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기독교 교육의 교과과정> / 이병은 지음/ CLC 펴냄 / 200쪽 / 1만 2,000원

소문난 잔치에 별로 먹을 것이 없는 것과는 반대로 변방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고수들이 있는 법이다. 그 이유는 본질에 주목하기보다 겉모습에 주목하는 사람들 속성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과 달리 중심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아쉽게도 기독교계 내에서도 쉽게 드러나는 모습이고, 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주 가치가 있는 숨은 보화와 같은 책을 만나게 되고, 그런 책을 이 세상에 내어놓은 무명의 고수를 만나는 것은, 낯선 시골길을 여행하다가 어쩌다 들르게 된 시골 음식점에서 먹은 음식과 같다. 허기를 채워 줄 뿐만 아니라 아주 매력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이병은 목사의 신간 <성경: 기독교 교육의 교과과정>(CLC)이 바로 그와 같은 책이다. 우선 이병은 목사는 서양 신학을 아무런 신학적 성찰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이른바 '번역 신학'으로 알려진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에서부터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적 신학이니 토착화 신학이니 하면서 성경적 본질에서부터 떠나 버린, 색깔만 토착적일 뿐 실상은 또 다른 번역 신학과 다름이 아닌 부류로 나간 것도 아니다. 저자 이병은 목사는 개혁신학의 전통 속에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들에게 성경을 바라보도록 제안한다.

이병은 목사는 이미 우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얄팍하고 피상적인 QT를 피하고 구속사적으로 성경을 읽을 것으로 제안한 <구속사적 QT론>(CLC)을 선보인 적이 있다. 그뿐 아니라 전도와 선교를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조명한 <전도와 성화>(CLC)를 펴낸 바 있다.

<성경: 기독교 교육의 교과과정>은 성경을 바라보는 하나의 로드맵이다. 비행기를 타고 긴 시간을 여행할 때면 언제쯤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지 그리고 이 비행기가 지금쯤 어디를 날고 있을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때 모니터에 있는 여행 정보 지도를 보면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행기가 지금 어디에서 얼마의 고도에서 어떤 속도로 날고 있으며,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모두 나와 있다. 도대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모르면 참 답답할 텐데 모니터의 로드맵은 참 도움이 된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면 종종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다.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족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 같은 나와 상관없는 듯한 예언의 이야기들, 그리고 추상적인 말이 가득한 것 같은 욥기나 전도서 그리고 서신서의 표현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성경은 달콤한 송이꿀처럼 느껴지기보다 지루한 책이 되고 만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분량의 이야기들이 왜 성경에 기록되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늘 떠오르기 마련이다. <성경: 기독교 교육의 교과과정>은 성경 66권이 어쩌다가 우연히 만들어진 책들이 아니라, 일관성이 있는 체계적인 책임을 보여 준다. 즉 하나님께서 언약을 맺고 관계해 나가시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시대의 상황에 따라 발전해 나가는 책임을 보여 준다.

줄거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읽는 것이 쉬워진다. 사실 글을 읽으면서 그 글의 진행 방향이 무엇인지 큰 그림을 볼 수 없으면 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어쩌면 한국교회가 성경을 읽을 때,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을 가지지 못한 채 문자 하나하나에 집착하면서 잘못된 기현상을 보여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경 전체가 우리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 주는 귀한 책이다.

어차피 우리가 우리의 선이해(preunderstanding) 또는 선입견을 가지고 텍스트를 읽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서 완전히 가치 중립적인 상태에서 텍스트 읽기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인정하고 그 말씀의 가르침대로 따라가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내 방식대로의 읽기를 지양하면서 성경이 우리에게 전하는 바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경을 통해서 자신의 탐욕을 채우거나 자신이 발견하기를 원했던 것만을 찾아냈던 우리의 잘못된 성경 읽기 습관을 치유하는 치료제로서 나는 이 책을 처방하고 싶다.

물론 이 책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관점과 줄거리는 너무나도 뚜렷해서 성경 구석구석 묘사되어 있는 이야기들을 싸잡아 일반화시키는 과대 단순화(oversimplification) 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이런 류의 책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현상이지, 이 책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적어도 성경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라면, 목회자든 아니면 성경교사든 이 책을 한번 정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성경 66권의 방대한 책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사상의 흐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연한 성경 다독을 넘어서서 성경의 산맥 흐름을 이해하기 쉽도록 좀 더 실천적이고 체계적인 안내서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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