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인생> / 노평구 지음 / 한병덕 엮음 / 맑은샘 펴냄 / 452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한국의 걸출한 인물이요 지사(志士)요, 양심과 신앙의 교과서적 신앙인, 한국 기독교의 지적(知的)이지만 동시에 강인한 도덕적 기풍을 풍겨 그것이 세계 기독교의 한 지표(指標)가 되게 한 인물." (3쪽)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민경배 교수가 무교회 신앙가 노평구 선생을 두고서 한 말이다. 노평구 선생은 김교신 선생과 마찬가지로 무교회 신앙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광주학생항일운동 시위를 주도해 옥고를 치른 뒤, 빈민촌에서 아동교육에 헌신했고, 무교회 신앙 잡지 <성서 연구>를 창간했다.

노평구 선생은 성서 강의, 김교신 전집 간행 및 보급 등 한평생 순수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는 데 진력했다. 2003년 소천 후 대전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으며, 그의 저작집은 총 17권 출간돼 있다.

도서 출판 맑은샘에서 출간한 <신앙과 생애>는 노평구 선생이 냈던 <성서 연구> 영인본 15권에서 발췌한 글 모음집이다. 루터와 우치무라 간조의 신앙 사상에 영향 받은 그의 글에는 예언자적 영성이 묻어난다. 지금으로 치면 칼럼 형식이라 할 수 있는데, 사회문제와 신앙 문제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기독교 신자의 애국', '삼일운동과 기독교', '3·1 운동 비판', '6·25의 신앙적 의미' 등과 같은 글에는, 기독교 신앙과 애국심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이며,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이를 개혁하기 위해 기독교 신자로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노평구 선생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삼일운동과 기독교'에 나오는 아래 문장은 구약성서 선지자의 외침과 닮아 있다.

"기독 신자는 모름지기 기독교의 신앙과 진리와 정의, 그리고 사랑으로 애국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실로 자기 최선으로 하지 않는 애국, 이는 허위요 불충(不忠)인 것이다. 이 점에서 기독교는 조선 민족의 죄악과 불의에 대항하여 싸울 것이었다. 스마야의 길을 취할 것이 아니고 예레미야의 길을 취할 것이었다." (31쪽)

'신앙과 행위에 대해', '예수의 죽음', '초대 기독자들의 싸움과 주기도', '죄 죄 죄' 등의 글에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선생의 깊은 성찰이 엿보인다. 무교회 신앙가라 하여 오해할 수 있는데, 되레 그의 신앙은 보수적이다.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일도 죄에 대한 뼈아픈 인식,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의 신앙은 속죄와 재림 교리에 뿌리박고 있다.

"사람이란 저가 죄를 인정하든 않든, 과연 죄 속에 있는 존재인 것이다. (중략) 죄란 결코 우리의 정신적인 미약이나 불완전도 아니며, 교양이나 수양으로 퇴치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에 다음 가는 강력한 존재인, 죄의 근원이며 장본인 사탄에 소속된, 즉 저의 노예 된 상태인 것이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으로써만 이에서 해방될 수 있는 까닭이며, 기독교가 또한 철저히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자신을 의탁하는 믿음의 종교인 까닭이다." (308~309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