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성경의 대화> / 버나드 램 지음 / 박지우 옮김 / 송인규 해설 / IVP 펴냄 / 456쪽 / 2만 2,000원

수많은 학문 중 기독교와 가장 떨어져 있다고 느껴지는 학문은 아마 과학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학은 철저한 검증과 이성적 추론을 하는 학문인 반면, 기독교 경전인 성경에는 이성과 논리를 넘어서는 초자연적인 일이 수없이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독교인은 대부분의 과학적 사실을 어려움 없이 받아들이지만, 성경 내용과 충돌하는 과학적 주장에는 분개하며 무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과학의 주인 역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우리는 과학을 끌어안으려 해야 하고 성경과 조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자연에서 하시는 말씀과 성경에서 하시는 말씀은 모순될 수 없다. 자연이라는 책과 성경이라는 책의 저자가 동일한 하나님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은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35쪽)

그렇다면 이 과학과 성경의 거대한 간극을 메울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복음주의자들이 관대해지는 것을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본다. 자신이 믿는 신앙만 고수하거나 또는 단순히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근본주의적인 신앙은 기독교를 수호하기는커녕 많은 사람에게 기독교가 조롱과 비난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과학을 무신론자의 전유물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이런 이원론에서 벗어나려면 성경이 어떤 책인지 얘기할 필요가 있다. 성경은 완전한 과학 교과서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성경은 인간의 실존이 주제이지 천문학, 지질학, 인류학에는 큰 관심이 없다. 기적과 과학에 대한 언급에서도 과학적인 논리나 이론에 대한 서술을 생략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종교적 영적 필요를 위해 성경이 자연에 관하여 말하는 바는 충분하다."(117쪽) 고로 성경의 문자들로 과학과 싸우겠다는 시도는 별 의미가 없다.

우리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과학에 기독교를 녹여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과학에서 신학의 위치는 어디일까? 저자는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다"라는 명제를 과학에 더한다. 과학은 단순히 사실과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며, 그것의 목적과 의미를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또한 과학은 세상의 원인을 우연이라고 말한다. 불완전한 입장과 달리 기독교 신앙은 과학적 원리와 이 세상에는 목적과 계획이 있으며, 세상은 우연히 또는 운 좋게 탄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독교 신앙을 토대로 이 세상이 창조주의 전능함으로 만들어졌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 그것이 신학자들의 역할일 것이다.

저자는 과학과 신학이 결코 충돌할 학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만일 신학자와 과학자가 신중하게 각자의 과업에 충실하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세심히 공부하고 발언했다면, 하나님에게 반항하는 비그리스도인의 마음에서 비롯하는 불화 이외의 부조화는 그들 사이에 없었을 것이다." (65쪽)

저자는 책에서 크게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인류학을 다룬다. 챕터 속 구체적인 내용은 논란이 되는 성경 내용들(창조, 동정녀 탄생, 노아 홍수 등)이다. 각 주제마다 여러 학자들 입장을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대체로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을 조화시키려 한다. 저자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성경을 문학, 상징적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성경의 사건을 사실로 인정하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해석으로 자기 주장을 펼친다. 그렇다고 자신의 주장만이 정답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한 예로, 여호수아의 긴 하루의 주장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번 논의에서 몬더와 같은 입장이기는 하지만 다른 해석이 옳은 것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당혹스러움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184쪽)

과학이 훨씬 더 발전한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입장이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는 종교(믿음)이지 과학이 아니다. 과학적 사실 하나하나에 본인의 신앙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이 6일 만에 창조됐든 5억 년 만에 창조됐든 하나님이 창조주시며 온 세상을 지탱하고 계신다는 사실에 흠을 낼 수 없다. 그러므로 항상 질문에 대답할 것을 준비하되 더 옳은 주장이 있다면 겸손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바라기는 우리가 과학과 성경의 대화에 참여하며 또 화합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박예찬 /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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