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회가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 에너지 수입률이 95%다. 도시 내에서 전기 수급이 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곳저곳에 핵발전소를 세우는데, 이건 기독교 신앙과 반한다. 교회가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다. 환경 운동은 교회가 시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이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한국은 원자력발전소(원전) 밀집도 세계 1위다. 현재 운행 중인 원전만 25개, 건설 중인 원전은 3개다.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 42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땅보다 수십 배 넓은 캐나다·중국·인도가 각각 19개, 26개, 22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땅 넓이에 비해 원전 수가 터무니없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5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꾸준히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탈핵'을 외치고 있다. 기독교 안에서도 탈핵 운동을 하는 단체가 생기고, 원전 대신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교회도 많아졌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녹색교회(양재성 목사)도 그렇다.

양재성 목사가 담임하는 가재울녹색교회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마을 안에서 에너지 자립을 실천 중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11월 25일, 가재울녹색교회에서 양재성 목사를 만났다. 2014년 시작한 가재울녹색교회는 이름에서 교회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재울'은 가좌의 옛 이름이다. 지역이 당면한 과제를 교회의 과제로 삼고, 지역이 하나님 뜻에 합당하게 운영되기를 돕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도심 속 마을 만들기에 힘을 쏟는 이유다.

'녹색'에는 지구온난화나 환경 재앙 등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환경문제에 교회가 관심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녹색 교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유는 창조질서를 보존하는 게 하나님 뜻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어떤 존재인가. 하나님은 창조주고 세상은 걸작품이다. 주신 것을 합당하게 보존해 가는 게 하나님 뜻이다. 욕망과 자본의 증식은 끊임없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붕괴시켜 왔다. 반신앙적이고 반기독교적인 행동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동산을 잘 지키고 돌보라는 사명을 주셨다. 최초의 사명인 셈이다. 환경을 돌보는 일은 단순히 좋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신앙 행위다."

원전 터지면 '저주의 땅'으로 변한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여러 이슈 중 '탈핵'에 관심이 많다. 탈핵 관련 기도회나 강의에 참석하고 적극적으로 탈핵 운동을 한다. 양재성 목사는 원전의 문제점으로 '방사성 오염'을 꼽았다. 방사능은 인간이 만든 물질 중 가장 위험한 물질이다. 각종 암을 발병시키며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사능 물질이 갖고 있는 반감기가 길다는 점도 언급했다. 반감기는 핵분열 방사능 폐기물에 있는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말한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만 5,000년쯤 된다.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25만 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원전 사고가 터지면 국민에게 피폭 위험성이 있다. 핵발전소는 단순히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경주에서 핵발전소가 터지면 30km 반경 안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된다. 방사능 물질이 없어지는데 적어도 1,000년이 걸린다. 사람들은 1,000년간 방독면과 방사능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문화재를 보러 갈 거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역시 2011년에 원전 사고가 생겼지만 30km 반경 안으로는 출입이 불가하고 사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난 체르노빌은 여전히 폐허로 남아 있다. 양재성 목사는 "저주의 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핵분열 시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생성된다. 소량의 방사능에 노출되는 X-ray를 찍어도 임산부나 어린아이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진으로 인해 원전 사고가 터지면 답이 없다. 방사능 노출로 자기는 물론 지구 공동체 전체가 죽는다. 원전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할 뿐 아니라 악마가 던져 준 선악과일 수도 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70가구를 모아 에너지 관련 강의를 하고 에너지 마을을 방문했다. 그중 양 목사를 포함한 20 가구는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지역사회 에너지 문제 해결하는 가재울녹색교회

환경보호를 신앙 행위로 여기는 가재울녹색교회. 교회 안에서 여러 시도를 한다. 이면지를 사용하고 재생 용지로 주보를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설교한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부터 교인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설명했다. 분기마다 교회 식구들이 모여 천연 세제(비누, 샴푸, 치약, 스킨)를 만들고 이웃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골프장, 케이블카, 핵발전소 반대 집회나 기도회에도 열심히 참석한다.

교회는 마을에서도 활동한다. 지역 주민들과 '녹색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었다. 3년 단위로 진행되는 에너지 자립 마을 사업은 서울시에서 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 중 하나다. 첫 해를 맞이한 올해, 70가정을 모았다. 20가정이 집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LED 전구 교체를 실시했다. 가재울녹색교회와 양 목사 사택에도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주민에게 멀티탭도 나눠 줬다. 가정에서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전기를 아끼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외 에너지 바자회, 강의, 컨설팅으로 어떻게 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원전을 없앨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에너지 자립 마을로 활동 중인 공동체에 탐방해 이야기도 들었다. 내년에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양 목사는 환경이나 탈핵에 관심 있는 교회라면,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것을 권했다. 교회 건물이 아니거나 지하에 위치해도 옥상만 있으면 설치 가능하다. 태양광발전기 설치로 원전 줄이기에도 동참하지만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감축시킨다. 3KW 발전기를 설치하면 30년생 소나무 200그루를 심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시에 위치한 교회일 경우, 시에서 발전기 설치 금액 절반을 지원해 준다. 전기세를 월 최대 1만 원 절약할 수 있는 250W짜리를 설치할 수 있다. 1장은 35만 원, 2장은 67만 원이 든다. 발코니에 거치하는 미니 태양광발전기는 설치 비용이 33만 원이다. 가재울녹색교회처럼 에너지 자립 마을이거나 구에서 추가적으로 더 할인받을 수 있다. 신청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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