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복주(載舟覆舟)는 배를 실어 가기도(載舟) 하고 뒤집기도(覆舟) 한다는 뜻이다. 강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파도가 일어 엎어 버리기도 하니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물의 위력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말은 원래 백성을 물로, 임금은 배로 비유한 것인데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의 준말이다.

국민의 간절한 외침인 232만의 '촛불의 힘'은 놀라웠다. 국회도 두려움을 가졌는지 예상을 뛰어넘는 234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였다. 야당은 물론이고 현 정권을 만든 여당에서도 과반이 찬성한 결과였다. 모두들 국민의 승리라고 환호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의 부덕이라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변 사람들 때문이지, 사심 없이 국가에 충성한 자신의 범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권한 정지가 되는 순간에도 자신의 측근인 사람을 새 민정수석에 임명하였다. 새롭게 임명받은 사람은 '세월호특조위' 부위원장이면서 훼방꾼으로 알려져 있고 진상 규명을 무력하게 만들려 하다가 스스로 사퇴한 인물이다.

세월호 참사가 어떤 사건인가? 온 국민의 정신과 가슴에 충격을 준 잊지 못할 사건이지 않는가. 배 안에 있던 304명을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국가 공권력이 침몰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감추면서 대통령의 자격을 잃어버린 사건이다.

더 나아가 여당과 보수 언론들은 세월호 참사를 축소 왜곡하고, 유가족들을 자식 장사하려고 떼를 쓰는 사람들로, 곁에서 함께 우는 자들은 좌파 종북 세력으로 국민 분열을 일으킨 사건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동조했고 목사들은 강단에서 허튼소리 아니면 침묵으로 수치를 드러낸 사건이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애써 외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의 배에 함께 있다면 당장 뛰어내려야 한다. 촛불을 든 민주 시민의 위대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계 역사에서 찾기 힘든 200만 명의 시위 현장에서 보여 준 노래와 춤, 질서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다. 잘못된 역사를 정리, 청산하고 새 역사를 여는 시작이 어제로부터 막을 연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지나온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면서 잘못을 청산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힘이 있었다. 예를 들면 <조선왕조실록>은 25대의 왕들과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되었다. 1,893권 888책인데, 200자 원고지에 옮기면 그 높이가 63빌딩의 세 배에 달하는 거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컴퓨터도 없는 시기에 왕권과 우리의 자세한 이야기를 성역 없이 기록하고 목숨을 걸고 보존하려는 역사관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우리 민족의 위대함이다.

문제는 정치꾼들이다.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 항쟁 등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희생을 가로챈 지도자들이 문제다. 벌써부터 권력 다툼이 꿈틀거린다. 여기에는 교묘한 경제 논리와 지역 패권주의가 숨겨져 있다. 이런 정치꾼들을 단호히 거부하고 우리 스스로가 깨어 촛불이 되어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모범이 되어 적극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여는 데 참여해야 한다. 특정 정파, 정당이나 지역보다는 하나님나라의 정의를 세우는 것이 먼저다. 지도자 없이도 대중은 존재할 수 있고 대통령 없이도 국민은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대중 없는 지도자나 국민 없는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이 주인이고 민주 시민이 새 역사를 열어 간다. 지도자들,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촛불의 함성을 제대로 듣기 바란다.

방인성 / 함께여는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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