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 성경적 내적 치유> / 에드워드 T. 웰치 지음 / 김준 옮김 / 그리심 펴냄 / 374쪽 / 2만 3,000원

본서 저자는 수치심을 "당신이 저질렀거나, 당신에게 가해졌거나, 또는 당신과 관계되는 그 무엇으로 인해 당신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깊은 감정, 까발려지고 창피한 느낌"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거절감으로 인한 감정 혹은 상처'라고 말할 수 있다.

거절감은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유발시키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런 상처 중 하나가 수치심이다. 이 수치심은 자기 존재에 대한 감정이며 고통스럽고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 여기에 죄의식도 따라온다. 이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 구원을 믿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수치심의 기본 특징

첫째, 수치심은 삶을 좌우할 정도로 끈질기다. 한 번 마음속에 자리를 잡으면 떠나지 않는 무단 거주자이다. 수치심이 떠오르거나 유사한 상황에 노출되면 심장박동 수가 빨라지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그 자리에서 당장 도망치고 싶어진다. 이것은 갑자기 당황한 것과 다르다.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현상이 되어 버린다.

둘째, 수치심은 절대로 웃어넘길 수 없다. 당황스러움은 그 사람 영혼의 중심을 괴롭히지는 않지만, 수치심은 정체성 그 자체를 흔들리게 한다. 아래 일들이 익숙하게 느껴지는가?

-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끼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 비난이 항상 내 앞에 다가와 있는 느낌이다.
- 마치 수치스런 순간이 있었던 그날처럼 아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때로는 더 심하게 느껴진다.

셋째, 수치심으로 인한 고통은 함께 있다는 것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성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희생자에게 수치심을 가져다준다. 결혼 생활에서 불륜은 배신한 배우자를 수치스럽게 한다. 언어폭력을 당한 남성이나 여성 모두 수치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 물건처럼 취급된 여성들은 모욕감과 수치감을 경험한다.

분노가 폭발한 뒤 사과하고 또다시 분노가 폭발하는 예측할 수 없는 부모와 함께 자랐는가? 비이성적인 분노가 있는 환경에서 산다면 결국 자신을 비난하게 된다. 부모나 배우자의 무시, 홀대, 또는 망신당하는 말은 수치심을 불러온다.

넷째, 수치심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특정 사건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신 기분을 상하게 했던 말이나 행동이 쌓여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일상적으로 비판받으면 수치심을 가져온다. 퉁명하거나 비꼬는 농담이 될 수도 있다.

좋은 관계가 중요

본서는 '성경적 상담' 입장에서 연구한 글을 담고 있기에 일반 정신분석 관점을 거의 취하지 않는다. 그와 관련한 방법과 용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성경 본문 안에서 용어와 내용을 살피는 새롭고도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 전제는 동일하다. 수치심은 '대상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 용어로는 '자기 대상'을 본서는 '좋은 관계'라고 표현하면서 좋은 관계 대상을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로 풀어 간다.

예수님의 벌거벗겨짐, 수많은 군중과 자기 백성 특히 성전 중심의 제사장들과 서기관 바리새인들로부터의 버림받음, 더 나아가 제자들의 배신, 하나님 아버지의 침묵 등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온다. 거절감, 수치감, 좌절감, 두려움, 깊은 상처 그리고 죄책감까지 느끼게끔 한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 4:15-16)

예수 그리스도는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하셨던 것처럼 '뛰어난 상담자'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그분과 상담하면 못 고칠 질병이 없다는 말씀은 허언(虛言)이 아니다. 문제는 그분을 어떻게 묵상하고, 어떻게 상담할 것인가이다. 본서는 그것을 실제적으로 적용시키려 한다.

스터디 북으로 활용

본서는 일반심리학이나 심리 상담이 아니라 성경적 상담에 뿌리를 둔 기법을 다루는 책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일반심리학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상황에서 이러한 책들이 계속 소개되기를 바란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성경적 상담학이 인기와 인정을 잘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기독교 상담학이나 목회 상담학을 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책 내용이나 기법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수고를 아껴서는 안 될 것이다.

본서는 성경 공부 스터디 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심리학의 학문적 깊이가 없더라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면 신앙과 경건 서적으로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심리학을 전공했거나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내담자가 신앙인일 경우 본서를 '독서 치료 교재'로도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내년 1월부터 이 책을 오후 예배 주 교재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강도헌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목사,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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