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리> / 엔도 슈사쿠 지음 / 김승철 옮김 / 동연 펴냄 / 248쪽 / 1만 3,000원

"기리시단 주거지에서 살던 신부 오카다 산에몬은 남반 포르투갈인으로서, 30여 년 이전인 양의 해에 처음으로 이노우에 치쿠고노카미 님께 보내졌으며, 주거지 안에서 올해 신유년까지 30년 동안 있었다. 이번 달 초순부터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앓자 수인들은 담당하는 의원 이시오 도테키가 약을 써 보았으나 병은 더욱 심해져 갔다. 지난 25일 오후 4시가 지나서 숨을 거두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엔도 슈사쿠 소설 <침묵> 끝부분이다. 한국에서 번역·판매 중인 <침묵>에는 삭제된 단락이다.

삭제된 끝부분은 최근 출간된 <침묵의 소리>(동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저자인 엔도 슈사쿠가 직접 소설 <침묵>의 집필 과정과 배경, <침묵>을 읽은 독자의 반응에 대한 소회 등을 썼다.

엔도 슈사쿠는 소설 마지막을 실제 역사 기록인 '기리시단 주거지 관리인의 일기'(관리인의 일기)로 마무리했다. 기리시단은 당시 그리스도인을 가리키던 일본어다. '관리인의 일기'는 17세기에 쓰인 일본 고문서 자료집에 수록된 것이다.

<침묵의 소리> 역자 김승철은 "현대인들에게는 낯선 문체로 되어 있고 더욱이 기리시단과 관련된 용어들이 그래도 등장하는 관리인의 일기를 역사적 자료를 단순히 첨가해 놓은 '부록'쯤으로 여긴 나머지 독자들은 이 부분을 읽지 않은 채 <침묵>을 다 읽었다고 생각해 책을 덮었다. (같은 이유로) 한국 번역가들은 아예 생략해 버렸다고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책에서는 책 제목을 '침묵'이라고 지은 것을 후회하는 엔도 슈사쿠의 소감도 들어 있다. 슈사쿠는 "만일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지금 그 소설을 탈고했다면 '침묵'이라는 제목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반대 의견이 많더라도 '양지의 냄새'처럼 직설적이지 않은 제목을 골라서 붙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 <침묵>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거장 마틴 스콜시지 감독이 영화화한 '침묵'은 2017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저자 엔도 슈사쿠가 자신의 작품을 논하는 <침묵의 소리>는 이미 <침묵>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에게 또 한 번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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