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교회 내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뉴스앤조이>에는 목회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여성들 제보가 줄 이어 들어온다. <뉴스앤조이>가 올해 보도한 교회 내 성폭력 사례만 수십 개다. 11월 30일에는 20대 여성 봉사자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탄자니아YWAM 최재선 선교사 사건을 보도했다.

최재선 선교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피해자 A와 연인 관계였으며, 합의하에 지속적으로 성관계했다고 말한다. 이는 피해자 A의 진술과 다른 부분이다. A는 자신이 성폭행당했고, 최 선교사와의 성관계가 잦아지면서 저항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지만 분명 원하지 않는 성관계였다고 말했다.

교회뿐 아니라 사회도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의 '저항' 정도를 따진다. 저항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폭력이 아닌 걸까. 민감한 질문을 들고 11월 30일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활동하는 김선희 상담가를 만났다. 김선희 상담가는 2009년 '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독교 상담'을 주제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일하고 있다.

김선희 상담가에게 교회 내 성폭력의 특징, 피해 여성들 심리 상태, 대처법 등을 물었다. 현장에서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교회 내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을 상담하는 기독교여성상담소 김선희 상담가. 그는 빈번한 교회 내 성폭력 원인을 힘의 불균형으로 꼽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교회 내 성폭력이 빈번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 검거자가 1,258명이다. 그중 종교인이 450명이다. 의사, 예술인, 교수, 언론인 여러 직군 중 종교인이 가장 많은 직업군으로 꼽혔다. 드러나지 않은 범죄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거다.

- 교회에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회는 관계의 특수성이 있으며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목사와 교인, 장기 선교사와 단기 선교사 등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동등하지 않다. 교회와 사역지에서 목회자는 권력자라고 할 수 있다. 인사권, 재정권을 갖고 있고 심지어 영적인 권위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는 목사를 하나님의 대언자로 여긴다. 피해자를 심층 인터뷰해 보면 그런 권위자가 자신에게 성적인 접촉을 시도 했을 때 범죄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교회 내 성범죄가 일회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 사람들은 아무리 권위자라고 해도 원치 않는 접촉을 시도하면 당연히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내 성범죄는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일면식 없는 사람이 가해자인 것과 다르다. 이런 경우 명확하게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 내 성폭력은 교묘하다. 목회자는 평소 자기가 잘 따르고 목자라고 여기던 사람이다. 이번 사건처럼 선교지라 했을 때는 현지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동고동락하는 가족 같은 관계다. 그런 사람이 간단한 스킨십을 시작한다고 해 보자. 헷갈리기는 하겠지만 바로 거부하기 어렵다. 친족 성폭행과도 유사하다.

이후 성경 말씀으로 세뇌한다. 당연히 성경에는 성폭행을 합리화하는 논리도 근거도 없다. 어처구니없지만 목회자가 성경 말씀을 오용한다. 어떤 목사는 피해자에게 "인간은 처음 에덴동산에서 발가벗은 채 생활했다. 우리는 죄가 없으니 그렇게 지내자"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제3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이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최재선 선교사처럼 성경 창세기 29장을 인용하며 레아와 라헬을 예시로 들기도 한다. 부인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한데 너와는 좋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는 레아고 너는 라헬"이라고 말한다.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성경을 말씀을 들어 가해자인 자신을 합리화함으로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장기간 세뇌되면 성관계를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 명백하게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다.

교회 내 성폭력은 가랑비 옷 젖듯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 남성 입장에서는 성관계를 부인하지 않으니 자신을 용납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남성뿐 아니라 제3자도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성범죄 상황에서 목회자와 교인은 절대 개인 대 개인으로 볼 수 없다. 목회자에게는 사역 규모나 영적 권위 등 업적이 있다. 그의 말씀을 듣는 교인과는 같은 선상에 있을 수가 없다. 교인은 그렇지 않지만, 목회자 자신은 언제라도 군림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인지가 필요하다.

-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했더라도 법적 처벌이 가능한가.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JMS다. 교주 정명석은 여성들을 자기 권위로 성폭행해 왔다. 재판에서 이 점이 인정됐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입증하는 좋은 예다. 불가능한 건 아니다. 

- 교회 성범죄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힘의 불균형 위에, 피해 여성 본인의 심리적, 사회적 주변 환경에 따른 취약점도 한몫한다. 여러 이유로 자신의 의견을 윗사람에게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아버지와의 관계에 늘 목마름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버지처럼 잘해 준 사람이 성적인 접근을 해 올 때 완강하게 거부하기가 어렵다. '아버지 같던 사람이 왜 이러지?' 하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취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나타나는 후유증은 무엇인가.

후유증이 과장과 폭력성으로 발현되는 남성 피해자에 비해, 여성 피해자에게는 무력함과 자기 비난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자기 비난이 영적인 측면과 결합되면, 하나님 앞에서 깨끗하지 못하다는 인식으로 확장된다. 자신이 수용해서 이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로 돌린다. 극단으로 가면 신앙을 버리기도 한다. 하나님의 존재 유무에 의구심을 품는 것이다.

양가감정도 나타난다. 목회자에 대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동시에 작용한다. 성범죄 이전에 잘 대해 주었던 사람일수록 양가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건 당연한 현상인데, 피해자는 자신의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을 혼란스러워 한다. 목회자를 '가해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목회자 성범죄 사건이 드러났을 때, 피해자 말고 다른 교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잘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좋은 이미지를 갖춘 목회자일수록 교회 내에서 여성 피해자를 먼저 정죄하는 분위기가 쉽게 형성된다. 여성 피해자 말보다는 남성인 가해자 즉 목회자 말을 더욱 신뢰하여 피해자에게 "너가 어떻게 했길래 목사님이 그랬겠느냐"고 비난하고 여성 피해자를 꽃뱀 취급해 왔다. 결국 가해자는 교회에 남아 있고 피해자가 교회를 떠나게 된다. 가해자는 떳떳하게 다시 강대상에 선다. 교회의 이런 태도는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조직적인 악이다. 이게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보였던 전형적인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교회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사건이 재발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무조건 은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건을 널리 알리고 피해자 입장에 서야 한다. 은폐하기보다 오픈하고 대처하는 게 소속 교회나 단체가 진실성 있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인식도 준다.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사건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어폐가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언론에 드러난 모든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을 아는 건 아니다. 신변 보호상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어도, 사건을 알리는 게 오히려 회복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상담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진술서를 작성하며 진행되는 작은 일 하나하나를 통해 자신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김선희 상담가는 위계질서에 의해 피해자가 성관계를 동의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만약 목회자에게 성폭력을 당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강간의 경우, 일단 피해자 자신의 몸을 씻지 말고 가능하면 피해 당시 입었던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 상태로 바로 경찰서로 가는 게 좋다. 형사 처벌을 원한다면 가해자와 나눴던 대화, 문자메시지 등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삭제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상담했던 한 피해 여성은 성폭행당했을 당시, 몸에 목회자의 체모가 붙어 있었다. 이걸 더럽다고 떼어 냈다면 법적으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여성은 그것이 증거물이 되어 성폭행이 인정됐고 가해자 목사는 처벌을 받았다.

- 일회적으로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스킨십의 경우, 신고하는 게 유난 떠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 같다.

타 문화권에서는 포옹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에서처럼 스킨십한다고 해도 그 정도가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뒤에서 안고 가슴을 만지거나 가슴과 가슴을 맞닿아 안는 경우는 연인 관계에서나 하는 행동이다. 목회자와 교인 사이에 하는 행동이 아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면 상대방에게 바로 이야기해야 한다.

- 교회 내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남성 목회자 바로 알기 십계명'을 발표했다. 그걸 이야기하고 싶다. 목회자는 인간이다. 절대 하나님처럼 믿지 말아야 한다. 목사도 감정이 있고 성적인 욕구가 있다. 배우자와 불화 관계에 있는 목회자를 조심하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상담은 피하는 게 좋다.

<남성 목회자 바로 알기 십계명>

1. 목회자도 인간이다. 하나님처럼 믿지 말라

2. 목회자에게도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 목석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3. 목회자도 성적 사랑을 느낀다. 박애의 화신으로 착각하지 말라.

4. 목회자도 성적 본성을 가진 존재이다.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

5. 목회자도 사랑의 감정을 추구한다. 배우자와 불화관계에 있는 목회자를 조심하라.

6. 목회자도 이성 앞에서 성적 흥분을 느낀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상담을 피하라.

7. 목회자는 개인보다 교회를 더 중요시한다. 나만을 총애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8. 목회자도 명예와 권위를 추구한다. 피해를 입은 경우 끝까지 싸워라.

9. 목회자가 요구하는 물질이 모두 하나님께 드려지는 것은 아니다. 물질에 집착하는 목회자를 조심하라.

10. 목회자는 교회와 사회에서 봉사하는 사람이다. 참된 하나님의 종이 목회하는 교회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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