. 꾸준히 거룩과 관계를 증진시킬 때 믿음으로 정진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윌리엄 거스리는 신자가 꾸준히 '태도'를 검증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구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태도'를 검증할 때 '구원'에 대해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하나님에 대한 태도, 예배 태도, 고난의 환경에서 보이는 태도 등이다.

믿음을 검증할 때는, 먼저 자기를 검증해야 한다. 타인의 내면은 절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검증은 깊은 인내를 요구한다. 성급한 판단은 경솔한 행동이다. 자기 내면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가 발생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거스리는 신자가 자신의 태도를 검증한다면 구원에 대해 바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원에 대한 인식이 주는 감동은 신자만 느낄 수 있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참된 구원의 확신>은 고전이기에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의욕적으로 한국교회에 소개한 것에 대해 출판사와 역자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독자는 고전 문서를 접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한다. 고전 문헌에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현재의 이해와 고전이 쓰일 당시의 이해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고전은 믿음의 연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분별력을 길러 준다.

독자가 저술을 이해하면서, 이 책을 현대적 가치로 재정리한다면 유익할 것이다. 신학 훈련이 도움이 된다. 현재 유럽이나 영국 교회 설교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데, 400년 전 믿음의 선진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참된 구원의 확신>은 현재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유익한 것은 묵직한 복음 진술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된 구원의 확신>을 읽으면서 40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도 현재 우리와 동일한 고민을 했구나, 생각했다. 다만 사고 전개 방식에 깊이가 있어서 현재 독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국교회도 해외 신학을 답습하지 않고, 자기 경험과 갈등을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을 한다면, 동류 사역자가 겪은 갈등에 동감하며 믿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된 구원이 확신>에서는 성경과 씨름한 저자의 진솔한 고백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사상가의 글을 반복하지 않는다. 성경을 자주 인용해 내용이 매끄럽게 전개되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성경과 씨름한 저자의 흔적을 보면서 도전을 받으면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신간 서적이 번역, 소개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고전을 어디까지 번역했는지도 한국교회의 신학 수준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평가 지수가 된다. 그리고 신학도들은 고전을 탐독하면서 신학을 세우는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한다.

존 오웬과 토마스 차머스가 추천한 <참된 구원의 확신>을 읽어 보자. 400년 전 믿음의 선배가 추천한 도서가 얼마나 유익한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고경태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위원, 주님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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