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 예수님의 삶을 그리는 나의 노래> / 민호기 지음 / 규장 펴냄 / 272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하늘 소망', '십자가의 전달자'로 알려진 소망의바다 민호기 목사가 <예수전 – 예수님의 삶을 그리는 나의 노래>(규장)을 써냈다. 제목은 '예수傳'이나 사실 예수의 일생을 조각조각 따라가면서 쓴 묵상 에세이집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

책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0개 단어에 예수의 생애와 저자의 묵상을 담았다. △별.빛. △광야 △들풀 △옥합 △소녀 △소년 △호수 △수건 △언덕 △아침. 각 장마다 글, 노래, 그림이 함께한다. 각 단어로 응축할 수 있는 예수의 발걸음을 복음서에서 길어 올렸다. 서정적 묵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예수 시각에서 1인칭으로 쓴 문장들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저자 자신의 고백이 부연처럼 뒤따른다. 일반적인 전기와 같이 책 자체가 '스토리'로 단박에 읽히지는 않는다. 아래는 1장 '별.빛.' 일부다.

"내가 정작 궁금했던 건 박사들이 따라온 별을 보신 아기 예수님의 속마음이다. 인간으로 처음 태어나 좁고 눅눅한 구유에 누워 숭숭 뚫린 하늘을 보셨을 때, 그분의 기분은 어땠을까. 전능자의 눈을 감고 사람으로 눈뜬 지금, 그분의 첫 눈에 들어온 건 어쩌면 별.

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
신성을 가둔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
그보다 더 작은 아기의 몸,
그러나 자신의 손으로 지은 저 별빛은
하늘에서보다 이 땅에서 볼 때 더 아름답다는 걸,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별을 올려다보며 감탄했구나, 깨달은 순간." (34~35쪽)

일반적인 '예수전'과 같은 '무게감'이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일 수 있겠다. 예수만큼 그 생애에 대해 많이 논의된 경우도 없을 것이다. 당장 '예수전'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관련 책만 십수 권이다. 김규항의 <예수전>(돌베게)부터, 니코스 카잔차키스나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처럼 예수를 직접 다룬 소설도 여럿 된다. 그럼에도 이 같은 책들이 놓인 자리에 이 책도 같이 놓일 수 있는 것은, 예수 이야기와 동시에 저자의 진솔한 고백도 같이 들려주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던 지난 시간들은 마치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상상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중략) 나는 그분과 그분의 삶, 그분의 언어, 그분의 감정, 그분의 걸음걸이, 그분의 생각, 그분의 의지를 모방하고 싶었다. 영화가 화면에 빛과 소리로 감독의 세계를 투영해 내듯, 나의 글과 노래로 이 땅 위에 그분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싶었던, 조금은 과한 욕심이었달까." (20쪽)

저자는 예수의 삶, 언어, 감정, 걸음걸이, 생각, 의지를 모방하고 싶어 <예수전>을 썼다고 했다. 예수의 발걸음을 상상하며 자신의 언어로 한 땀 한 땀 이 책을 써 내려갔을 저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예수를 향한 신앙은 이런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 민호기 목사를 '작은 예배자'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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