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에는 높이 18m 철탑이 있었다. 1971년 기독교계 단체가 중심이 되어 세웠고, 해마다 성탄절 전후로 철탑 꼭대기 십자가에 불을 밝혀 왔다.

밤이 되면 환하게 빛나는 등탑은 맞닿아 있는 북한에서도 보였다. 북한 당국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2004년 남북 군사 회담 합의 당시 대남·대북 선전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이때 애기봉 등탑도 소등됐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이후 등탑 불은 다시 켜졌다. 2014년 국방부는 구조적 결함 등의 이유로 43년 만에 철탑을 철거했다.

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 기독교계는 펄쩍 뛰었다. 2014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애기봉에 높이 9m에 이르는 대형 성탄 트리를 세우겠다고 발표했고, 기독민주당(박두식 대표)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트리를 설치할 경우 남북 군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고, 지역민이 불안에 시달린다는 우려에 곧 계획을 철회했다.

애기봉 등탑 트리 점등을 적극 추진해 오던 기독민주당은 입장을 선회했다.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애기봉등탑반대김포시민대책위와 올해부터 뜻을 같이해 오고 있다. 세 단체는 남북 당국에 통일·자주·평화를 염원하는 등탑 건립을 제안하기로 했다. 평양과 애기봉에 등탑을 세우고, 동시에 점등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12월 15일 오후 2시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통일 등탑 남북 동시 점등'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어 23일 오후 4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평화통일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두식 목사는 "지난해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이 조선그리스도교련맹에 남북 공동으로 십자가 상탑을 만들자고 건의한 바 있다. 평양과 애기봉에 평화를 상징하는 십자가 탑을 만들어 동시에 점등하자는 건데 얼마나 좋은가. 우리는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도 벌일 것이다. 복음도 전파하고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이적 목사는 "이제는 교계 진보·보수 갈등의 상징으로 비춰진 애기봉 등탑 분쟁을 종식하고, 남북 화해와 평화 시대로 나가야 한다. (남북 당국에) 통일 염원을 상징하는 등탑 설치를 제안하고, 분쟁의 등탑 대신 평화 기도회를 애기봉에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