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1년생 모태신앙입니다. '보통의 교회'에서 '보통 청년'으로 있으면서 고민했던 문제를 나누고 싶어 글을 연재하려 합니다. 함께 신앙생활한 분들, '평범한 성도'와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도 있습니다. 기도 제목 나누기, 간증, 청년의 비전, 선교, 셀 모임, 교회 봉사, 신학의 부재 등이 그 내용입니다. - 필자 주
너무 바쁜 안식일

주일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하에 교회에서 일요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교회는 바쁜 곳'입니다. 봉사뿐 아니라, 모임도 많습니다. 주일학교 봉사, 선교 단체 모임, 셀 모임 등을 하다 보면 교회 생활은 정말 바쁘게 흘러갑니다. 저도 한참 교회 생활 열심히 할 때는, 하루 12시간씩 교회에 있었습니다. 교회에 있으면 여러 '일'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많은 시간이 투자됩니다.

교회에 다니다 보면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일요일에 다른 약속을 잡거나 일을 하기 어렵게 됩니다. '주일성수(主日聖守)'를 위함입니다. 이 주일성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 멀어집니다. 신앙이 없는 상대와 연애를 해서 연인끼리 다투거나, 헤어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럴 때 교회 안 다니는 상대를 교회로 데려오거나,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 일요일에 보지 않는 게 간증거리(?)가 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바쁜 교회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일요일 저녁이면 '내가 무엇을 했나' 하는 회의까지 듭니다. 그래서 일요일에 다른 일을 못 한다고 하소연하거나, 바쁜 일상의 치여 봉사나 여타 활동을 그만둘 때면, 교회는 보통 주일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주님의 날이기 때문에 온전하게 하나님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꼭 일요일을 교회에 온전히 투자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에 오래 있는 것과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안식일과 주일은 다릅니다. 2014년 제5회 느헤미야 신학 캠프에서 '안식일이냐, 주일이냐'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발표에서 주일과 안식일 규정 준수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설명했습니다. 유대교 전통인 안식일 규정을 현재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거기다가 정말 우리가 지켜야 할 안식일의 의미는 '쉼'입니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이를 혼동해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안식일의 본령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진짜 안식일을 지키려면, 이 안식일이 무엇인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본래 안식일은 이름 그대로 쉬는 날입니다. 한신대 강원돈 교수가 쓴 <인간과 노동>(민들레책방)을 보면, '안식일'은 노동일로부터 분리되고, 하나님을 위해 거룩하게 구별된 날입니다. 안식일은 무엇보다도 하나님만을 위해서 거룩한 날로서 정해졌습니다. 인간의 노동 업적과 무관하게 영원한 안식을 누리는 날이 안식일입니다. '노동에서 벗어나서 휴식을 취하며 하나님과 대화하는 날'이라고 강원돈 교수는 설명합니다.

다시 강원돈 교수의 책인 <인간과 노동>을 인용하겠습니다. 인간은 노동하기 위해서 창조되기 이전에, 하나님과 대화하기 위해 지음받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쉬면서 하나님과 기도하는 날이 안식일입니다. 이처럼 안식일의 목적은 교회 활동을 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한 날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노동'이 되어 버린 봉사를 몇 달씩, 몇 년씩 하면서 이 본령이 지켜질지 의문입니다.

한국교회에서 안식일은 또 다른 '노동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성도들의 봉사는 모두 노동의 가치로 보면 엄청난 일입니다. 교역자들은 월요일에라도 휴식을 취합니다. 그러나 성도들은 주말까지 너무 빡빡합니다. 일상생활에 너무 지쳐 있는 성도들에게 봉사와 활동으로 교회에 있는 시간이 긴 게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설사 노동이라고 여기지 않고, 기쁨으로 하더라도 쉬는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수고'를 기쁨으로 여겨도 수고는 수고입니다. 교회에서 하는 활동에 치중하다 보면, 쉼을 갖는 절대적인 시간이 사라지게 됩니다. 교회에서 이 일 저 일 치이고, 집에 가면 뻗어서 월요일을 기다린다면, 쉬는 것이 결단코 아닙니다.

앞선 논의를 살펴보면, 안식일인 '주님의 날'을 지키는 것은 주님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십계명에 있는 규정인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말씀은 사실상 주님의 날을 기억해서 주님과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빡빡한 교회 스케줄로 주님과 대화할 시간이 사라지고, 지친다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안식일과 주일은 달라

일요일은 '주님의 날'이기에 교회에서 헌신해야 한다는 문화 역시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앞서서 간단히 소개했지만, 애초에 안식일과 주일은 다릅니다. 거기다 한국교회식 안식일, 혹은 주일성수는 일종의 미신입니다. 칼뱅은 <기독교강요>에서 안식일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고, 이에 따라서 폐지되었음을 설명합니다. 칼뱅은 일요일에 대한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유대인들이 '미신'을 믿고 있다고까지 표현합니다. 한국교회 안식일 준수 경향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기에 대해 양용의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쓴 <예수님과 안식일 그리고 주일>(이레서원)에서는 장로교회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합니다. 한국 장로교회의 안식일에 대한 의식에 대해서 "신앙과 삶의 절대적 표준이 되는 성경이나, 가장 신뢰할 신학자인 칼빈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 대상이 되는 스콜라 철학자들의 가까운 신학을 견지하게 됐다"고 비판합니다. 장로교단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유동식 전(前) 연세대 교수가 쓴 <한국 종교와 기독교>(대한기독교서회)에서 유교적인 요소들이 한국교회의 율법주의적 요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분석합니다.

논의를 요약하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지키고자 하는 주일성수 혹은 '안식일'은 '우상'입니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의미가 일요일에 교회에서 헌신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안식일과 주일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주일에 다른 일을 하거나, 여가를 즐겼다고 그 사람이 안식일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닙니다. 이를 혼동해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사람을 위해 안식일 있다

"안식일을 위하여 사람이 있지 않고, 사람을 위하여 안식일이 있나니" (막 2:27)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습니다. 마가복음을 통해 예수님은 선언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선언하신 이 말씀을 우리는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안식일에 밀밭 사이로 지나갈 때에 이삭을 자르는 것을 보고, 바리새인들이 '안식일에 못 할 일을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예수님이 하셨던 말씀입니다(막 2:23-28). 예수님께서는 율법주의와 형식주의를 넘으시려 했던 분이십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안식일이 아니라, 바리새파들이 지키고자 했던 안식일, 스콜라 철학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안식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이날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쉬는 날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안식일에 또 다른 노동절을 만들어 놓고서, 이러한 방법만이 주일성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일정들이 산재한 안식일은, 본래의 안식일 가치를 해칠 위험이 큽니다.

안식일은 교회에서 시간을 쏟아야만 거룩하게 지키는 게 아닙니다. 안식일은 교회 활동과 함께 피로를 얻는 시간이 아닙니다. 교회 일이 헛되거나, 봉사의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는 확실히 하자는 것입니다.

인간은 교회를 돌리기 위한 자원이 아닙니다. 한국교회식 주일성수를 보면, 인간이 마치 일요일을 돌기기 위한 자원처럼 보입니다. 한국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하신 분들이 정말로 지금의 한국교회의 일요일이 '나를 위해서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분위기인지 묻고 싶습니다. 오롯이 교회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전도, 봉사, 예배가 성도가 존재해 온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안식일이 지켜지는 일요일이 됐으면 합니다. 안식일은 쉬는 날입니다. 그 쉼을 통해서 하나님과 만나고, 자신의 영혼에 안식을 가져오는 날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일성수는 주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주일은 우리가 사는 이 지긋지긋한 매일매일입니다. 매일같이 거룩하게 살아야 합니다. 안식일과 주일의 진정한 의미를 기억하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도움을 얻은 글들

강원돈(2005), <인간과 노동>, 민들레책방
박윤선(2011), <헌법 주석>, 영음사
양용의(2011), <예수님과 안식일 그리고 주일>, 이레서원
유동식(1993), <한국 종교와 기독교>, 대한기독교서회
칼뱅(2009), <기독교강요>, 크리스천다이제스트
"'주일이 맞나요? 안식일이 맞나요?' 신학자들의 답은", <크리스천투데이>, 201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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