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것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 > / 제라드 C. 윌슨 지음 / 이대은 옮김 / 생명의말씀사 펴냄 / 304쪽 / 1만 6,000원

진화론이 맹점인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든 것이 우연'이라는 사상을 우리에게 심어 준다는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우연히 존재하게 되었다면, 인간의 생명과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간 중심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연 중심적 가치에서 생각하면, 우연히 생겨난 만물은 우연히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은 허무한 우연의 사건일 뿐 존재와 사라짐 모두 가치 없는 허무의 연속일 것이다.

목적과 계획이 중심이 되는 것도 기독교 입장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주제다.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 대표적 예다. 미국 기독교와 문화의 전반적인 사상은 벤자민 프랭클린 영향 아래서 실용주의적 목적론으로 치우쳐져 있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이라는 말이다(현재는 인본주의에서 더 나아가 물질 만능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총체적이지는 않지만 미국인과 미국의 모든 사조는 인본주의가 그 기반을 이루고 있다. 신학조차도 '하나님 중심'에 대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교회성장학파에서, 자신의 목적과 계획을 하나님의 목적과 계획으로 둔갑시키는 오류가 종종 발견된다. 이는 '경영학적인 은사 분별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본인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 그 분야에 적합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 인격성은 배제되고 '기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 개인을 전인격적으로 성장과 성숙하게 하는 '하나님과의 관계'보다는 '목회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목적'과 '계획'. 영혼의 성장보다는 교회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목적인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교회 현실 일부가 이런 혼란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시인해야 한다.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나님의 영광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과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선포한다. 하나님의 창조는 단순히 '근원이 누구인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셨는가'라는 목적과 계획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자신을 창조하신 '목적', 자신을 향한 '계획'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어떻겠는가. 그가 이 땅에서 어떤 위대한 일을 할지라도 썩어지고, 불에 타 소멸되는 수고만 남을 뿐이다.

본서의 원제목은 <The story of everything>다. '그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제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 내용에서 제목의 의미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것의 이야기'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 우리 삶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다. 둘째, 하나님의 뜻에 대한 모든 이야기다. 그리고 이 둘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다. 하나님께서 온 우주 만물과 인간을 이렇게 창조하신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이다.

피조물로서의 삶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란 말은 매우 흔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본서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본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좀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 단어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피조물로서의 삶'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내었다.

'자유의지'는 근대 신학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루었던 주제 중 하나이다. 종교개혁 시대부터 보더라도 그렇다. 칼뱅주의와 알미니안주의 논쟁에서 시작돼 조나단 에드워즈, 제임스 던 등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는 골치 아픈 주제로 남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자유의지'를 영역적 개념으로 접근할 경우,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관계적 개념으로 접근할 경우, 인간의 주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나님의 주권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을 만드시고 창조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고, 피조물인 인간은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어떠한 목적 가운데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과 단절한 인간만의 기쁨과 영광은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는다. 금욕적이고, 종교 제의적인 삶만을 이야기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의 모든 삶 전반에서 하나님의 기쁨과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 하나님 영광의 계획과 목적이다.

저자는, 피조물로서의 우리가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의 피조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모든 삶의 영역 안에서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 △세계 △국가 △예술과 과학과 일 △악 △고통 △즐거움 △연애와 결혼과 성 같은 것을 8장으로 분류해 고민하고 설명해 가고 있다. 필자는 본서를 읽으면서 '하나님께서는 왜 인간을 창조하시고, 왜 이런 것들을 인간에게 주셨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복음의 확장

요즘 출판되는 책 중 50% 이상이 '삶으로서의 신앙'(믿음)을 다루고 있는 듯하다. 교회 안 신앙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신앙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교회 존재 목적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을 모두 블랙홀처럼 교회에 흡수하는 게 아니다. 모든 민족을 주님의 제자로 훈련시켜 땅끝까지 하나님나라가 되게 하는 것에 있다.

교회는 훈련된 주님의 제자를 끊임없이 파송하는 '샘'이 되어야 한다. 파송받아 가게 된 땅을 하나님의 의로 변화시켜 가는 선순환의 펌프(샘, 심장)가 되어야 한다.

본서는 이 모든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 우리와 우리에게 주어진 이 우주 만물이 하나님의 피조물 됨(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으로, 충분히 좋은 책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강도헌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목사,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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